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라이트>는 이름 그대로 <요정>을 상징합니다.
요정은 있기는 있다는데 <눈에 보이지는 않는> 존재죠. 작고, 귀여워 보이는데다 힘도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판타지 물에서는 빠질 수 없는 않는 감초같은 캐릭터죠.
요정의 종류와 수는 상당히 많습니다만, 대충~ <페어리(Peary)>와 <엘프(Elf)>, 그리고 <요얼(妖孼)>로 나눠 볼 수 있겠는데요,
<요얼(妖孼)>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의인화 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재수없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것을 장난질 좋아하는 요정의 탓으로 돌리는 거죠. (우리나라로 치면 도깨비장난)
<영국 민화>에 나오는 <요정 퍼크(Puck)>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래서 말투가 싸가지가 없나?)
캐릭터가 워낙 존재감이 통통튀다보니,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 여름밤의 꿈>'에도 나옵니다. (명작 <유리가면>에서는 주인공 마야가 연극 '한 여름밤의 꿈'에서 퍼크 역을 맡았죠. 만화지만 연출이 참 잘됐음)
그리고 덧붙이자면, 영국의 한 학교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동아리가 있었는데, 한 잘생긴 소년이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연극에 출연해서 '요정 퍼크'역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엔 진짜 요정이 되어 미국으로 날아가서 <닥터 하우스>의 연인같은 남친 <윌슨박사>가 되었죠..
인도에는 <모히니(मोहिनी))>라는 여신이 있는데, <비슈누(태양신)의 여성 화신>으로, <환상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비슈누는 모히니의 모습으로 나타나, 환상을 만들어 적을 교란시키거나,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등의 활약을 했습니다.
스프라이트는 오프닝의 메소포타미아에서 밤하늘에 <환상을 만들어> 인간들에게 동료 이터널스가 데비안츠를 멋지게 해치운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각색하여 들려줍니다. (비싼 3D영화를 공짜로! ㅠㅠ)
인간들은 이것을 보면서 '별들 속에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겠죠?
스프라이트의 <환상>은 얼핏 에이잭의 치유능력보다도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능력입니다. 영화 속에서 스프라이트는 환상을 이용해 데비안츠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하고, 투명인간이 되기도 하고, <테나>의 폭주를 막기도 하고, 또 <세르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미성년자 출입금지 장소에도 뻔뻔하게 드나들었으니까요. (남탕에도 갔는지는 불분명한데, 장난꾸러기 퍼크가 그 짓을 안 해봤을리가...?ㅁㅎㅎㅎ)
그렇게 이터널스의 활약을 몇 천년동안 여기저기 거치는 문명마다 구색을 맞춰 이야기를 퍼트렸다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 전해 내려오는 모든 전설과 신화와 영웅들의 서사시-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그리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북유럽의 '니벨룽겐의 노래'와 '베오울프', 영국의 '아서왕의 전설', '마비노기온', 인도의 '마하바라타' 등등... 모두 <스프라이트>가 만들어 낸 셈입니다. (흠~ 이거 대단한데?)
그러고보니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리스의 전설적 시인 <호메로스(Homeros)>가 한 명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여러 명이 <호메로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그 긴 이야기를 대대로 이어가면서 완성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호메로스>는 '단체' 또는 '가문'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스프라이트가 그리스에서 <호메로스>라는 이름으로 수 백년에 걸쳐 세대교체를 흉내내가며 이야기를 썼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아 참, 그러고보니 셰익스피어도 어쩌면 스프라이트가 변신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도 역시 실존인물인지 아리까리하다는 말이 있거든요.
<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동화(fairy tale)>도 있습니다.
"내에게 행복은 가정의 형태로 찾아올 수도 있었지만
대신 <뮤즈>가 되어 찾아와 주었다"
-안데르센-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일종의 창조와도 같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무사이(뮤즈)>라는 여신이 있는데,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실은 9명의 여신이지만 스프라이트의 환영술을 생각하면 그까이꺼~)
그렇다보니, 태양의 신이면서 음악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과는 '뗄 수 없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올림포스에서 신들의 연회가 열리면, 아폴론이 하프를 연주하고 뮤즈가 노래를 불렀다고 하니까요.
(그러니 아폴론이 연회에서 사라진다면 뮤즈도 더 이상 무대 위에 존재할 필요가 없겠죠..?)
또 <뮤즈(Muse)>는 영상기술의 일종인 Multiple sub-Nyquist sampling encoding 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용어라서 잘 모르겠지만, 고해상도 비디오를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또한 인도 신화의 <락슈미लक्ष्मी(길상천(吉祥天)>은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신입니다.
<이야기>는 순기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죠.
'선'이 있으면 '악'이 존재하듯, <환상+이야기>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좋은 쪽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나쁜 쪽으로도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습니다. 바로 <거짓말>입니다.
그래서 스프라이트도 인간에게 있어 <선한 편>과 <악한 편>을 넘나들죠.
"거, <피오키오>가 신화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임니까?"
<피노키오>는 '그리스 신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 여기에 인류 최초의 찐오타쿠가 있습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자 조각상과 사랑에 빠졌죠.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입니다.
