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는 지구의 메소포타미아에 처음 강림한 뒤로 인간들을 위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했왔습니다. <에이잭>은 이터널을 총지휘 했고, <세르시>는 농활에 필요한 기술을, <파스토스>는 기계와 과학을, <이카리스, 테나, 길가메시, 마카리, 킨고>는 데비안츠로부터 방어와 공격을, <스프라이트>는 마음의 풍요와 안정을, <드루이그>는... 대체 뭘했지??? 

 

 

이터널스는 아시다시피, 인류의 역사에 최소한의 개입만을 허락받고 있었습니다. 파스토스가 인류에게 '증기기관'을 주려고 했지만 너무 앞서간다는 말에 '쟁기'를 선물해 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러나 인간은 그리 착하기만한 생물이 아닙니다.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지적 생명체. 따라서 아마 일부의 인간들은 '쟁기'만으로 만족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 더 강력한 것'을 원했을 수 있죠. 

 

호이 = 둘리

 

그래서 일부 인간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고 이터널스의 우주모선 <도모>에 떼강도질을 하려고 플랜을 짜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전투캐들이 데비안츠를 물리쳐달라는 요청을 받고 멀리 출장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죠. 

 

 

자, 이러면 아무리 이터널스라도 빡치지 않을 수 없겠죠? 하지만 인간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이터널스가  폭력으로 상황을 진압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도모에 침입하는 것을 방관할 수도 없죠. 

그래서 리더' 에이잭은 <드루이그>를 시켜 <정신조작>을 통해 인간들의 <말>을 갈라놓습니다. 결국 의사소통이 안된 인간들은 <도모>침략을 실패하고 흩어집니다. 

 

그래서 결국 오늘날의 우리는 죽어라 외국어공부 하러 새벽부터 학원을 다니는 운명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는 리방원이고... 그래서 세종대왕님 만세~ 머 그런 겁니다. 

(그래서 이후로 인간들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땅 속에 숨겨둔 거라고 볼 수 있죠)

 

고대 바빌로니아의 '지구라트'의 유적

여호와께서 인생들의 쌓는 성과 대를 보시려고 강림하였더라. 여호화께서 가라사대,

"이 무리가 한 족속이여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케 하셨음이라.

- 창세기 11장 1~9 (스프라이트 각색)

 

 

이 장면은 이터널스가 메소포타미아에서 각자의 역할을 보여주는 데, <드루이그>의 역할이 너무 축약적이고 능력도 너무 보잘것 없이 표현되어서.. 만약 <저스티스 리그-스나이더 감독판> 처럼 시간제약을 최대한 풀고 과거 <이터널스>의 활약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면, 아마 이런 장면이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한번 넣어 봤습니다. 

 

"어? 그럼 혹시 <드루이그>의 모티브가 <바벨탑=혼돈>인가? 그래서 걔 성격이 이상했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렇게되면 <드루이그>가 진짜 XX라고 인증하는 셈이라 그냥 접었습니다. 

 

 

 

자, 그럼 워밍업은 이쯤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평소 언행이 싸가지없다보니, 언젠가는 동료들을 배신하는 빌런이 될거라고 도장받기 딱~! 좋지만, 사실 <드루이그>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지만 폭력을 싫어하며(비폭력), 이터널 중에서 가장 인간을 사랑하며, 진실(진리)을 꿰뚫어 보는, <자연주의자> 이자 <평화주의자>입니다! 

 

 






"오프닝때도 <스프라이트>보다 더 삐딱삐딱 재수같이 굴어놓고는..

이제와서 갑자기 인간을 가장 사랑했다고? 게다가 자연주의자에 평화주의자?"  


"대단한 힘을 가진 비폭력주의? 어이가 없네~?
 

니가 <킨고>만큼 물리공격 능력이 되니~

<스프라이트>처럼 회피능력이 있니~

아님 <에이잭>처럼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있니~ 

까놓고 말해서 이터널스 중에서 니 능력이 제일 '좆밥'이잖아?"

 

 


"누가 감히 <정신조작>을 좆밥이라 하느냐! 

정신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모르는 자는 빨갱이 사탄이다! 

아리솀 꼼짝마! 까불면 나한테 죽어!"



두 분의 싸움이 너무 치열하니 일단 다음으로 넘어가 계속 진행을 하겠습니다.

자, 그럼 아즈텍 멸망의 날로 돌아가 볼까요?

 

 

 

 

이 당시 <테나>의 폭주문제로 그녀의 처우를 놓고 고민이 생기는데, "치매"는 치료법이 없어서 기억을 '리셋'하는 것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온 삶을 죽는 거나 마찬가지라... 동료 이터널스도 찬성과 반대로 갈려서 잠시 논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이때의 찬반 갈등구조는 후반부에 <이머전스>를 놓고서도 그대로 재현됩니다. 

