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의 양친에 관한 일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부인께서 알고 계시는 정도면 되겠는데요…”
콜롬보가 죠안나에게 말했다. 그녀는 난처한 듯한 얼굴로,
“저도 잘 몰라요. 10년이나 사귀어 왔지만 캔은 별로 그 얘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았고, 저 역시 억지로 물어 보려고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아까 뭐 그런 말 하셨잖아요. 멜빌 부인은 뭐 프랭클린의 어머니의 이미지라든가…”
“예. 영화화할 때 처음 알았어요. 그의 말을 빌리면 굉장히 멋진 분이어서, 아주 고상하고 위엄이 있었다나 봐요.
캔은 그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무엇이든 일류가 아니면 만족하지 않았어요. 집이든 컬렉션이든 여자든… 보셨죠?”
“예. 하지만 알 수가 없는 걸. 뭣 때문에 그렇게 일류에 집착하는 걸까요. 나 같은 건 애초부터 일류와는 인연이 없으니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누구든 욕심이 있는 거 아녜요? 그것이 캔의 경우 남달리 좀 강했던 거죠.”
“어머니의 영향으로?”
콜롬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예. 옛날에는 대단한 부자였대요. 그래서 그는 커다란 저택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았었대요.”
“그렇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거꾸로 그렇지 않은 생활 쪽을 바랄 것 같은데…”
“하지만 그의 경우는 조금 다른가 봐요. 아버지가 그 무렵 투잔가 뭔가를 해서 실패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재산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거예요. 그것도 원래는 어머니의 재산을…”
“예?”
“아버지는 굉장히 호인이어서 누군가에게 이용당했던 모양인데 결국은 그것으로 속을 썩이다가 권총으로 자살을 해버렸대요.
그런 후로는 길거리를 헤맬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어머니와 캔은 지금까지의 유복했던 생활에서 밑바닥으로 단숨에 떨어져 버렸나 봐요.
굉장히 엘리트 의식이 강했던 어머니는 그것을 참아내지 못해서 매일 알코올에 젖어 폐인이나 다름없게 되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어 버렸대요. 그래서 캔은 어린 나이에 외톨이가 되어 세상으로 내팽개쳐져 버렸던 거예요.”
“고생깨나 했구먼, 프랭클린도… 그러고 보니 어쩐지 이렇게도 생각이 되는군요.”
콜롬보가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또 담배를 꺼내 들고 죠안나를 살피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는 아버지가 잃어버린 어머니의 세계를 다시 찾고 싶었다. 사실은 그것을 도로 찾아서 어머니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벌써 죽어 버렸으니까 그렇게는 될 턱이 없다. 그러니 이만하면 만족해도 좋다는 그 수준을 도저히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부족하다, 부족하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그는 무턱대고 일류를 찾아 돌진했다…”
“그래요. 딱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겐 간 것 같네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위해서였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멜빌 부인! 그로서는 그 멜빌 부인이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어머니의 대리 역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랬으니 이미지하고 맞지 않으면 반대하는 게 당연하지.”
감탄한 듯이 콜롬보가 말했다.
이 사람은 언뜻 얼빠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원, 천만의 말씀. 인간심리의 대단한 관찰자로구나…
죠안나 페리스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묘하게 마음에 걸렸던 이 콜롬보의 매력을 점점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뭐랄까…”
콜롬보는 그러한 그녀의 기분 같은 건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프랭클린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류의 기분이나 소지품, 그것은 결국 어머니의 화신 같은 것이구먼요. 그래서 그는 아직도 독신인 거예요. 결국 그는 아직도 강렬한 어머니의 이미지와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니까…”
이런 이런… 이 분은 심리분석까지도 할 모양이신가 봐.
외견은 이류영화에 등장하는 이류 형사 같지만 실은 뜻밖에도 명탐정이셔!
“그리고 보니 뭔가 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뭐가요?”
“아니, 그가 부군에게 마음이 끌리면서도 마음속으로 싫어하고 있었던 속사정을 말입니다. 그는 자기 입으로 말했듯이, 자기 아버지와 부군이 많이 닮았었다고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그 아버지란 사람은 자기와 자기 어머니를 일류의 세계에서 떨어뜨린 장본인이었어요.
죽도록 미워해도 시원치 않은 것이 그의 아버지였을 겁니다.”
“그럼, 캔은 그것을 짐에게 덮어씌웠단 말씀인가요?”
“글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실제로 얼굴도 많이 닮았던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그가 페리스씨에게 접근했던 것도 재능을 인정한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버지 대신에 골려 줘야겠다고 하는 그런 속셈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거기서 묘한 일이 생겼어요. 두 사람의 재능을 합치면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된 거죠.
어쩌면 프랭클린은 그것이 잃어버린 일류세계를 도로 찾는 최단거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해보았더니 과연 그대로 되더라, 이 말입니다…”
죠안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여러 가지 지나간 일들을 회상했다.
그녀가 짐 페리스와 결혼하기 전부터 프랭클린은 페리스로부터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아 가지고 있었던 일.
그것에 대해서 남편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약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된 것을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사실, 다시 말해서 두 사람은 처음부터 완전히 골리는 쪽과 그것을 당하는 쪽의 관계였던 것이다.
마치 콤비의 희극배우가 그것을 이용해서 관객을 웃기는 것과 같은 그러한 관계가 초기의 프랭클린과 페리스 였던 것이다.
그녀는 어느새 자기가 콜롬보의 얘기를 듣는 쪽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페리스씨는 진짜 자기 힘을 자각했던 것이죠. 분명히 말하자면 그는 점점 성숙한 어른이 되어, 프랭클린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싫어졌던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맞아요. 주인은 그런 것을 가끔 가다가 저에게 불평처럼 말했었어요.”
