10


캔 프랭클린은 셔먼 엔터프라이즈 빌딩의 성, 즉 짐 페리스와의 공동사무실을 그만 철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무실에서의 일은 주로 페리스 혼자 해오다시피 한 것이므로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보다도 그가 결정했던 이 성을 어느 샌가 탈취해서 페리스에 대한, 말하자면 일종의 보복을 한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인디언이 백인의 마을을 깡그리 불태워 버리는 것 같은 쾌감이었다.

프랭클린은 자기 혼자서 쓸 사무실을 전에 자기 근무처였던 유니버셜 촬영소 근방에 구해놓고 있었다.

한동안 몸도 마음도 편하게 푹 좀 쉬었다가 그리고 나서 천천히 전부터 하고 싶었던 영화 프로듀서 일에 손대 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날에는 역부족으로 좌절했던 그 꿈을 지금에야말로 실행해 봐야겠다. 지금 같으면 10년 동안이나 쌓아 올린 작가로서의 명상이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면서 남몰래 빙그레 웃고 있었다.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상대는 사무실 짐을 운반해 달라고 부탁해 놓은 갤러웨이 운송회사의 운반주임이었다.

셔먼 엔터프라이즈 빌딩의 사무실에서 걸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러시죠?”

프랭클린이 말했다.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겨 버렸습니다.”

“곤란하다니, 뭐가 말이오?”

전화 목소리가 잠깐 중단되었다. 손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누군가와 상의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전화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좀 와 주실 수 없을까요?”

프랭클린은 혀를 찼다.

오늘밤에는 뉴욕 리뷰지의 여기자인 글로리아 슈트어트와 데이트 약속을 해놓고 있는 판인데 공연히 성가시게 구는 놈들이구먼.

“무슨 소릴 하는 거요. 당신네는 짐을 부탁한 대로 운반만 해주면 되는 거요. 달리 무슨 문제가 있을 턱이 없지 않소.”

“그런데 말이죠…”

또 상대방의 목소리가 중단됐다.

“…좌우간 이쪽으로 좀 와 주세요. 어떻게도 할 수 없으니까요.”

전화가 끊겼다. 프랭클린은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자 슬며시 화가 났다.

“도대체 날 뭘로 알고 이러는 거야!”

프랭클린은 운송업자를 혼내줄 작정으로 서둘러서 양복저고리를 걸치고는 차에 탔다.
셔먼 엔터프라이즈 빌딩의 정문 현관에는 갤러웨이 사의 상호를 커다랗게 써 붙인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

운전석에는 뚱뚱한 운전수가 할 일 없는 듯이 만화책의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프랭클린은 메르세데스에서 내리자 트럭 쪽으로 다가가서 고함을 질렀다.

“당신, 여기서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당신은 누구요?”

운전수는 수상하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캔 프랭클린이다. 우리 짐을 운반하러 온 거 아냐?”

“그렇습니다만…”

프랭클린이란 말을 듣고 그는 약간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그의 눈은 다시 만화책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빨리 하면 될 거 아냐. 도대체 일은 얼마나 했소?”

프랭클린이 묻자 그는 이번에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대로 있어요.”

운전수가 심드렁하니 말했다.

“그대로라고? 벌써 온 지가 오래 됐잖아?”

노여움을 참으면서 프랭클린이 말했다.

이런 바보를 상대하고 있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랬더니 운전수가 슬슬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자기도 할 말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30분이나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 라우. 오히려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싶은 건 우리 쪽이요. 그러지 말고 아저씨, 안이 있는 녀석들한테나 물어 봐요.”

“30분이라고?”프랭클린은 기가 막혀서 운전수를 보았다.
그는 벌컥 성을 내면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더니 바로 그 자리에 로스앤젤레스의 마크를 단 정복 경찰이 서 있었다.

프랭클린의 마음에 섬뜩한 예감이 스쳤다.

사무실 문 앞에도 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프랭클린은 그 두 사람을 쏘아보고는 밀어젖히듯이 문을 열었다.

사무실 안에는 이미 정리된 짐들이 여기저기 높다랗게 쌓여 있고 책상과 의자들만이 벌거숭이 상태로 놓여 있었다.