 

결국 <에이잭>은 <리더로서 최선의 방법>- '리셋'을 결정하는데, 이때 지금까지 별 존재감도 없이 먹방이나 찍던 꼽사리가 갑자기 뿜뿜(!)하기 시작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대충 상상+보충함) 

 

 

 

"지난 수 천년동안 우리가 애써 이룩한 도시가 이런 꼴로 무너지는 걸 지켜 본 게 몇 번인지 알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시키는 일이라면 난 무엇이든 했어!

당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젠 (사랑하는)가족의 기억마저도 이렇게 간단히 없애버린다고? 

아리솀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녀의 삶따윈 얼마든지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게 당신의 <본심>이야?! 

이제까지 충성을 바친 대가가 이거냐고!!!"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당신은 알고 있어?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해야 이 광기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

 

 

"아니,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아리솀에게 충성하는 것 외엔 관심도 없지.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야...

저 병사들처럼... 

그저 명령에 복종할 뿐..."

 

 

 

 

 "하지만, 이제 끝낼거야."

 

 

"날 막겠다면 차라리 죽여."

(이건 내 의지니까)

 

나무인형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깨우쳐 자유를 얻은 코가 큰 애

 

 

그렇게... (아마도?) 이터널스 역사에 최초의 반역자(!)가 된 <드루이그>는 사표를 내던진 뒤에, <지옥같은 아수라장>속으로 내려갑니다. <이터널이라는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인간들의 <새로운 신>이 된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정신조작>능력으로 인간들을 이끌고 그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납니다. (변형반전)

 

 

 

 

성경의 <출애굽기>에는 '선지자' <모세(Moses)>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뭐 이것도 다 아시는 유명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굳이 리뷰라서 짧게 설명해보자면...

 

열려라, 참깨~

 

모세는 당시 이집트의 노예인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파라오가 노예들의 인구조절을 위해 갓난아기를 학살하는 바람에, 강물로 신분을 세탁하고 파라오 집안의 양자로 기생하여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비밀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 모세가 알고보니 유대인 노예출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파라오는 그를 이집트에서 추방합니다. 그 후 모세는 사막을 떠돌며 양치기 생활을 하다가,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습니다. 

모세는 이집트로 돌아와 파라오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자유롭게 풀어달라고 요구하지만, 물론 씹힙니다. 결국 하느님의 이름으로 <10가지 재앙>을 이집트에 퍼붓게 되고, 파라오는 어쩔 수 없이 유대인 노예들을 풀어주게 됩니다. 그렇게 모세는 백성들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납니다. 

 

 

(1편에서 드루이그의 분량+존재감이 엄청나게 씹혔기 때문에.. 나중에 레벨업 된다면 <모세의 능력>을 사용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음.. 근데 모티브 체인지로 딴 캐릭터에게 넘어갈 가능성도..ㅠㅠ)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이터널스 최초의 반역>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리더 <에이잭>은 어떻게 수습할까요?

 

 

<에이잭>은 인간들을 이끌고 떠나가는 <드루이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이터널스에게 모두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라며 <장기포상휴가>를 줍니다. (테나는 길가메시가 책임지기로 함)

아마도 <드루이그>에게 설득된 듯 한데.. 시간이 문제인지, 각본이 문제인지, 아님 이 죽일놈의 편집이 문제인지.. 너무 압축되는 바람에 충분히 전달이 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아리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자신의 직권으로 이렇게 큰 사안을 결정해 버린 이유는... 만약 사실대로 보고했다간 '아리솀'이 <드루이그>를 처분하라고 명령을 내릴 것이 뻔했으니까요. 

 

그를 살릴 방법은 그것 뿐이었어..

 

근데 에이잭의 모티브가 <우정+화합+자비>라서 그랬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이게 상당히 위험한 게... 어떻게 보면 <에이잭>도 '아리솀'을 배신한 것이라 볼 수 있기때문에, 만약 나중에라도 들통난다면 자신 또한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드루이그>를 보호하다니! 대인배 에이잭! 진정한 우정과 자비의 리더로구나ㅜㅜ 지금까지 <무쓸모>라고 비하해서 미안해~ㅜㅜ 이렇게 훌륭한 리더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ㅠㅠ

 

 

근데, 6500년동안 출장근무 보내놓고 제대로 된 <포상휴가> 한 번 안주고 부려먹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아리솀' 인성 완전 쓰레기잖아...? 이터널스가 무슨 로봇이냐?? 

 

 

 

아무튼... 그렇게 아즈텍 문명은 멸망하고, 이터널스는 모두 흩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 살아가게 되지요. <그 때>가 오기 전까지...

 

아즈텍 함락

 

 

 

근데, 리뷰를 쓰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드루이그>가 <이터널=신>을 버리고, 인간들의 <또 다른 신=구세주>가 되는 부분이 <하나의 신화(종교)에서 또 다른 신화(종교)>로 다발적 파생되는 것을 상징>하는 것같다는 것이죠. 

