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개 재판
아서가 무죄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은 어릴 때 아동학대를 당해 정신병을 앓게 된 피해자고, 그로 인해 다른 인격=조커가 튀어나와 살인을 저질렀으니 자신은 무죄이며, 현재 약을 먹고 치료를 잘 받아서 더 이상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
라는 논리를 법정에서 주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이 재판이 TV로 생중계되는 <공개재판>이라는 겁니다.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는 예수의 재판부터 사망까지의 과정을 엄청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입니다.
https://youtu.be/XlqN_Ob2PNU?si=tsw6BwM16IznKqvj
(영화관에서 곡소리가 많이 났다죠. 아이고 주여~~ㅠㅠㅠㅠ)
만약 누군가가 술마시고 밤중에 골목길에서 급똥을 싸다가 나자빠지는 장면이 CCTV에 찍혀 다음날 뉴스에 나왔다면?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지겠죠. 절대 없앨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치욕적인 자신의 영상이 SNS에서 영.원.히. 돌고 돌고 돌테니까요. 어쩌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우울증에 걸려 자살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서의 공개재판에서는 검사측 뿐만 아니라, 변호측까지... 모두가 최선을 다해 아서가 살아 온 모든 과거- 직장생활부터 비밀스런 일기장, 성적인 부분까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생방송으로 가차없이 뒤집어 까발려집니다.
이것은 아서에게는 정말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이웃집 소피에게 자신에 대해 했다는 말들은 아서의 정신을 한계로 몰아가게 됩니다.
조커는 나야 (The Joker)
https://youtu.be/pMXRj-9QwYs?si=fgUH7S5aFQ2eN5U8
There's always a joker in the pack There's always a lonely clown The poor laughing fool falls on his back And everyone laughs when he's down There's always a funny man in the game But he's only funny by mistake And everyone laughs at him just the same They don't see his lonely heart break They don't care as long as there is a jester Just a fool, as foolish as he can be There's always a joker, that's the rule But fate deals the hand that I see The joker is me |
무리 속에는 항상 조커같은 놈이 있지 항상 외로운 광대같은 놈이 가난한 코미디언이 뒤로 나자빠지면 모두가 웃어대지 게임 속에는 항상 웃긴 놈이 있어 그는 실수로만 웃기지만 모두가 그를 보고 비웃어 그들은 그의 외로운 마음의 상처를 보지 못하거든 광대하나만 있으면 괘찮아 그냥 멍청한, 바보같은 놈 조커같은 놈이 있어야 돼, 그게 규칙이야 그 운명을 좌지우지 갖고 노는 거지 그 조커가 바로 나야 |
결국 아서는 마치 잔혹한 고문같은 이 상황을 참지 못하고 망상 속으로 도망쳐 법정안에서 깽판을 치다가 (정신적)자살을 시도합니다. (권총으로 헤드샷)
그리고 마침내 주도권을 차지하게 된 조커는 변호사를 해고하고 자기가 스스로 변호를 하겠다고 공언하게 됩니다.
조커의 화려한 재등장에 추종자들은 (아캄의 죄수들 포함) 환호하고 이후 조커와 할리퀸의 망상+사랑+광기의 불길은 더욱 서로를 휘감으며 거세게 타오르게 됩니다. (폴리아되)
조커는 아캄수용소로 돌아와 환호하는 죄수들 사이에서 기쁨을 만끽합니다. 그가 탁자 위로 올라서기만 해도 <성자들이 행진할 때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가 울려퍼지며 죄수들의 통제가 어려워지는 모습을 통해, 만약 조커가 자유를 얻는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5. 개리와 죄수
이후부터 재판정에서 변호인의 권리=조커의 복장을 하고 자신을 변호하게 되는데, 이것은 조커가 자신의 <껍질>을 되찾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재판은 막바지, 검찰측의 마지막 증인 <개리 퍼들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1편에 나왔던, 아서와 함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외소증 코미디언입니다. 아서가 해고된 원인- 총을 떠넘겨 해고당하게 만든 랜들을 잔혹하게 살해할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인이죠.
참고로, 1편에서 개리는 아서의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듣고 집까지 찾아와 진심으로 그를 걱정해주고, 직장에서 그를 속이거나 조롱하지도 않았던, 있는 그대로의 아서를 아껴주었던, 단 한 사람이 있었죠.
같이 왔던 랜들은 아서를 위로하러 온게 아니라, 형사들이 찾아와서 권총의 출처에 대해 캐고 다니자, 우리가 말을 맟춰야하지 않겠냐며 아서에게 뒤집어 씌울 속셈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개리가 소심하게 법정의 문을 열고 한참을 종종종 걸어들어와 증인석에 놓여진 책을 깔고 앉은은 후, 선서를 하는 모습까지의 긴 호흡을 거의 끊지 않고 길고 자세하게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법정(극장) 안에 누군가는 그 외모를 보고 킥킥 대느라 모르겠지만 말이죠.)
조커는 시작부터 그의 이름을 가지고 조롱하고 논쟁을 벌입니다.
(이때 조커의 목소리가 누군가를 흉내내듯이 좀 걸걸한데, 호아킨이 아서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한 것 같음)

