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콜롬보 경감

 

 

 

 

7


살인자는 범행현장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캔 프랭클린은 몇 번이나 들은 바가 있었다.

그런 내용을 짐 페리스의 문장에서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정확히 말해서 자기가 살인을 저지르기까지는 말이다.

그것은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이해하기 어려운 충동이었다. 이 충동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살인전문가, 이를테면 살인 청부업자라고 일컬어지는 놈들뿐일 것이다. 그들은 피해자와의 사이에 직접적이고 심리적인 정(情)이나 인연이 전혀 없는 까닭에 살인 현장이 단순한 지리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살인의 아마추어는 그렇지가 않다. 살인의 아마추어에게 있어서 살인의 현장이란 오히려 자신의 중요한 발자취인 것이다.

그곳에는 범법자의 감정이 말끔히 닦여지지 않고 남아 있는 법이다. 거기에서 불안과 기대가 생겨나는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을 결국 알코올에 젖어서 새워 버린 캔 프랭클린은 선원용 모자에 노란색 잠바, 거기에 흰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문제의 선창에 나타났다. 그것은 머레이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낚시꾼 스타일로서, 사실 그가 나타난 오전 9시에는 벌써 상당한 수의 낚시꾼들이 저마다의 복장에 나와 여기저기 떼를 지어 모여 서서 호수를 바라보면서 대화에 열중해 있었다.

대화의 편린들이 프랭클린의 귓전을 예민하게 자극해 주었다.

“남잔가요?”

“아니, 중년여자란 말도 있어요.”

“이 근방에 산다는구만.”

“자살인가?”

“글쎄, 모르겠는데.”

“그럼, 무엇 때문에 혼자서 호수로 나갔을 까요.”

“간밤엔 달이 좋았거든.”

“중년여인이란 말이지?”

들려오는 갖가지 회화의 단편(斷片)에서는 아직도 살인이라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았다. 캔 프랭클린은 그들 속에 끼어들어 모른 척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잠수복을 입은 두 사람의 다이버가 호수 가운데 쪽에서 지금 막 뒤집어져서 볼썽사납게 바닥을 드러낸 보트를 끌면서 선창 쪽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대화로는 시체가 발견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었다. 호수에는 아직도 몇 척의 보트가 나가 있고, 아무래도 제복의 경찰관 같은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가게 쪽이 먼저 발견된 것일까?

캔 프랭클린은 졸리는 눈을 비비면서 나오는 하품을 억지로 참았다.

“라 상카 잡화점의 여자 주인이라는 구만.”

누군가가 말했다.

“아니, 그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이 받았다.

“자살할 사람이 아닌데…”

“그야 알 수 없지. 그 여자, 남편하고 사별하고 죽 혼자 살아왔잖아.”

“어떻게 그 여잔 줄 알았지? 아직 시체도 찾지 못했잖아.”

“물건을 사러 갔던 녀석이 있었던 모양이야. 여느 때 같으면 가게가 열려 있을 시간인데 닫혀 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뒤쪽에 있는 방으로 돌아가 본 모양이야. 그랬더니 뒷문이 걸려 있지 않더래. 그래서 들어가 보았더니 아무도 없고 전기는 켜 놓은 채였더래. 혹시나 싶어서 바로 경찰로 연락했다는 거야.”

“그리고 나서 뒤집어진 보트가 발견되었다는 말인가?”

호수 쪽에서 무언가 큰 고함소리가 들어왔다. 시체가 발견된 모양이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들이 일제히 호수 가운데로 쏠렸다.

 프랭클린이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멀리 저편에서 무엇인가가 보트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참이었다.

“찾았나 봐.”

“역시 그랬군.”

“원, 불쌍하게도…”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좋지 않을 것 같구만. 낚시는 그만두고 돌아가야겠어.”

호면에 엷게 깔려 있던 안개는 차츰 사라져가고 있었다. 직사하는 햇빛이 눈이 부시게 반짝거려서 호면 가운데서의 시체인양 작업은 마치 비현실적인 사건처럼 비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꿈결마냥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의식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하고 프랭클린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보트는 작업을 마치고 기슭을 향해 차츰 다가왔다.

“작업에 방해가 되니까 선창에서 물러나 주세요.”

샌디에이고의 제복경관이 구경꾼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프랭클린은 하품을 하면서 그 구경꾼들과 함께 선창을 떠났다.

라 상카 부인의 죽은 얼굴은 프랭클린이 상상했던 이상으로 평온했다. 그렇게도 싫어했던 그녀인데도 불구하고 죽은 얼굴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혐오감이 느껴지지 않은 게 이상스러울 정도였다.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프랭클린은 그녀의 죽은 얼굴을 오히려 아름답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물론 알 수가 없었지만 그것이 그의 정직한 감상이었다.