"선 문명"이 "후 문명"에 영향을 주어 재탄생하는 것이 역사적 큰 흐름이지만, '같은 시대'에, '같은 신'을 믿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종교>로 갈라지는 것도 역사의 지류(支流)라 할 수 있으니까요. 

 

 

대표적 예를 들자면 '이슬람교'와 '기독교', '유대교'가 있습니다. (뭐, 유명한 사실이니 잘 아시겠지만...)

현재 '기독교+유대교'와 '이슬람교'가 굉장히 적대적인 상황에 놓여 있어서, 전혀 다른 종교라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따지고 보면 이슬람교'+'유대교+기독교'는 하나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지요.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은 아내가 오래도록 자식을 낳지 못하자, 시녀와 동침을 하여 <이스마엘>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 후 아내가 기적적으로 아들을 낳았고, 이 아이가 커서 토스트를 발명한 <이삭>이 되죠. 

장자 <이삭>은 예수의 선조이며, 

서자 <이스마엘>은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선조입니다.

(따지고 보면 성경은 하느님+예수 족보임. 그래서 만날 누가 누굴낳고.. 누굴낳고..낳고..)

 

에루살렘의 통곡의 벽

 

그래서 아브라함은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에서 모두 중요한 인물이고, <예루살렘>은 세 종교의 공통된 <성지>인데... 어차피 똑같은 신을 믿고 있는데도, 풍수지리적 격차가 큰 관계로 지난 몇 수 백년동안 철천지 웬수가 되어 <같은 신의 이름>을 외치면서 서로 죽고 죽여 온 것입니다. (글로벌 신좌의 난?)

(2차대전때, '기독교'를 믿는 일부가 독재자의 꼬임에 세뇌되어 '유대교'를 말살하려고 했던 적 있으니 니들도 도찐개찐.. 참.. 종교가 뭔지.. 인간은 또 뭔지.. 이래서 내가 무교임)

 

 

그러므로 <드루이그>의 아즈텍탈출 장면은 <같은 신>인데도 문화나 인간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종교로 갈라설 수 있으며, 그들이 서로 적대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으로도 해석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아즈텍 함락  → <테나>의 "치매"를 일으킴  → 이터널스끼리의 갈등  → <에이잭>독단으로 '리셋'결정 → <드루이그>가 <에이잭>에게 배신감 느낌 → 그래서 믿음 잃음 → 충성심도 사라짐 → 자율적 존재로 각성 → 인간들의 새로운 구세주(신)이 됨 → 이터널스 해체  

 

...라는 이 구도는 역사+종교의 함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다, 아즈텍 멸망이 이터널스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복선이므로, 조금이라도 더 제대로 소비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적 부분은 빠지더라도) 

 

영화의 줄거리상으로 봐도, <드루이그>의 각성이 있었기때문에 이터널스의 운명도 바뀌었고, 종국엔 지구의 운명까지 바뀌는... 말하자면 <운명의 전환점의 시작>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어느쪽으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은 거죠.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서사적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렸고.. 그러다보니 과거회상장면이 왜 들어갔나 싶고.. 그러다보니 영화가 날림이라는 인상을 주고... 이렇게까지 평가가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능...)

 

 

물론 이 복잡한 설정에 종교적 관점까지 끌어들이면 더 골치아프고 곤란할 수 있겠으나... (근데 신화도 어차피 그시대 종교걸랑?) 제가 보기엔 설정만 살짝 추가조정하고 메타포를 약간 곁들이면, 몇 가지 대사와 씬만 으로도 간접적으로 가벼운 의미전달은 충분할거 같지 말입니다..? 게다가 부족함으로 지적됐던 티키타카 코미디도 보충가능 하고...

(아님 이미 있었는데 시간상 팍팍 쳐냈을 수도 있고..)

 

 

어쨌든 조금만 더 시간을 들여서 <드루이그>가 분노하는 씬을 전체적으로 격렬한 감정이 요동치면서 긴장감으로 끌어올렸다가, 그가 지옥같은 아수라장으로 내려가, 인간들을 이끌고 떠나면서 비장하게 마무리되었어야 했는데...

대충 압축해서 감동 다 툭툭 짤라먹고 과거회상으로만 소비시켜 넘기느라.. 울 알바생의 열연(!)까지 날림으로 말아먹다니..! (아이고 아까워~ㅜㅜ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울 알바생을 사이코로 만들었어야 했냐?!) 

 

 

 

 

 

 

 

500년 후, 마침내 <그 때>가 왔습니다. 

이터널스는 지구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하나씩 다시 뭉치게 되고, 방법을 고민하다가 <드루이그>를 찾아가게 되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드루이그는 수 백년 동안 아마존에 짱박혀 있었습니다. 왜 그는 다른 이터널스와 달리 자유로운 삶을 살지 않았던 걸까요?