독일의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는 이 <피그말리온 이야기>(1차) 를 본뜬 <소설>을(2차) 읽은 후, <뮤즈>의 입김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호프만 이야기>라는 3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3막의 오페라를 작곡하게 되지요. (3차)
그 이야기 중 하나가 <올림피아>입니다. (이터널스는 올림피아 행성에서 왔다는 설정임)
줄거리를 간략하게 적자면, 시인 호프만이 '한 발명가'가 만든 <자동인형 올림피아>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진짜 아름다운 소녀라고 착각하여 사랑에 빠질 뻔 했으나, 어떤 사건이 벌어져서 인간이 아님을 깨달으면서 사랑에 실패한다- 는 이야기입니다. (호프만은 <술집>에서 이야기를 늘어놓지요)
<호프만 이야기>에서 올림피아가 부르는 <인형의 노래>라는 곡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면 반드시 욕심을 내는 곡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보 조수미 선생님의 주요 레파토리중 하나로도 유명하지요. (누가 유툽에 가사가 있는 영상을 올려놨길래 퍼왔습니다. 시간 되실 때 한 번 들어보세요. 중간에 테엽을 갈아주는 부분이 포인트^^)
또한 헐리웃에서 <오페라+발레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연출이며 때깔이며, 음악, 춤, 연기 등등 지금봐도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ㅜㅜ https://www.youtube.com/watch?v=HN82DTbamkA
명작 <유리가면>도 '연극'으로 재미있게 재탄생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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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이라는 소재는 또한 <피노키오>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피노키오>는 다시 영화 <AI>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에서도 '반전 모티브'로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저것 늘어 놓다보니 좀 산만하게 느껴지실텐데,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은 이유는... 새삼스럽지만 모티브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싶어서 입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이렇게 먼 옛날부터 전해지던 하나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을 두고 흐르면서 변화하고, 새로운 창작를 위한 모티브가 되고,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또 다른 창작의 모티브가 되어 2차, 3차 콘텐츠로 이어지고 수 없이 반복되며 재탄생됩니다.
마치 하나의 열매에서 자라난 나무가 수 많은 가지(히어로)와 뿌리(빌런)를 뻗으며 자라나는 것 처럼.. 아마도 인류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인간의 상상력이 바닥날 때까지 끝없이 반복되겠죠.
영화는 그 수 많은 <신화와 역사>를 엮어 짠 일종의 마법의 양탄자입니다. 우리는 그 위에 앉아서 꿈과 환상을 즐기며 살아고 있죠.
"난 요정이자, 계약에 묶인 노예야.
그러나 원래는 악신에 가까운 존재..
자유를 갖고 싶냐고? 인간이 되고 싶냐고?
그건 램프를 쥔 사람 마음대로지.."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피그말리온과 올림피아가 어떻게 끝나느냐 하면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애태우다가 <여신>에게 올림피아를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소원이 이루어졌지요.
인간이 된 오필리아는 피그말리온과 결혼하였습니다. 아마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겠지요? ^^
그리고 나무인형 <피노키오>도 '요정의 기적'으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 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집트에서 <아무네트(Amunet)>는 보이지 않는 <공기(투명함)>를 상징하는 여신입니다.
또한 <아문=태양>의 여성형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빛'과 '공기'는 모두 '손에 잡을 수는 없지만, 그 영향력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환상>과 <이야기(말)>도 '그 실체를 직접 만질 수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
그렇습니다. 바로 <꿈과 사랑>입니다.
"어린이 여러분~ 항상 꿈을 잃지마세요~
하지만 내 회사의 저작권을 건드리면 3대까지 망하게 해주지! ㅋㅋㅋ"
그래! 유머를 하는 거야!
여기 창 안에서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있는 여자가 있습니다.
창 밖에 혼자 있는 여자도 있습니다.
아마도 모두 창밖의 여자가 불행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불행하지 않습니다.
그녀에겐 자유가 있으니까요.
진짜 불행한 것은...
창틀에 낀 여자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정을 좋아하지만, 정작 스프라이트는 자신이 <요정>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영원한 젊음을 가지고 있어도 '영원히 어린아이의 몸인 채로는 <사랑>을 할 수 없으니까'요.
킨고가 <피터팬>과 <팅커벨>이야기를 한 것은 관객에게 던진 떡밥이라기 보다 대놓고 정답을 알려준 것이죠.
스프라이트 역할의 배우가 인터뷰 영상에서 "스프라이트는 말투가 원래 비꼰다. 그런데 특히 킨고한테는 더 그런다."는 말을 합니다. 배우가 배역의 성격을 그런 식으로 해석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그럼 왜 스프라이트는 <킨고>한테 더 싸가지 없이 말하는 걸까요?
아마도 킨고가 '자신이 이카리스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수 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신은 그냥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 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포스터의 표정도 오체불만족이 풀풀~)
그런데 '아리솀'은 그녀를 왜 어린아이로 만들었을까요? (어쩌면 이것은 케빈에게 하는 질문이 될 수도)
언뜻 가혹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터널스도 완벽한 존재는 아닙니다. 막강한 신적능력을 지닌 존재지만 영화를 보면 각자 부족한 점이 드러납니다.
에이잭은 리더지만 전투에서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이카리스는 이터널 중에서 최강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세르시도 마음은 강하지만 능력은 미약합니다. 킨고는 지나치게 자유롭고, 파스토스는 엄청난 기술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마카리는 육체적, 테나는 정신적 결함이 있고, 길가메시는 누구보다 강한 파워를 갖고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루이그는 정신능력빼면 뭐?
이것은 어떻게 보면 <완벽한 존재는 없다>라는 뜻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어쩌면... 신적 존재인 <셀레스티얼>도 무언가 결핍이 있을 수 있다는 암시가 아닐지...?
으흠, 으흠, 위에서 <스프라이트>의 모티브를 여러가지로 소개했지만, 아직 중요한 부분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세르시>와 <이카리스>를 리뷰할 때 같이 다루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스프라이트>편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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