그녀의 시체는 선창에 물을 뚝뚝 흘리면서 옮겨져 갔다. 프랭클린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졸음이 오기 시작함을 의식했다. 그는 또 길게 하품을 했다.

가게 쪽에도 가 볼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구경꾼의 행동으로서는 그것이 별로 이상할 것이 없으리라. 동기를 알지 못하는 한, 자기와 라 상카 부인을 연결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도 살인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만두는 게 좋아, 프랭클린. 위험은 될수록 피하는 게 몸에 이로운 거야.

위험? 도대체 무엇이 위험하다고 그래? 오히려 살살 피해 다니는 편이 훨씬 더 위험하지 않을까?

콜롬보가 와 있다는 얘기는 다르지만 설마 그 친구가 아무리 넘겨짚기의 명수라고 할지라도 여기까지 쫓아왔을 이유는 없을 게 아닌가.

괜찮아, 프랭클린. 태연스럽게 가 보라구. 그래, 위험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낚시도구를 메고 언덕 위로 가는 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라 상카 부인을 태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그를 앞질러갔다.

“잘못은 당신에게 있었어, 라 상카 부인.”

그는 뒤를 바라다보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라 상카 잡화점 앞에는 그녀의 낡아빠진 웨곤 외에 두 대의 패트롤카가 주차해 있었다. 가게 입구에는 정복을 입은 경관이 한 사람 서있을 뿐, 달라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구경꾼의 숫자는 이쪽이 훨씬 적었다. 물론 콜롬보 경감의 예의 푸조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콜롬보 경감의 푸조를 찾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자 프랭클린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너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프랭클린. 샌디에이고는 그의 관할이 아니잖아. 라 상카 부인이 타살로 판명되고, 그것이 그가 담당하고 있는 페리스 사건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이라도 발견되면 얘기는 다르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여기까지 어슬렁거리고 찾아 올 턱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오는 콜롬보를 찾고 있는 거야, 프랭클린. 마치 콜롬보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잖아.

콜롬보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그럴지도 모른다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런 거야. 그는 어느 샌가 콜롬보를 신변에 가까운 존재로서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뜬 콜롬보를 놀려주는 쾌감, 가끔씩 묘하게 파고들어서 순간적이긴 하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감. 캔 프랭클린은 그런 일들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까.

가게 입구로부터 부산하게 사복의 형사들이 나타나더니 정복하고 무엇인가 말을 주고받는다. 정복 경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패트롤카로 돌아가서는 송화기를 집어 들고 무엇인가를 연락하고 있었다. 경찰관들의 의례적인 행위였다. 개인의 행위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경찰관이라는 불특정 다수의 행위일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이름이 있을 테지만 이런 경우 그것은 프랭클린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콜롬보는 다르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콜롬보는 어디까지나 콜롬보로서, 경찰관이라는 직함을 뺀 콜롬보라고 프랭클린에게는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그를 만났을 때의 인상이, 어떻게 해서 이런 사람이 로스앤젤레스 경찰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던 것을 생각해 냈다.

그렇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한 사람이 아니라 그러기 이전에 콜롬보 자신인 것이다. 적어도 보잘것없는 그의 외견과는 딴판으로 프랭클린에게는 그가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아니 외견이 너무나 볼품이 없었기에 더욱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몰랐다.

경찰이라는 불특정 다수의 이미지는 프랭클린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흥미도 없다.

그러나 콜롬보는 어떤가. 콜롬보는 그에게 있어서 분명히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예를 들자면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몰이꾼이라고나 할까, 그것이 프랭클린에 있어서 콜롬보의 이미지였다.

어때, 콜롬보 경감.

라 상카 잡화점 앞을 천천히 떠나면서 캔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당신의 작전은, 이렇게 말하면 싫어할 테지만, 지리멸렬이라 도저히 승산이 없어요. 하지만 가끔 가다가 이쪽을 당황하게 만드는 수를 써서 공격해 오는 것이 정말 재미있거든. 자, 콜롬보 선생. 다음 수를 생각하셨소? 솜씨 한번 구경합시다. 로스앤젤레스 같은 데서 꾸물거리고 있지 말고 말이요.

캔 프랭클린은 또 한번 길게 하품을 했다.

 

 

 

별장으로 돌아왔더니 더 이상 눈을 뜨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졸렸다. 캔 프랭클린은 술을 한 잔 걸치고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소리가 났다.

프랭클린은 자칫하면 손에 들었던 글라스를 떨어뜨릴 정도로 깜짝 노라 황급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콜롬보 경감이었다. 호수 쪽으로 난 넓은 유리창을 바깥의 발코니 쪽에서 들여다보며 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똑똑똑 두들기고 있었다. 그리고 휙 하고 한쪽 손을 올리더니 갑자기 창에서 사라졌다. 아마 현관으로 해서 안으로 들어올 모양이었다.

