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프랭클린이 비버리 힐즈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온 것은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 그는 용의주도하게 사무실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비버리 힐즈는 고급주택가인 탓으로 다행히 사람의 통행이 적었고, 게다가 이웃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누구에게 들킬 염려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행동을 개시했다.

짐 페리스의 시체는 차 안에 있었다!

아직도 비닐커버에 싸여서 메르세데스의 트렁크 안에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체는 페리스의 저택에서부터 사무실을 오갈 동안 줄곧 콜롬보의 콧등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 녀석이 그걸 알았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프랭클린은 고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커버 째로 시체를 들어낸 프랭클린은 그것을 끙끙대며 현관 곁의 잔디 위에 놓았다. 그리고는 끈을 풀고 커버를 걷어냈다. 혈액은 벌써 응고해서 사후경직이 시작되고 있었다.

짐 페리스의 죽은 얼굴은 총탄이 뚫고 들어간 자리를 무참히 드러낸 채, 프랭클린을 아직도 놀란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황급히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무참히 집어 던져진 것처럼 자세를 고쳐놓고 끈다. 카버를 뭉쳐 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욕실에 불을 켜고 욕조 안에 비닐커버를 던져 넣고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물이 혈액을 씻어 내려서 욕조 밑바닥에 차츰 검붉게 피기 시작했다.

우선 급한 대로 혈흔만을 씻어낸 후 나중에 커버와 함께 처리해 버릴 작정이었다. 그는 휘파람을 불면서 비누로 손을 씻기 시작했다.

 

왕년의 헐리우드 대여배우가 마음먹고 지은 이 집은 독신인 그에게는 사람들이 늘 말하듯이 확실히 너무 넓었다. 그러나 그는 이 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삼면을 통유리로 끼워서 햇빛이 잘 들고 거실이 절벽 위로 튀어나올 듯이 세워져 있어 비버리 힐즈의 전경을 바라다볼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집이란 스스로의 지위를 과시하는 성이 아니면 안 되었다.

프랭클린은 호화로운 객실의 붙박이 바아에서 브랜디를 꺼내 와서 글라스에 따랐다. 사면의 벽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사들인 명화들이 빙 둘러 걸려 있다. 소파에 앉아서 천천히 브랜디를 마시면서 프랭클린은 만족감에 젖어 있었다. 이제 당연히 모든 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어갈 참이었다.

그의 귀족 취미는 죽은 그의 모친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이었다. 대공황이 휘몰아친 30년대를, 그의 어머니가 지닌 재산으로 인해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보낼 수가 있었다.

상류 사람은 처음부터 으레 그렇게 정해져 있고, 따라서 상류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상류답게 처신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애써 그렇게 가르쳐 왔다. 그러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캔 프랭클린은 갖가지 처세법을 익혀 나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물 흐르는 것처럼 잘되는 것만은 아닌 것이 인간사인 모양이었다. 프랭클린 소년에게 하이클래스의 인간이라는 의식이 물먹어 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프랭클린의 집안에 불행이 찾아 들었다.

사람이 좋을 뿐, 전혀 적극성이 없는 그의 아버지는 아내 몰래 하고 있던 사업에 실패해서 권총자살을 했던 것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재산은 집과 함께 이미 날아가 버리고 없었다.

미국이 그 불황으로부터 가까스로 헤어날 무렵, 프랭클린 집안은 거꾸로 불행의 늪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만 것이다.

충격을 받은 나머지 폐인이나 다름없이 된 어머니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을 저주하면서 병들어 죽었다. 그런 어머니로부터 상류의식을 교육받아온 프랭클린 소년은 이리하여 갑자기 외톨박이가 되어 상류세계로부터 쫓겨났던 것이다.

“자네는 이류(二流)에 지나지 않았어, 짐. 우리 아버지처럼 말이야…”

프랭클린은 브랜디를 핥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의 죽은 아버지와 짐 페리스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는 사실을 언제부턴가 의식해 오고 있던 터였다.

브랜디의 글라스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바아 위에 놓인 흰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경찰서로 연결해 주시오!”