혹시, <장기포상휴가>를 얻었다는 사실을 혼자만 몰라서...?

 

소.. 손나.. 바카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사표냈음)

<길가메시>가 <테나>의 일로 뭔가 부탁했다는 걸 보면, 최소한의 교류는 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까요. 그럼 그는 밀림 속에서 지난 500년 동안 무엇을 한 걸까요? 

 

 

 

한 가지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가 고대 켈트족의 <제사장(Druid)>라는 것입니다. 

<제사장>이라는 것은 '신을 모시는 무당', '성직자'와 같습니다. 따라서 <드루이그>는 <충성과 신념이 깊은 인물>이며,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영매> 또는 <신의 대리인>의 속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사실 <드루이그>는 그 삐딱하고 시건방져 보이는 성격때문에 눈치채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오프닝에서 이미 <에이잭>의 명령에 복종하는 '충성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고, 폭력을 쓰는 인간에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징벌(셀프 싸다구)'을 내리는- <신의 대리인> 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갖고 논거 아님~ 벌준거임~ 근데 분량이ㅠㅠ 성격이ㅠㅠ)

 

 

따라서, <드루이그>의 임무는 무력을 사용해 인간들을 지키거나, 인간들의 생활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아닌... <스프라이트>처럼 인간들의 정신적인 풍요와 안정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비폭력? 평화주의자? 그런데 왜 성격이 저 모양야?

왜 자꾸 싸이코라고 오해를 받을 말과 행동을 골라하는 건데?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고~ 이게 시간+각본+편집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문제야?"

 

 

 

그의 '사이코'스런 기질은, 사실 <마카리=헤르메스>의 모티브인 <장사꾼의 수호신>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일종의 '부작용'입니다. (성직자-무당-영매+장사꾼=사비이) (변형x2) 

(저스티스 리그의 '사이보그'가 편집의 최대 피해자라면, 이터널스의 최대 피해자는 '드루이그'가 아닐지) 

 

 

 

 

이터널스들이 <드루이그>를 만나러 아마존에 찾아갔을 때, 그는 밀림 속에서 작은 마을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아즈텍 멸망의 날, 그가 이끌고 사라졌던 사람들과 함께 만든 마을이었죠. 물론 지금은 500년이 흘렀으니까, 그 후손들이라고 해야겠군요.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옛 전통방식 그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루이그>는 마을 사람들이 일체의 폭력과 문명의 나쁜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지난 500년 동안 계속 인간들을 지켰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드루이그의 말과 행동에서 워낙 삐딱한 냄새가 많이 나는지라... 그닥 믿음이 안가시죠?

그래서 지금부터 이 마을의 실체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먼저 한가지 짚어보자면, 그런 식으로 문명세계와 단절한 채 옛날 방식으로 살아가는 마을은 지금도 존재합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빌리지>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19세기의 한 작은 시골마을이 배경인데, 모두가 소박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곳이죠.  하지만 이 마을에는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바로 이 마을 자체가 위장된 가짜라는 것입니다.

현대문명의 잔인한 범죄와 마약, 물질만능주의 등등에 상처입은 피해자 가족들이 합의하여 넓은 부지를 매입하고, 그 땅의 깊은 산 속에 옛날 마을을 짓고 자급자족하면서 옛날 방식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어른들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호기심에 숲을 통과해 바깥세상으로 나가서 이 마을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질까봐, 거짓으로 <괴물>을 만들어내고는 주기적으로 공포를 심어주며 마을아이들을 통제해 온 것이었습니다. 

 

 

 

 

<드루이그>의 마을사람들은 흰색과 청색으로 된 옷을 입고 있는데, 이곳이 '청교도 공동체'와 비슷한 성질의 집단체제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즉,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세속과 단절한 채 극도의 절제와 깊은 신앙(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뜻이죠. 

 

 

물론 그 신앙(신념)은 <드루이그>가 심어주었을 겁니다. 그럼 그 신앙(신념)은 무엇일까요?

이 마을사람들은 500년동안 대를 이어 세대교체를 해왔을 테지만 <드루이그>는 젊음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을 테니까, 마을사람들은 그를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하고 있을까요? (킨고의 집사처럼)

<드루이그>는 그 음흉한 성격에 걸맞게 이곳에서 인간들의 정신을 맘대로 주무르며 500년간 사이비 교주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2번 보고 나니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먼저, '마을사람5'에게 드루이그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마을사람5'는 전혀 놀라거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 하면서, 그냥 옆집 사는 총각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대화를 했죠. 