창밖에는 일몰 직후의 검붉은 로스앤젤레스의 하늘과 반짝이기 시작한 네온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 이상한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전날 짐 페리스가 쓰고 있던 책상과 의자에 누군가가 이쪽으로 보고 앉아 있었다.

콜롬보였다.

로스앤젤레스 살인과의 콜롬보 경감, 바로 그 사람이었다.

순간적인 전율이 프랭클린을 엄습했다.

그는 그것을 화를 내는 것으로 위장하면서 난폭하게 문을 닫았다.

“뭣들 하고 있는 거야!”

그는 큰 소리를 질렀다.

“어서 오십시오. 실례했습니다.”

콜롬보가 여느 때처럼 웃는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한 권의 책을 들어올려 보였다.

“멜빌 부인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전번에 돌려드릴 때 이 한 권만 다 읽지 못했거든요…”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니요!”

프랭클린은 콜롬보가 앉아 있는 책상에 다가가 주먹으로 두들기면서 말했다.

콜롬보는 눈이 부신 듯이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한 기세의 프랭클린을 쳐다보았다.

“사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 근방까지 왔던 길에…”

평소와 다름없는 한가로운 말투였다. 프랭클린의 노여움이 더욱 폭발했다.

“이봐요, 시치미를 떼는 것도 정도껏 하라고! 뭣 때문에 짐을 못 꺼내가게 하는 거야!”

“예…”

콜롬보가 말하면서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내 마음대로 그렇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나더니 그는 프랭클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다보면서,

“당신과 조용히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하고 덧붙였다.

“얘기 같으면 벌써 충분히 했잖소. 뭐 당신하고 이젠 할 얘기가 없을 텐데.”

프랭클린은 창 바깥쪽을 향한 채 불쾌감을 잔뜩 나타내면서 말했다.

“아니…”

콜롬보의 소리가 뒤에서 났다.

그것은 프랭클린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이상한 힘을 가진 목소리였다.

“댁은 없을지 몰라도 우리에겐 있단 말입니다.”

깜짝 놀라 프랭클린이 뒤를 돌아보았더니 그 목소리에 걸맞지 않은 콜롬보의 얼굴이 있었다.

그의 얼굴은 꼼짝도 않고 그를 향해서 웃고 있었다.

“여하튼 파트너 살인혐의로 체포하러 왔으니까요.”

그런 당치도 않은 일이, 하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설사 있다고 한들 이 녀석이 알 턱이 있나. 왜냐하면 이 콜롬보란 녀석은 얼빠진 바보요, 둔재요, 무신경인 데다가, 볼품마저 꾀죄죄한 이류 이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무슨 얼빠진 소릴!”

내뱉듯이 그가 말하자 콜롬보가 보충해서 이렇게 말했다.

“집무상 말하겠습니다만, 다시 말해서, 저, 헌법에 보장된 인권에 의해서…”

“다 알았어. 그만 좀 해둬요.”

프랭클린은 큰 소리를 질렀다.

“난 미스터리 작가야. 그보다도 나를 체포하다니 뭐, 머리라도 돈 거 아냐?”

그랬더니 콜롬보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의자 등받이에 몸을 느긋이 기대었다.

“밀고 당겨봐야 서로 힘만 빠질 뿐이요. 이봐요. 솔직하게 죄를 인정하는 게 어떻소?”

콜롬보는 자세를 흩트리지 않은 채 의자의 방향을 창쪽으로 돌렸다.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은 더욱 검붉게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벌써 증거도 다 갖추어져 있어요.”

의연한 목소리였다.

“허허, 그거 대단하시군.”

프랭클린은 억지로 웃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초승달 모양이 될 그의 입술 끝이 그러나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렇거든 체포해 주시지 그래. 자, 수갑이건 뭐건 채우라고.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히 말해 두겠어. 서툰 짓을 했다가 후회하지 않으면 안 될 사람은 바로 당신네라는 것을. 부당체포로 거꾸로 처넣어 버릴 테니까. 그때 가서 울고불고 해봐야 별 수 없어.”

프랭클린이 비웃자 콜롬보도 빙그레 웃었다.

“나도 어느 정도 법률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아요.”

“그래? 그렇다면 해보라구. 당신이 법률을 알고 있듯이 나도 보통보다는 좀 더 알고 있어. 미스터리 작가라는 걸 잊지 않았겠지.”

