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먼저 영화를 소개하자면,
주요 인물이 3명인데요,
나름 전통있는 기숙학교로 보이는 이 바튼 아카데미의 명물(?) 고집불통 역사선생 허넘,
이 학교의 학생과 선생님들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조리사 메리 아줌마,
기생수 더 그레이 헐리웃 리메이크의 주인공으로 나올 것 같은 촉법소년 앵거스 (얘 땜에 저혈압이 나았습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잔잔하고 무심한 듯 흘러가요. 하지만 그 수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조금씩 젖어들다가, 서서히 잠겨들다가, 점점 깊이 빨려들어가게 되지요.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영화의 배경이 1970년대라서 그 시절의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주 좋았지만,
저는 마지막 즈음에 나왔던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中 <Ombra Mai Fu>가 너무 좋았어요.
헨델의 <세르세(Serse)>는 특이하게도 중동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입니다.
이 오페라의 첫 장면은 중동의 한 나라의 왕궁 정원입니다. 이 왕궁 정원에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주인공인 왕 '세르세'가 나오면서 이 나무 그늘을 칭찬하는 곡으로 시작합니다.

아시다시피, 중동같은 사막기후는 물이 귀하기 때문에 나무를 기르기가 쉽지 않죠. 수려한 나무그늘을 만들 정도로 큰 나무는 더욱. 그래서 사막에서 자라는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나무와 그 그늘은 보통의 국민은 누릴 수 없는, 왕이 가진 특권과 호사를 상징합니다. (리산 알 가입!)
그렇게 헨델의 오페라는 이 곡으로 시작하지만, 영화에서는 마지막 즈음에 나옵니다.

허넘선생은 역사교수죠.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는 종종 지중해와 중동지역에 관련된 고대의 역사 이야기들, 고대의 왕에 대한 이야기들이 언급됩니다. (제가 클래식도 좋아하지만 역사도 좋아해서리 이 교수님 넘 좋앙)
그리고 허넘선생은 이 바튼 아카데미에서 방학동안 왕으로 군림(?)했죠.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길고 긴, 어쩌면 영원한 휴식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바로 그 장면에서 이 곡이 흘러나옵니다.
좋아하는 곡이 너무나 적절한 선곡으로 흘러나와서 감탄했습니다. (감독님, 이 곡 쓰려고 역사교수로 설정한 거 아님?)
사막의 자비로운 왕 '세르세' = 한겨울 바튼 아카데미의 '허넘교수'는 그렇게 자신의 고물차에 이동식 주거지 '카라반'을 달고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카라반은 원래 고대부터 낙타를 타고 사막을 여행하는 상인들을 지칭하는 것이니..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비유와 연출인가!

팬텀싱어 시즌3의 우승팀 '라포엠'의 카운터테너 최성훈 버전
*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곡이라서, 그냥 혼자 멋대로 '오대산 약수터 아리아' 라고 부릅니다. (어차피 딱히 제목도 정해진 거 없어서 (헨델의 '라르고'(아주 느리게)라고 불렀으니까~ 호호)
언젠가 휴대폰은 잠시 꺼두시고, 오대산 선재길을 슬슬 지나, 약수터에 올라서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오색약수를 마시며 한 숨 천천히 돌리면서 이 곡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ㅋㅋ

아 참, 이 오페라의 주인공 '세르세'는 사실 실존인물이라고 해요.
이분의 이름을 유럽의 문화권에서는 '세르세'라고 발음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카이사르=시저)
그럼 이 헨델의 오페라의 주인공이자, 아름다운 중동사막의 관대하고 자비로운 왕 '세르세'는 과연 누구일까요?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 크세스(Xerxēs) -> 세르세(Serse)

네. 그렇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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