프랭클린은 말했다. 바아 위에는 낮에 가정부가 정리해 놓고 간, 편지다발이 놓여 있었다. 그는 수화기를 어깨와 목 사이에 끼우고 편지 겉봉을 뜯으면서 상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 여보세요. 로스앤젤레스 경찰이오? 콜롬보 경감 부탁합니다. 기다릴 테니까요…”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

“경감이세요? 빨리 저희 집에 좀 와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비버리 힐즈 463번지… 끔찍한 일이 생겼어요.”

전화를 끊고 난 프랭클린은 차례로 편지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하면서 다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플래쉬가 여기저기서 깜빡이고, 잔디 위에서는 감식과 직원들이 바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패트롤카 시그널의 빨간 조명을 받으면서 나이트가운 차림의 아웃 사람들이 겁먹은 얼굴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몹쓸 놈들이야. 시체를 내버리고 가다니.”

레인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몸을 움츠리고 서 있는 콜롬보 곁에서 캔 프랭클린이 내뱉듯이 말했다.

“돌아와 보니 있었단 말이죠?”

5월이라곤 하지만 밤은 아직 으스스하게 추워서 콜롬보는 얇은 레인코트의 깃을 세우고 쉴 새 없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껏 살아있지나 않을까 그렇게 믿어 왔는데, 역시 헛수고였어. 불행하게 된 건 부인인 죠안나야. 난 이제 그녀에게 전화해 줄 용기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내가 전하죠. 상관없으시다면.”

“인간도 아냐, 놈들은. 경감님, 이제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죠. 마음이 아파서 보고 있을 수가 없군요.”

플래시가 또 깜빡거렸다. 제복경관이 구경꾼들을 밀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좀 들어가면 안 될까요? 코트가 얇아서 어쩐지 추워지네요.”

하고 콜롬보 경감이 말했다.

“예, 그러시죠.”

프랭클린은 문을 열고 콜롬보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프랭클린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것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프랭클린 입니…”

프랭클린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댔다.

“뭐, 감상이 어떠냐고? 이럴 때, 인터뷰 같은 거 할 생각이 나느냔 말야!”

프랭클린은 수화기를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았다.

“정말 기자나부랭이는 할 수 없어!”

“그게 그들의 일인 걸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멍청하게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있던 콜롬보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아, 정말이지 한잔 안 하곤 못 배길 기분인걸. 같이 한잔 하실래요?”

“예, 위스키라도 한잔 주시겠습니까.”

“위스키?”

프랭클린은 바아 쪽으로 갔다.

“이건 정말 굉장한데! 이건 복사품?”

콜롬보는 계속 그림을 구경하면서 방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런 거라면 걸어놓지도 않아요.”

“예, 미술관에서 밖에는 볼 수 없는 화가들이네요. 모두 선생 겁니까?”

“책이 팔린 덕택이죠.”

“히야, 대단하구나! 여기 말고도 샌디에이고에 별장을…? 작가란 그렇게도 돈벌이가 되는 겁니까?”

콜롬보는 또 코트 안쪽에서 담배를 꺼내더니 입에 물었다.

“아냐, 아냐.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한마디로 작가라고들 하지만 천층만층이야. 문고판 작가와 하드커버(Hard Cover) 작가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죠.”

“그렇다면 당신은 물론 하드커버 쪽이겠죠?”

“물론이죠. 자, 드시지.”

프랭클린은 위스키 글라스를 콜롬보에게 주면서 말했다.

“아, 이거 미안합니다. 아니, 원래 문외한이거든요. 출판 같은 건 전혀 알지 못해서요. 에- 그리고 뭐라고 하셨더라… 그래그래, 판권이라나 뭐라나, 그런 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자가 두 사람이었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죽었을 경우 출판사에서 나오는…”

프랭클린은 슬쩍 콜롬보를 훔쳐보았다. 그는 레인코트를 입은 채 소파에 앉아서 맛있는 듯이 위스키를 핥고 있었다.

“인세(印稅)말인가?”

“아, 그렇군! 바로 그거 말입니다.”