콜롬보는 또 빙그레 웃었다.

“미스터리 작가라, 물론 그러실 테죠.”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나서 종이성냥을 하난 꺼내더니 천천히 불을 붙였다. 겉보기에는 틀림없이 종전과 다름없는 콜롬보였다.

그러나 어딘가가 달라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프랭클린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정직하게 말해서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증거는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물고 있던 담배를 비틀어 짜듯이 해서 손에 들고 그는 프랭클린을 향해서 그것을 흔들어댔다.

“당신이 사건 당일 샌디에이고에서 비행기로 달려와야 될 것을 일부러 차로 돌아온 점.”

프랭클린은 팔짱을 끼고 흥, 하면서 코로 웃었다.

이 녀석, 정말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멍청이로군, 하고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 다음, 자택으로 돌아가자 바로 페리스 씨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그날 온 우편물을 뜯어서 내용을 보았다는 점.”

그러니까 그게 어떻다는 거야, 이 콜롬보야?

“그것도 다름 아닌 청구서를. 아무리 무의식중에 했다고 하더라도 친구의 시체를 발견한 직후의 행동으로선 약간 이상하지 않을까요. 도대체 당신은 십년이나 같이 일해 온 동업자가 죽었는데도 조금도 슬퍼하는 빛이 없었어요.”

웃음이 치밀어 올라왔다.

역시 이 친구는 대단한 연기자는 아니구나, 하고 프랭클린은 안심했다.

동시에 또 그 우월감이 그의 마음에 샘솟듯 일어나기 시작했다.

“난 또 뭐라고. 그게 당신이 말하는 증거라는 거야? 정말 얘기가 돼야 말이지. 기껏해야 법정의 웃음거리밖엔 안 될 텐데…”

그렇게 말하자 콜롬보는 태연한 얼굴로 말을 계속했다.

“당신과 페리스씨가 많은 금액의 생명보험을 서로 걸어 놓고 있었다는 사실도 벌써 조사가 끝난 뒤예요. 이것이 살인의 동기죠?

당신은 그림이다, 여자다, 별장이다, 하고 생활이 호화판이었으니까.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돈이 바닥이 났어. 그래서 돈에 욕심이 생긴 거야.”

“좋아. 서로 생명보험에 걸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야. 그것은 나도 인정해.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 같은 사람으로선 극히 평범한 일이야. 우리는 독자나 출판사를 위해서 서로 존재해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다시 말해서 개인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린 어느 한 사람이 잘못돼도 크게 낭패를 하게 되거든. 당신에겐 잘 이해가 가지 않을 테지만… 그게 전부요.”

당신으로선 일류 인간의 존재 같은 건 도통 이해할 수가 없겠지.
이류 인간은 말야, 콜롬보.
당신 같은 많은 이류 삼류 인간을 위해서 존재해 있는 거야.

“아니, 또 있군.”

콜롬보가 말했다.

이 녀석의 목소리는 도무지 기분 나쁘단 말야, 하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조잡한 소리, 삼류의 소리, 지성 같은 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소리다.

“당신 은행에서 1만5천 달러를 인출했다가 그것을 고스란히 그대로 은행에 다시 갖다 넣었더군요. 샌디에이고에서 라 상카 부인이 죽기 직전 이예요. 당신 라 상카 부인한테 보이기 싫은 것을 들킨 것 때문에 협박을 받아왔었죠?”

“모르겠는데, 그런 여자.”

프랭클린은 시치미를 뗐다.

“책은 남겨두는 게 아니었지. 친절하게도 사인까지 해서 라 상카 부인에게 선물했던 책… 기억나시죠?”

“이러지 말라고, 콜롬보 선생. 사인해서 선물한 책이 한 두 권인가? 엄청 많은데, 무슨 수로 그걸 다 기억하고 있겠소.”

“그럴지도 몰라.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이상으로 그녀와 당신이 친숙했던 사실만은 이것으로 증명된단 말이오.”

어찌 이리 시시콜콜한 것만 늘어놓으실까.

이건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따위 시시한 증거로 나를 유죄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생각 한번 잘했구먼.”

“그럴까요?”

“그리고 잊어버리면 곤란해. 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로스앤젤레스가 아니라 샌디에이고의 별장에 있었단 말이야. 이건 어떡하지?”