“그것이 더욱 더 프랭클린의 증오감을 부채질했던 거죠. 아버지 대신에 골려 주면서 옛날의 일류세계가 다시 되돌아올 것을 낙으로 살고 있는데, 거꾸로 페리스씨가 그것을 망가뜨리는 것 같은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방법은 다르지만 프랭클린으로서는 페리스씨가 옛날 자기 아버지가 했던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던 겁니다.
애써서 이룩한 일류의 세계를 아주 망가뜨려 버렸다는 의미에서…”
“캔은 혼자서는 소설을 쓸 수 없기 때문이에요. 자기 혼자서는 멜빌 부인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이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큰 싸움이 벌어진 거죠.”
“그래그래, 그럴 것 같구먼. 다른 것들은 모두 프랭클린의 단순한 변명에 지나지 않았어요.
애써서 이룩해 놓은 어머니와의 일류생활이 또 다시 빈궁의 구렁텅이로 굴러 떨어져야 하다니, 그런 공포감에 사로잡혔던 거죠. 그래서 어떡하든 부군을 설득하려고 했지요. 그러나 부군은 옛날의 부군이 아니었어요. 한번 정한 결심이 너무나도 굳어 있어서 그가 아무리 부탁해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뭔가 알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이 무렵에는 프랭클린에게는 이미 부군이 자기 아버지처럼 보이고 있었을 거예요. 이 녀석을 어떻게 처치해 버리지 않으면 그야말로 또 비참한 맨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런 기분이었겠지요.”
“그렇다면 보험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그렇지 않겠죠. 그때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았겠죠. 그러나 어차피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다가 서로 상대방의 보험을 들기로 하자고 부군을 설득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나로서는 보험이 직접적인 동기는 아닌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후의 결심의 방아쇠가 된 거 아녜요?”
“옳아요. 머리가 좋은 범인이란 언제나 그런 거예요. 결코 단순한 충동만으로는 살인 같은 것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손해와 이익을 머리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콜롬보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두들겨 보였다.
“난 그런 놈이 제일 싫어요. 만나면 그 즉시 알게 됩니다. 직감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죠안나를 보았다.
이분은 상상 이상으로 굉장히 무서운 분이구나,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가 너절한 복장을 하고 가끔 가다가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것은 그런 힘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일지도 몰라.
타고난 습성과 괴상한 용모를 거꾸로 이용하려는 그의 전술일 거야.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야.
“덕택에 여러 모로 참고가 됐습니다.”
콜롬보가 일어섰다.
“저로서는 캔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 간신히 납득은 갔지만 그게 뭐라더라… 그래, 정황증거 뿐 이잖아요?”
죠안나가 말하자 콜롬보는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야, 과연 미스터리 작가의 부인이시구먼! 말씀대롭니다. 하지만 어떻게 되겠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그는 또 어벙해 보이는 콜롬보가 되어 있었다.
이 사람은 아무래도 알 수 없는 데가 있어. 그게 매력이지만 서도, 하고 죠안나는 생각했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콜롬보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면서,
“부군께서 미스터리를 쓸 때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어느 대목입니까?”
“글쎄요…”
죠안나는 생각을 더듬으면서 말했다.
“우리 그이의 경우는 말씀 드렸다시피 멜빌 부인의 성격에 가장 애를 먹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특별한 경우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훨씬 더 일반적인 것을 얘기하시는 거죠?”
“예, 바로 그겁니다.”
콜롬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역시 트릭을 꾸미는 것이 아닐까요. 아시다시피 미스터리의 세계에서는 트릭의 오리지날리티, 그것이 대단히 엄격해서 남이 썼던 것과 같다든지 하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거든요. 주인은 쓰는 건 무척 빠른 편이었지만 트릭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곁에서 보기에도 괴로울 정도로 끙끙 애를 먹었어요.”
“그랬겠죠. 나 같은 건 도저히 생각해 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아이디어가 아니면 안 되지 않겠어요?”
“글쎄요.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소설 속에서는 과연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면 되는 것이니까. 경감님이 알고 계시는 사건들과 다를지도 몰라요.”
“그렇지요? 안심했어요. 나는 도저히 멜빌 부인처럼 할 자신은 없으니까…”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은 역시 명탐정이셔요. 거짓말 아녜요.”
그랬더니 싱글벙글하면서 콜롬보가 말했다.
“그래요? 그런 말, 프랭클린한테서도 들었는데…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우리 집사람도 대단한 미스터리 팬이죠.
많은 명탐정들을 알고 있는데 당신 같은 풋내기는 없다고 언제나 혹평인 걸요. 나 같은 거야 그저 무턱대고 이리저리 싸다니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듣고 보고 그러고 다니다가 어떻게 요행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알아지게 되는데… 그 따위 명탐정이 어디 있겠어요. 뭐라고 할까,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쳐들어가는 그런 재는 말이요.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항상 생각하는 걸요.”
저런 저런! 자기도 그런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말로 자기는 모르고 있는 걸까?!
“그리고 거 있잖아요? 소설에 나오는 명탐정이란 모두가 다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잖아요. 헌데 나는 그런 것도 전혀 없거든. 돈이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역시 조작이에요. 독자는 그런 좋은 취미도 가지고 머리도 좋고 또 스타일도 근사한 주인공을 동경하거든요. 그러나 그런 사람이 실제로야…”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구나, 하고 죠안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콜롬보는 조금도 언짢아하는 기색도 없이 계속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랭클린 같은 인상 좋은 사람 말이죠? 그런데 그 사람은 트릭도 생각해 냅니까?”
“아뇨.”
그녀는 고개를 흔들면서,
“쓸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그이가 그러던데요.”
“그렇습니까…”콜롬보는 그렇게 말하면서 현관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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