프랭클린은 멍청하게 글라스를 손에 든 채 방에 서 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졸음은 단숨에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이 자가 뭣 하러 이런 데까지 왔단 말인가. 분명히 그의 차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었다. 아니 아니, 그것보다도 그가 그렇게도 빨리 사건을 연관시켰을 턱이 없지 않은가.

이곳 경찰조차 아직도 라 상카 부인의 죽음을 살인이라고 단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이래서야 마치 모든 것을 콜롬보가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럴 리는 없어. 절대로 그럴 리는 없다.

콜롬보가 예의 레인코트 주머니에 한쪽 손을 찔러 넣으면서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 경감.”

프랭클린은 한껏 웃는 얼굴을 지으면서 콜롬보를 보고 말했다.

“이상한 때 이상한 장소에 나타나셨군, 그래. 이거 원, 정말.”

콜롬보는 열적은 듯이 웃었다.

“허락도 없이 함부로 들어와서 미안합니다. 바깥문이 열려 있기에 그만…”

사팔뜨기 눈으로 프랭클린을 들여다보듯이 하면서 그의 안색을 살피고 있다.

“괜찮아요. 아무 상관없어요.”

프랭클린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 차는 보이지 않던데, 무슨 마법의 카펫이라도 타고 오셨나?”

그랬더니 콜롬보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대답했다.

“아니죠. 나무 그늘에다 두고 왔죠. 햇볕을 쪼이고 나면 나중에 애를 먹기 때문에…”

“그랬었군.”

“하기야 비행기를 타고 오면 제일 좋겠지만 난 그다지 부자가 못 되거든요. 그리고 난 도무지 그 하늘을 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요.”

이것 봐라, 그렇다면 이 친구 혹시 라 상카 사건 때문에 온 게 아닐까?

“그보다도 뭐 하러 이런 데까지?”

프랭클린이 묻자 콜롬보는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이나 페리스씨 부인으로부터 정말 멋진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한번 와보고 싶었죠.”

그렇게 말하면서 콜롬보는 쉴 새 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오기를 잘했어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있네요.”

콜롬보는 흥분한 듯이 자꾸만 손을 흔들어댔다.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네요. 실은 근간에 2주일간의 휴가를 얻게 되는데, 어디 휴양이라도 떠날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부근은 어떨까요. 뭐, 임대 별장 같은 건 없습니까.”

프랭클린은 맥이 탁 풀렸다.

도무지 이 사람은 사람을 혼란케 한단 말이야. 도대체 이 콜롬보라는 사나이,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 성실한지 엉터린지, 전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졌거나, 아니면 남보다 하나 더 많거나, 여하간 아주 괴상한 성격을 지닌 친구라는 걸 프랭클린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쓸데없는 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여기까지 먼 길을 차를 몰고 왔단 말이오?”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콜롬보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그 일 같으면 헛수고였구만.”

프랭클린은 글라스의 스카치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 근방의 별장은 경찰관의 봉급으로는 아마 얻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개 벌써 예약이 되어 있을 거요.”

“하하, 그렇구먼요.”

콜롬보는 낙심하는 것 같았다.

“그거 안됐는데? 마누라가 실망하겠는걸. 가족동반으로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야 물론이지. 조용한 곳이니까.”

그랬더니 콜롬보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에 저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가요?”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대요.”

프랭클린이 태연스럽게 대답했다.

“어부나 뭐 그런 사람입니까?”

콜롬보의 눈알이 프랭클린을 들여다봤다.

“아녜요. 여자라나 봐요, 이 근방의.”

“라 상카라는 사람인가?”

“그래 그래. 그런 이름이더군.”

“역시…”

콜롬보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잘 아는 사인가요?”

하고 물었다.

“아니, 왜?”

보라고, 또 콜롬보 전법이 나왔군, 하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조금 전에 부엌을 들여다보았더니 그런 이름이 붙은 상자가 놓여 있던 것 같던데…”

“그야 그렇겠지. 이 근방에서 식료품을 팔고 있는 곳은 그 가게밖에 없으니까. 아마 누구네 별장이건 그런 건 다 있을 거요.”

“아하, 그 집 여주인이었군요. 아침에 담배를 사러 들렀더니 가게 문이 닫혀 있는데, 패트롤카는 주차해 있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지요. 익사를 하다니 안 됐는데…”

그는 자꾸만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또 그의 상투수단으로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이려니, 하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그래요. 정말 안 됐어요. 인상이 좋은 아주머니였는데.”

“아, 그렇습니까. 그럼 아는 사이였군요?”

“알고 있다고 해서 꼭 친숙한 경우라고는 할 수 없지 않소. 예컨대 세탁소라든지, 이발소라든지, 웨이트리스라든지… 또 있지, 당신 같은 경우도 그 중의 하나죠.”