콜롬보의 눈이 프랭클린을 꼼짝도 않고 바라보고 있다.

“아아, 맞아요. 죽은 페리스씨 하고 함께 말이죠.”

콜롬보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프랭클린의 머리 속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그럴 턱이 있나…

프랭클린은 열심히 생각했다. 귀가 앵앵거린다.
그럴 리가 없다. 그가 거기까지 알고 있을 턱이 없어. 무언가가 잘못 된 거야. 콜롬보는 틀림없이 딴소리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이런 녀석이 그런 트릭을 알아낼 턱이 없지 않은가!

“이건 또 굉장한 비약을 하시는구먼.”

그는 애써 동요를 누르면서 말했다.

이런 놈은 철저하게 무시해 버리는 거야, 프랭클린. 상대는 이류가 아닌가…

“증명할 수 있소?”

자기로서는 천연덕스럽게 말한 셈이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야…”

콜롬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말해 보라구.”

“트릭은 이렇죠. 당신은 그날 구실을 만들어서 페리스씨를 별장으로 유인해 냈어요. 도중에 라 상카 부인의 가게에 들러서 페리스씨의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죠.

페리스씨 부인에게 남편인 페리스씨가 아직도 사무실에 남아 있다는 것과, 그리고 자기는 샌디에이고의 별장에 와 있다는 것을 비친 거예요. 그리고 나서 도착하자 페리스씨에게 사무실에서 거는 것처럼 전화를 부인에게 걸게 해서 부인이 전화를 받고 대화를 하는 도중에 빵!

이렇게 해서 적어도 부인만은 페리스씨가 사무실에 있다가 총에 맞은 것으로 알게 했던 거죠.”

“그럴 듯 하군. 잘 엮은 얘기야.”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직 약해. 시체가 적어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견되지 않고서는 당신의 알리바이가 성립하지 않거든.

그래서 당신은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오는 구실을 이미 페리스씨의 부인하고 정해놓고 있었으므로 그녀로부터 연락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었던 거예요. 당연히 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당신은 당황한 척하면서 차로 돌아온 겁니다.

트렁크에는 페리스씨의 시체를 싣고서 말이오. 그러니까 비행기로는 돌아올 수 없었던 거죠.”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이 따위 멍청한 얼간이 형사 주제에 어떻게 트릭을 간파할 수 있었단 말인가.

“증거는…?”

있을 리가 없다.

이것도 콜롬보의 멋진 넘겨짚기 전법이 틀림없을 거야. 꼬투리를 잡힐 만 한 건 아무 데도 없단 말이다, 프랭클린!
“그야 목격자는 없지요…”

콜롬보가 말했다.

“당신 손에 죽은 라 상카 부인이 목격자였겠지요. 아마 가게에서 페리스씨의 집으로 전화를 걸 때 밖에서 기다리게 했던 피해자를 그녀가 봐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당신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접근해서 죽여 버린 거야. 일단 은행에서 인출했다가 나중에 다시 되돌려 입금한 돈의 문제는 이것으로 설명이 되는 거예요.”

“그건 단순한 추측이야. 증거가 안돼!”

“그럴까요. 증명하는 방법은 그 밖에도 또 있는데요.”
이 녀석을 너무 깔봐 왔다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이 녀석도 일찌감치 없애 버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 녀석도 라 상카 부인이나 마찬가지로 내 앞에서 살아있게 할 종류의 인간이 아니었던 것을.
침착하라고, 프랭클린. 증거는 없다. 아무것도 없단 말이다.

“재미있군. 서툰 포커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겁을 줄 셈으로 인상을 썼지만 울상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럼 좋소!”

콜롬보는 프랭클린의 눈앞에 손가락을 들이댔다.

여느 때의 콜롬보는 완전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잠자코 들어보시겠소?”

콜롬보의 목소리가 대포의 포성처럼 프랭클린의 귓속을 울렸고, 그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견디어냈다.
이런 대사를 이런 놈한테서 들어도 되는 거냐, 프랭클린?

이놈은 이류 이하의 인간이야. 인간쓰레기야. 너는 일류가 아니냐?

“나는 말이요. 당신을 만난 그 순간 바로 범인이구나, 직감했소.”

콜롬보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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