"아, 걔? 알지. 근데 왜 찾아?" 뭐 이런 식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자신들이 모시는 <신의 친구>가 찾아왔는데, 그냥 길 잃은 낯선 여행자를 대하듯 별 관심이 없다...? <드루이그>가 이 마을에서 <신>으로 군림하고 있다면 절대 그런 반응이 나올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엔 어쩌면 이 마을 사람들은 <드루이그>가 '신적존재'라는 '사실자체'를 모르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영원한 젊음을 가진 이터널이 지구에서 수 백년을 살아가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사람이 없는 외진 장소에서 숨어산다. (에이잭, 마카리, 테나, 길가메시) 

2. 인간들이 눈치 못 채도록 정기적으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산다. (세르시, 스프라이트, 이카리스?) 

3. 믿을 만한 인간에게 정체를 밝히고 도움을 받는다. (킨고, 파스토스) 

 

드루이그는 언뜻 보기엔 3번과 비슷하지만.. 제 생각엔 좀 다릅니다.

일단 그의 상황을 보자면, 그는 창조주 '아리솀'을 <배신>하고 <금기>를 깨면서까지 인간을 구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구한 인간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므로 이 마을을 떠날 수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이터널>라는 것을 밝히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을사람 5를 보면)

왜냐하면, 그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한 채 한 곳에서 500년을 살고 있고, 마을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인간들은 그를 <신>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킨고의 집사처럼) 

 

그런데 전 이 영화 속에서 <드루이그>가 마을에서 뭔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다던가, 뭔가 특별한 호칭으로 불린다던가, 뭔가 특별한 존경을 받는 장면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마을의 젊은촌장' 정도?

(물론 제 생각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편집으로 짤렸을 수 있지만 전 제가 본 것만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때문에..) 

 

그렇다면 그는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4. <정신조작>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조작하여 함께 살아간다.

 

그는 <킨고>처럼 대놓고 나서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인간들 속에서 평범하고 조용히 섞여서 지내고 싶었을 거라고 보겠습니다. 그러려면 자신이 영원한 젊음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감춰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정신조작>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그래서 이터널스가 단체방문 했을 때, <자신과 친구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마을사람 모두의 정신을 <필요에 의해 조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론, 그들이 속세의 때를 가지고 들어온 외부인이라 애초에 방문자체가 반갑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기심많은 마을아이들이 영향이라도 받으면 애써 일군 안정이 깨지니까, 일단 이들이 찾아 온 목적을 알기 전까지는 <마을사람들의 정신을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마을사람들이 <드루이그>나 그의 친구들을 <신>으로 모시며 찬양+찬미하며 호화로운 진수성찬을 대접한다던가... 또는 뭔가 사이비 특유의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나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던가...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평온하게 평소처럼 자신들의 할 일을 하며 살아가면서, 소박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스러운 <손님맞이>를 했지요. 

전 이 마을의 모습에서, 이터널스가 처음 지구에 도착했을 당시의 메소포타미아가 생각났습니다. 현대의 물질만능주의의 '더러운 때'를 느낄 수 없는 원초적인 순수함이 느껴졌습니다. 

 

 

 

<드루이그>가 처음 등장한 곳은 마을의 <예배당>같은 분위기의 수수한 목조 건물입니다.  

즉, 평소에도 이곳에서 지낸다는 것인데,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내부가 정말 삭막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냥 앞에 연단 하나가 있고,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긴의자가 양쪽에 몇 줄 늘어서 있을 뿐, 인테리어가 완전 꽝이죠.

(올리버 크롬웰 같은 극도의 청빈함을 느낄 수 있음. 이터널은 잠도 안자나??)

 

그리고 이 예배당에는 상당히 독특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예배당 내부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입니다. 

 

 

보통 건물을 지을 때는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기 위해 방해가 되는 나무는 잘라버립니다. 하지만 이 예배당 안에는 나무가 그냥 예배당 내부를 기둥처럼 관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배당을 처음 세울 때부터, 나무를 그냥 건물의 일부로써 포용하는 식으로 애초에 지었던 것입니다. 

 

나무 한 그루조차 함부로 베어내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품으며 지어진 예배당. 이것 하나만 봐도 그가 어떤 사상을 가진 인물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드루이그가 교활한 사이코패스라면, 겉으로는 청빈한 척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사이비는 보통 공식적으로는 청빈한 척 자신의 모습을 속이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욕망을 분출시킬 방법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것이 호화로운 비밀 별장이든, 변태적인 가학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은밀한 지하실이든.. 자신의 어두운 면을 어떤 방법으로든 드러냅니다. 

 

그러나, 세상과 격리되어 수 백 년간 자급자족해 온 이런 오지마을에서는 굳이 청빈한 척 주위사람들을 속일 필요가 없습니다. 