“그야 물론 유족차지지.”

“그럼 수입도 불지 않고, 짝을 잃어버린 것만 손해네요?”

이 녀석, 얼빠진 녀석인 줄로만 알았더니, 이제 보니까 신경이 무딘 것만은 아니군, 그래. 의심을 받을 줄로 당연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나오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단 말이야. 하지만 여기가 중요한 대목이야, 프랭클린.

그는 일부러 거친 말투로 콜롬보에게 대들었다.

“이봐요, 경감, 어리석은 질문일랑 적당히 좀 하시죠.”

그랬더니 콜롬보는 별로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는 생각지도 않은 듯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이런 사건에는 흔히들 금전문제가 얽히는 법이거든요.”

“아, 그렇다면 내가 첫째 용의자란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뭐,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닙니다요. 저, 이것도 어리석은 질문일진 모르지만 범인은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으로 시체를 저런데다가 집어 던지고 갔을까요?”

어처구니없는 녀석이군!

좀 더 나은 질문이 나올 줄로 생각하고 있었던 프랭클린은 일이 이에 이르자 그를 상대하기가 그만 싫증이 났다.

“그런 것도 모른단 말이요? 그러고도 경감이라니, 내 참! 그건 경고의 의미일 거요.”

“경고?”

콜롬보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동시에 이것은 직업적인 살인업자의 소행이라는 증거도 되는 거요. 이봐요, 그놈 인지 그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짐의 시체를 일부러 우리 집에 집어 던지고 간 것은 이런 뜻이 포함되어 있는 거요. ‘동업자가 하던 일을 계속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똑 같은 꼴을 만들고 말 테다.’”

깜짝 놀란 듯한 콜롬보의 사팔뜨기 눈이 프랭클린을 바라보았다.

“그걸 미처 생각 못했군요. 다시 말해서 협박이란 말이죠?”

“물론!”

“하지만 그 일은 페리스 씨가 혼자 한 일 아닙니까? 그런데 무엇 때문에 또…”

“정말 모르시는군. 우리가 헤어진 것은 아직 세상에 발표가 안 되었단 말이요. 그러니까 놈들은 우리가 여전히 십년지기 콤비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 나도 그 일에 한 몫 들고 있다고 당연히 생각했을 것 아니겠소.”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작정이십니까?”

“무엇을?”

“그 친구가 남기고 간 뜻을 계속 살려 보실 건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 일만은 짐이 혼자서 차근차근 끈기 있게 해오던 것이었거든… 인계를 받을 수가 없을 거요.”

“그 사실을 놈들은 모르고 있단 말이죠.”

“아니, 놈들은 설사 알고 있었더라도 같은 짓을 했을 거요. 놈들은 인정사정이 없거든.”

그렇게 말하고 프랭클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쯤 해두자. 아무리 상대방이 바보 같아도 너무 하다간 실수하기 쉬워.

이 친구를 놀리는 것도 그런 대로 재미가 있지만 가끔 가다 날카롭게 추궁해 오는 콜롬보의 질문이 묘하게 급소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 프랭클린의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빗나간 총탄 앞에서라도 너무 서성거리다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좌우간 여기서부터는 이제 당신들 일이요. 보시라구, 그렇지 않소? 시체도 나왔다, 동기도 알았다, 이젠 범인만 찾아내면 되는 것 아니겠소?”

내려다보니까 조그만 콜롬보의가 더욱 왜소하게 보였다.

“그게 문제란 말입니다.”

쬐끄만 콜롬보가 말했다.

“왜? 라스베가스나 마이애미의 보스가 간단하게 전화 한 통 해서 살인업자를 보내왔어… 그렇지 않소?”

“물론 그렇겠죠.”

“놈들의 상투수단이야.”

“그래요…”

“그놈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있을 거 아니겠소. 모조리 훑어보는 거야.”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진 않아요. 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긴 하지만 서두…”

“그렇겠죠. 상대가 상대니만큼 여간 잘 다루지 않고서는 좀처럼 입을 떼지 않을 테니…”

“그래요.”