콜롬보는 벅벅 머리를 긁었다

“예.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렇기도 하군요. 그런데 어째서 또 중년부인이 날도 밝기 전에 어두운 호수 같은 데를 혼자서 배를 저어 갔을 까요.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한 일 같지가 않네요.”

또 나오셨군, 콜롬보 선생. 벌써 알 만 한 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너무 떼면 좋지 않아요.

“아니,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죠. 이 근방에선 보통 있는 일인 걸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호수로 낚시를 가는 거예요. 이것도 취미거든.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일찍 일어나서 갔던 축인데, 저런 사태가 벌어졌으니… 에라, 오늘은 그만 두는 게 좋겠다, 해서 단념하고 지금 막 돌아온 참이오.”

“그럼, 라 상카 부인도 낚시하러 나갔다가…”

“아니, 그야 내가 알 수 없지만 말이요.”

“그렇습니까.”

아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죄송합니다.”

콜롬보는 또 송구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부러 세상을 피해서 휴양을 하러 오셨는데, 저같이 세상물정 모르는 놈이 들이닥쳐서…”

“천만에 말씀! 마침 심심하던 참이요.”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그것은 본심이었다. 적어도 사건의 전개를 경찰에 맡기고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이 콜롬보를 꾹꾹 찔러 보는 것이 심심풀이로서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프랭클린은 그러한 콜롬보도 실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가끔씩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는 자신이 재미있었다.

“생각만 있다면 함께 스쿠버 다이빙이라도 했으면 싶지만…”

프랭클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몇 번이고 콜롬보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스포츠엔 별 볼 일이 없는 것 같군.”

“사실 그렇습니다. 무엇을 해봐도 엉망이에요…”

콜롬보는 열적게 웃으면서 말했다.

“마누라는 곧잘 하는데…”

이 친구, 걸핏하면 자기 마누라를 내세우는데,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하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좀처럼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똑똑하지만 못생긴 얼굴에 밤낮 남편을 깔아뭉개 쪽도 못쓰게 할 것 같기도 하고, 그것과는 정반대로 말도 못할 미인일 것 같기도 했다. 어떻든 정체를 알 수 없는 점에 있어선 이 콜롬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부인은 스쿠버 다이빙도 하시나?”

“뭡니까, 그게.”

“왜 있잖소. 산소통을 짊어지고 잠수하는 거 말이요.”

“아, 하고말고요, 우리 마누라. 여기서도 할 수 있나요?”

“물론이지.”

“그렇다면 마누라가 더욱 더 섭섭해 하겠는걸? 지금부터 별장을 빌리려고 해도 안 될까요?”

프랭클린은 또 속으로 말했다. 발돋움을 하면 못써요, 콜롬보 선생. 여하간 이 근방은 도대체가 당신네하곤 인종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해. 프랭클린은 콜롬보가 섭섭해 하는 꼴이 재미있었다.

“저 밑에 마을로 내려가서 부동산 소개업자들한테라도 물어보는 게 어떨까? 어쩌면 임대 별장이나 뭐 그런 것이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디나 다 그럴 테지만 이 근방도 최근에 와서는 약간 지저분해졌죠. 히피 같은 것들이 어슬렁거릴 때도 있고요.”

그래, 당신은 어쩐지 나이 먹은 히피 같은 데가 있어. 프랭클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콜롬보의 볼품없이 뒤틀린 넥타이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장본인인 콜롬보는 미련이 남아 단념하기 어려운 듯이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낮에는 낚시도 하고, 헤엄도 치고, 얼마든지 즐길 일들이 있겠구먼요?”

“아, 물론이지.”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거금을 주고 입수한 별장인지라 비록 콜롬보가 하는 말일지라도 그런 말을 듣고 보면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밤에는 무엇을 하고 지냅니까?”

“글쎄, 아무것도 없는데? 밤에는.”

“파티 같은 것도 말입니까?”

“별로 하지 않아요. 원래 모두들 사람들과의 교제를 피하고 싶어서 이런 데 오는 거니까 말이요. 도회지에서 일을 하다가 보면 아무래도 그런 시간을 갖고 싶게 되거든.”

“그렇다면 아무것도 안 한단 말예요?”

“그야 책을 읽거나 아니면 자는 거지, 뭐.”

“예…”

콜롬보는 감탄한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더니 아무래도 잘 알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는 프랭클린을 빤히 보면서,

“만약 그렇다고 하면 오늘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아도 되는 건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프랭클린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요?”

콜롬보는 다시금 잘 알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쪽 손을 뒤통수에 갖다 대면서 대답했다.

“실은 어젯밤에 이리로 전화를 했었죠. 선생의 형편을 알아보려구요.”

프랭클린의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하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습디다요.”

콜롬보는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덧붙여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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