 

제발 그 음흉하고 삐딱해보이는 표정 좀 어떻게 안되겠니..;;;;;;

 

만약 <드루이그>가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호화로운 황금궁전을 짓게 하고, 그곳에서 마을여자들을 옆에 끼고 온갖 추잡한 짓을 한다고 해도, 마을사람들은 절대 저항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드루이그>는 영원한 젊음을 유지한 채 500년간 살아 온 <신>이며, 그가 하는 모든 일은 그저 <신의 뜻>이니까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단순히 인간을 조종하는데서 희열을 느끼는 '싸이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길가메시의 장례식 후, 그는 <세르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아즈텍에서 떠난 후에, 인간들의 마음을 모두 '리셋'시켜 버릴까 생각했었다고. 그들의 미움, 분노, 증오 같은 것을 없애버리면 자신이 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그런 게 없으면 인간이 아니니까, 하지 않았다고.  (기억이 가물가물~@,,@) 

 

 

<드루이그>는 창조주인 '아리솀'의 <금기>를 깨고 <이터널스 최초의 반역자>가 되면서까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인간들의 무자비한 학살을 막았으며, 그 지옥같은 아수라장 속을 헤치며 인간들을 구제하고 인도하여 이곳, 평화로운 안식처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불교에는 <인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서, 지옥에서 인간을 구제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신>이 있습니다. 바로 <지장보살(地藏菩薩)>입니다. 

 

나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날이 올 때까지..

 

드루이그는 아즈텍이 멸망할 때 아즈텍인 뿐만 아니라, '학살을 자행하던 스페인군인까지 함께'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때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후손들'인 것이죠. 

그래서 초기의 사람들은 <드루이그>가 설파하는 <비폭력, 진실, 평화>이라는 그의 신념(신앙)에 <교화>되어 이곳에 왔다고 생각됩니다. 

 

<그 지옥같은 아수라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의 말씀인데 거부할 리가 없었겠죠. 그래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화해하고 용서하고 참회하며 문명과 인연을 끊고 대를 이어 깊은 밀림 속에서 그의 신앙(신념)을 계속 이어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도 신화의 <바루나(वरुण)>는 원래 미트라(태양신)와 함께 다르마(자연법의 개념)의 원형인 '리타'를 유지하면서 인간의 행위를 감시하고 상벌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신입니다. 낮에는 미트라(태양신)이 인간을 지배하고, 밤에는 바루나가 인간을 지배하지요. 

 

그리고 이것은 아즈텍이 멸망할 때- <드루이그>가 대낮이 아니라, '굳이 밤에' 인간들을 조종하여 이끌고 사라지는 것으로 연출되어, 밤을 지배한다는 <바루나>의 속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오프닝에서 서로 싸우는 인간들을 셀프따귀 때리게 한 것도 밤이었음)

 

 

 

 

따라서 이 마을은 <드루이그>가 바랐던- 폭력이 없는(비폭력)세상, 거짓과 부정함이 없는, 선함과 진실만이 존재하는- 태초의 인간(메소포타미아)이 품고 있던 수순함으로 되돌리고 싶다는- 그의 이상을 현실화한 장소인 것입니다. 

 

 

아 참, 앞서 제가 <에이잭>이 수메르와 바빌로니아 신화의 <안(An)>이라는 최고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했었죠? 그리고 그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럼 생각해 봅시다.

인간을 사랑한 나머지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금기>를 깨면서까지 인간을 도와 준 <신>은?

 

 

 

 

그렇습니다. 드루이그의 또 다른 모티브는 바로 <프로메테우스>입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은 '먼저 아는 자' 즉, '선지자'라는 뜻임)

 

신들의 법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생명)>을 가져다 준 고마운 신. 

그로 인해 산꼭대기에 묶여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아야 했던 비운의 신.

(아.. 글고보니 세르시, 파스토스, 킨고.. 잡혀갔는데..ㅜ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자신의 원하는 비밀 한 가지만 알려주면 용서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는 스스로 계속 벌을 받는 길을 택했죠. 그렇게 그는 3천년을 묶인 채 고통을 받았습니다. (다른 전승에는 바위에 묶인채 그대로 산이 되었다고 함)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의 시그니처 포즈는 '두 손을 허리 뒤에 뒷짐지기' 입니다. 마치 숭고한 의무를 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죠. 옷도 카톨릭 신부삘. 근데 꼬라지는 영락없는 사이비 교주삘;;;)


 

이렇게 죽 쓰고 보니, 어찌보면 이터널스 중에서 가장 인간을 사랑한 것은 <세르시>가 아니라, <드루이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이터널스는 아즈텍 이후 모두 자신의 삶을 찾아 갔지만, 그 자신은 사표를 내고 떠났음에도 여전히 이터널의 탄생목적- 인간을 보호하고 지킨다+ 인간의 정신적 안정(비폭력+평화)을 추구한다는 <임무>를 버리지 않고 계속 수행해 오고 있었으니까요. (좀 삐딱하기는 해도)

 

그러니까... 자신이 구제한 인간들이 현대문명의 죄악에 물들어 타락하지 않도록 책임지느라, 그는 500년 동안 이 공동체를 지키며 스스로 유폐생활을 해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이니까요. (변형

 

 