콜롬보는 남루한 코트 앞자락을 여미면서 일어섰다.

“애 먹는군, 당신도.”

“이게 할 일인 걸요.”

콜롬보는 투덜대듯이 말했다.

“곧바로 수배해야 할 일도 있고 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향해서 뒷걸음치듯이 걸어가면서 콜롬보는 손을 흔들었다.

“잘 부탁합니다.”

프랭클린은 꾸부정한 자세로 문을 열려고 하는 콜롬보를 향해서 말했다. 콜롬보는 서투른 솜씨로 문의 손잡이를 덜거덕거리면서,

“아, 이거. 신세 많이 졌습니다. 선생님도 너무 낙담하지마세요…” 하고 밖으로 사라졌다.

프랭클린이 싱긋 웃으려고 하는 순간 콜롬보의 얼굴이 살짝 문에서 나타났다. 그는 황급히 표정을 죽였다.

“아, 한 가지만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오늘은 너무 늦고 내일로 할까요?”

콜롬보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프랭클린은 망설였다.

들어 봤댔자 시시한 얘기겠지만 무엇 때문에 또 사람을 놀래 키는 수작을 한단 말인가.

쫓아가 버릴까? 아니면 그래도 상대해 줄까?

“좋아요, 들어오시오. 어차피 오늘밤엔 잠도 제대로 올 것 같지 않소.”

호기심과 우월감이 마침내 이기고 말았다.

자네의 바보스러운 질문을 어디 한번 또 들어보지, 콜롬보 경감.

“이거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 선생님이 돌아와 보니까 시체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점을 한 번 더 확인해 볼까 해서요.”

보라구, 이렇다니까! 치근치근한 것도 좋지만 고분고분 대해 줬다간 언제 끝날지 몰라.

“아까도 말했잖소. 차에서 내렸더니 시체가 있더라구요.”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녜요. 이거 대단히 죄송합니다.”

콜롬보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돌아서려 했다.

‘이 녀석이!’

하고 프랭클린은 생각했다.

“잠깐 기다리시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것을 새삼스럽게 묻는 거죠?”

그랬더니 콜롬보는 대단찮은 것이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묻는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편지 말입니다.”

“편지?”

편지? 도대체 편지가 어쨌다는 거야. 편지 같은 것을 예정에 들어 있지도 않은데?

“보세요. 겉봉이 뜯긴 채 여기 바아 위에 놓여 있지 않습니까?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런 때에 편지 따윈 읽지 않았을 겁니다.”

아픈 데를 찔리고 말았군. 프랭클린은 아연실색했다.

어제 받은 거라고 할까? 아냐, 그렇다면 이 얼간이 같은 자식이 보여 달라고 할지도 몰라. 그걸 거절하면 의심받게 될 거구. 까짓것 우물쭈물 어떻게 되겠지.

어지럽던 생각들이 콜롬보의 얼굴을 대하자 말끔히 가시고, 변명할 구멍이 저절로 생겨난 건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나도 경황이 없었소. 무심결에 뜯은 거겠지. 쇼크를 받은 나머지…”

“그렇겠죠. 틀림없이…”

그렇게 말한 뒤 콜롬보는 예의 사팔뜨기 눈으로 프랭클린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청구서란 원래 기분이 좋지 않죠.”

청구서라고?

프랭클린은 내심 몹시 놀랐다. 청구서가 있었던가.

그는 정말 그것을 무의식중에 뜯었던 것이었다. 청구서 같은 건 전혀 기억에도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그가 언제 그것을 보았단 말인가?

가만있자, 그는 들어오자마자 방에 걸린 그림을 구경하면서 왔다 갔다 했었지. 그때 보았을까?

프랭클린은 그때야 비로소 콜롬보 경감에게 공포를 느꼈다.

“무언가 알게 되면 곧바로 전화로 알려 드리지요.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콜롬보는 손을 흔들면서 곧바로 전화로 알려 드리지요.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콜롬보는 손을 흔들면서 이번에는 정말로 문밖으로 사라져 갔다.

“안녕!”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 속에는 여느 때와는 달리 그 우월감이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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