다만, 이번엔 지난번과 달리 <인간의 삶에 개입해서라도 비폭력+정신적 안정을 추구한다>라는 방식을 취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이터널스였을 때, "<금기>를 지켜서 '인간의 삶에 개입을 안했기 때문에' 인간들이 타락했다"고 믿고 이번엔 반대로 해보자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즉, <보이지 않는 신으로서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것>만이 인간이 폭력에 물들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라고 생각했을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나, "마을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신념)에 어긋나는 잘못을 저지를 때", 또는 "마을의 평화를 깨는 외부상황의 개입"이 벌어졌을 때는 자신이 <정신조작>을 통해 질서를 바로잡는다- 라는 나름의 규칙을 두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잠깐! 데비안츠 무리가 마을을 습격했을 때, 인간들을 조종해서 방패막이로 쓴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 비폭력+평화주의자 라는 녀석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일단 먼저, 데비안츠 무리가 습격했을 당시의 상황을 보자면.. <드루이그>는 인간들을 방패막이로 내 몬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그것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마을엔 <세르시, 스프라이트, 킨고> 뿐이었습니다. <이카리스>는 강제 공중전 중이었고, <길가메시, 테나>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홀짝놀이를 하다가 데비안츠와 전투 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킨고>만 제외하면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죠. (근데 하필 전투캐 중에서 킨고가 제일 약함)

 

그리고 진화한 데비안츠가 영리하게도 이터널스를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 것도 문제였습니다. (에이잭의 기억을 흡수했으므로, 이터널스의 개인능력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위협이 되는 이카리스를 먼저 무리에서 떼어 놓은 것, 그리고 이터널스를 위협하기 위해 인간들을 미끼로 협박한 것, 이카리스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머리를 짖누른 것 등)

 

 

그런데다 <드루이그>는 성직자 캐릭터라 전투능력은 커녕, 회피능력이나 방어능력 조차도 없습니다. (언뜻 화려해 보이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전에서는 ㅈ..아니 무쓸모..-.-;;;)

그래서 평범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장총들고 싸우다 죽을 뻔 했죠. 한 마디로 그 당시 상황이 아주x아주 불리했습니다. (저 당시엔 세르시의 레벨업을 미처 몰랐음)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데비안츠가 단 한마리라도 예배당을 공격한다면 어떻게될까요?

이 안에 대피 중인 아이들은 몰살당합니다. (세르시가 나무집을 돌집로 바꾸긴 했지만 애초에 얇은 나무판으로 지어진 거니까, 데비안츠 발길질만 해도..) 

 

그러니까, <드루이그>입장에는 <이카리스, 길가메시, 테나>가 돌아올 때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비안츠를 막아서 시간을 벌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차피 시간벌기에 불과하더라도 인간들의 힘을 이용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리의 지도자로서, 다소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전체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최악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리더의 선택> 

 

 

그런데, 여기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마을은 물질만능주의와 범죄로 타락한 현대문명의 더러운 때가 묻지 않도록, 폭력과 거짓, 부정함이 없는, 인간의 원초적인 순수함만을 추구하여 만든- <드루이그>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킨 곳입니다. 

따라서, 이 마을사람들에게 <폭력>이란 <죄악>인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두 총을 들고 싸워라!" 라고 명령한다면, 그게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까요?

 

 

평생 싸움이나 폭력을 모르고 살아 온 사람들에게 전투를 시키려면 강제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드루이그>는 마을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여, 강제로 데비안츠와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아를 빼앗기다보니 방어도 전혀 안되고, 그냥 자동로봇처럼 총만 쏘게 하다보니 희생자가 생겨났던 것입니다. 

(어쩌면 드루이그 본인이 전투캐가 아니라서 전략도 뭐도 없고 그냥 이렇게 싸우는 말고는 생각 못했던 게 아닌가.. 싶음. 만약 <이카리스>가 <정신조작>능력으로 인간들을 전략적으로 조정했다면...)

 

 

"잠깐, 평화와 비폭력을 추구한다면서 총은 왜 있는거지?"

 

아마존에는 위험한 맹수가 많으니까 일상생활에 총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사냥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외부인이나 다른 원주민 부족의 침략이나 오해로 인한 분쟁에 휘말렸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방어용일 수도 있고요. 

 

 

 

 

 

 

앞에서 제가 이 마을이 <드루이그>가 바랐던- 폭력이 없는(비폭력)세상, 거짓과 부정함이 없는, 선함과 진실만이 존재하는- 그의 이상을 현실화한 장소. 라고 했는데... 

이미 눈치채셨다시피, 여기엔 한 가지 모순이 존재합니다. 

 

 

혹시 뉴스에서 끔직하고 흉악한 사건사고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번 쯤은 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문제가 많다. 진짜 신이 존재한다면, 저 파렴치한 인간에게 알맞는 징벌을 내렸을 것이다. 인간이 만든 법으로는 저 악인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니, 너무 화가난다. 누군가 초월적인 힘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자, 이 마을은 바로 그것이 현실로 존재하는 마을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인공생태계 프로젝트 '바이오스피어2'가 준 교훈 - 인간은 어디에 있더라도 반드시 파벌로 나뉘어 싸울 것이다

 

아이가 아이인 이유는 사고를 치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아이가 아닙니다.

어른이라 할지라도 항상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이상- 아무리 교화하고 가르치더라도- 언젠가는, 어디선가는, 어떤 이유로든, 서로 간에 다툼이나 미움,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 생겨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드루이그>는 그것을 500년동안 거의 완벽하게 통제했습니다.

바로 <자신=신><초월적 개입>을 통해서 인간의 의지를 통제하고 제한했기 때문이죠. 

처음 이 마을을 이룰 때는 인간들이 자신의 신념(신앙)에 교화되어 잘 따랐을 테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대교체를 하다보면 그 의미가 퇴색되거나 변질될 수 있는 것이 '종교'의 헛점입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정신조작>을 통해 마을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게>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신앙)을 따르도록 했죠.

만약 자신이 손을 뗀다면- <신의 개입>이 사라진다면- 그 순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 이 소중한 마을이 사라질까봐 두려웠으니까요. 

 

 

500년 전 아즈텍이 멸망할 때, 에이잭은 대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테나>의 기억을 지우려했습니다.

그런데 데비안츠가 습격한 그날, 그는 다소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전체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라는- <리더로서 최선의 방법>을 고스란히 따라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전 <드루이그>가 비로소 그 마을을 떠날 결심을 한 이유가- (편집으로 삭제된 부분으로 추정함) 

<에이잭>을 비난했던 자신이, 결국 똑같은 짓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의도나 목적이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인간들의 의지를 묶어두었으니까요. 

 

 

그럼 이제 <신의 개입>이 사라진 마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예전의 그 모습을 유지하며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요? 데비안츠를 피해 달아났던 마을 사람들은 다시 스스로의 의지로 마을로 돌아올까요?

글쎄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의지에 달린 것이겠죠. 

<드루이그>가 <에이잭>을 떠난 것처럼. 

 

어른이 되는 거지.. 너도..

 

 

 

"그렇다면 <드루이그>는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꾸었던 건가요?

인간이 인간인 이상, 그런 이상적인 세계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 테니까..."

 

 

앞서 제가, 아즈텍 멸망의 상황을 <지옥같은 아수라장>이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아수라장>이란, 불교의 악신 <아수라(阿修羅)>에서 온 말입니다. <아수라>는 천신<제석천>과 전쟁을 벌였는데, 이 전쟁터가 <아수라장>이며, 곧 <지옥>으로 여겨진 것입니다.

 

 

이때, 인간이 선행을 하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이기고, 악행을 행하면 불의(不義)가 만연하여 아수라의 힘이 강해지는데- 이것은 결국 아수라(阿修羅)를 물리치는 것은 '인간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드루이그>가 사라지고 없더라도, 그때 마을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버렸더라도...

언젠가 세월이 흘렀을 때, 현대문명의 이기주의에 상처입고 지친 누군가가 이 마을에서 평온했던 추억을 떠올리고, 다시 돌아오는 일이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 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신의 개입>없이, 인간들 스스로 이상적인 세계를 일구어 낼 수도 있겠지요. 

그것 역시 인간의 의지니까요. 

 

 

 

 

"잠깐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읍시다.

당신은 <드루이그>가 아마존을 500년간 떠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럼 <길가메시>가 어떻게 <테나>를 재워달라는 부탁을 했던 거죠?

그리고 인터넷이나 조회수같은 세속적인 것을 그가 어떻게 알고 있었습니까?" 

 

 

그것은 아마도... 드루이그의 속성이 <제사장=영매> 인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마을사람5'에게 사용했던 방법과 같이... 그의 몸은 아마존에 있지만, 정신을 다른 사람에게 빙의시켜 때때로 마을 밖의 상황을 파악하기도 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돌아다녀보기도 하고.. 뭐 그런 식으로 필요할 때마다 써먹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분명 대단한 능력인데 순 나쁜쪽으로만 보여진 능력이네요. ㅜㅜ)

 

 

 

그럼, 여기에서 <드루이그>의 모티브 분석을 마치겠습니다. 어쩌다보니 아주 제멋대로인데다~ 대책없이 좍좍 늘어진~ 이 리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길어져서 3부작으로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올림;;;;;)

 

 

 

 

아 참, 한가지 빼먹었네요. <드루이그>가 <마카리>한테서 <사기꾼의 모티브>를 받았으면, 그도 <마카리>한테 준 게 있겠죠? 

 

 

바로 <마음>입니다. (아무래도 줬다기 보다는 훔쳐간 거 같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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