랜들은 나쁜놈이었다
그래도 죽임당할 정도는 아니었어
내가 고통을 받았든 말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잖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지금 누구같아 보여?
넌 조커야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었어. 지금도 모두가 날 구경거리로만 여기고 있지. 이 썩어빠진 세상 모두 (교도관 포함) 마구x심한x욕설~~~ 난 이제 자유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ㅜㅜ
무슨 소리야, 난 너한테 잘 해줬잖아. 그날도 약속대로 그냥 보내줬는데.
넌 지금 나에게 상처주고 있어.ㅠㅠ 지금 난 너 땜에 너무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단 말이야. 지금 넌 너무 무서워. 그래서 내 자신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ㅠㅠ
아이고 그러셔요~?
아서, 왜 이렇게 된거야? 넌 직장에서 날 조롱하지 않았던 단 한 사람이이었어! 내게 아주 잘 대해줬던 좋은 사람이었다고! ㅠㅠㅠㅠ
개리의 말에 당황한 조커는 증인심문을 급하게 끝내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변론을 날려버리는 악수를 둡니다.
조커가 당황을 하다니? 어째면 그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아서의 인생은 비극이었으며,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고, 아무도 그에게 친절하지 않았으며, 그의 편은 하나도 없었다고, 혼자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죽어라 미친 발버둥을 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개리의 말을 듣는 순간, 뒤늦게 깨달았던 게 아닐까요?
이 썪어빠진 고담시에서 평생 비참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아서에겐 작고 볼품없어도 소중한, 단 하나의 <친구=양심>이 오래전부터 그의 곁에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광기에 휘둘려 저 혼자 ㅈㄹ발광하느라 깨닫지 못했을 뿐...
(1편 리뷰에서 제가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6. 아서인가? 조커인가?
조커가 아캄수용소로 돌아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건 잔뜩 독이 오른 교도관들이었죠. (그렇게 욕을 해댔으니)
그런데 교도관들에게 짐승처럼 끌려가며 이리저리 내동댕이 쳐지고, 사정없이 쳐맞는 상황에서도 그는 절대 기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진맥진한 상태로 끌려가면서도 교도관의 뺨을 때리질 않나,
"우리 엄마한테 왜 거지같은 놈들만 만나냐고 물어보니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내가 원래 개를 좋아하잖아'"
심지어 성폭행을 암시하는 상황에서도, "자기야, 술 한잔도 안사주고 이러기야?" 라는 조크를 쳤죠.
왜냐하면,

떡이 되도록 쳐맞으면서도 깔깔대며 웃는 놈,
육체적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미친 그 놈이,
바로 조커(The Joker)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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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이 샤워실로 끌고가서
"저 놈 옷 다 벗겨!" 라고 하자,
갑자기 비명을 지릅니다.

"NOoo!!"
영화관에서 볼 때는 그냥 아서가 고문당하는 장면이라 너무 끔찍하고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리뷰를 쓰다 보니... "어라...? 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조.커.가. 공.포.를. 느.낀.다.고?
그래서 저는 고민 했습니다.

토드 필립스가 생각하는 조커의 익힘 정도는......?

그리고 마침내 결론에 도달했죠.
어떤 육체적 고통도
조커에게서 웃음을 빼앗지 못한다.
그러나
<광기의 껍질>을 벗기면,
아서만 남는다.
그런데 이때 지능이 모자란 <죄수>가 아서가 고문당한 것을 알고 항의하면서 <성자들이 행진할 때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를 부르다가 교도관들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심정지가 발생합니다.
그때 아서는 혹독한 폭행을 당해서 방에 팽개쳐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그가 죽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만 했죠.
그리고 <이름 없는 죄수>의 죽음은 아서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그 <죄수>는 아캄수용소안에서 아서의 단 하나의 <친구=비양심>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영화 앞부분에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할 때를 떠올려 보면, 아서는 조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조커랑 대회하느냐, 조커일때 의식이 있었느냐," 이런 질문들을 하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하거든요. 그냥 멍하니 딴소리만 하고 있죠.
그러다 <죄수=비양심>이 살해당할 때에야 비로소 광기의 존재를 느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감독은 <죄수>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소리로만 들려주면서 화면은 아서를 천천히 클로즈업하면서 눈동자가 충격으로 점점 커지다 마침내 전율하는 모습을 길게 잡아주는데, 이것은 아서의 <자각과 공포>을 상징하는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아킨 연기가 정말..ㄷㄷㄷ)
<마태복음 25장>
눈뜨라 부르는 소리 있도다(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 요한 세바스찬 바흐 칸타타 140번
https://youtu.be/KSgtJ3iAfWE?si=sQyr3znJQI7_rE9Y&t=30 (영화엔 안나와요)
2편에서, <개리>와, <죄수>는 각각 양쪽 사회에서 아서의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모두 장애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은, 아서가 어떤 사회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부족한 인물>임을 암시하는 장치라고 봅니다.
또한 <광기에 씌인 인물>에 의해 <비양심>이 잡아먹히는 이 구조는, 아서의 결말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암흑 속에서 1편의 회상장면(비하인드)이 나오는데, 지하철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화장실에 숨어서 춤을 췄던 그 화장실 장면입니다.

여기서 아서는 (춤을 춘 후에), 화장실의 세면대에서 물로 세수를 하면서 분장을 지웁니다. (세례를 통해 광기를 씻어냄)
즉, 이제 <조커의 쇼(That's Entertainment)>는 끝나고, <아서의 부활>을 암시하는 것이죠.

<마가복음 15장>
군인들이 예수를 끌고 뜰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모으고
예수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나서 가시관을 엮어 씌우고
경례하면서 말하길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갈대로 그의 머리를 때리고 침을 뱉으며 꿇어 절하더라
희롱을 다 한 후 자색 옷을 벗기고 다시 그의 옷을 입힌 후에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 (후략)
7. 아서의 부활
드디어 <부모를 죽인 비극 속 왕>에 대한 마지막 쇼가 시작됩니다.
아서는 분장을 하고 있지만 조커의 껍질이 아닌, 아서가 처음 재판 때 입었던 갈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법정 안에 존재하는 것은 <아서>입니다.
이제 그는 배심원들 앞에서 울먹이며 최후의 변론을 합니다. (조커는 절대 울지 않음)

"조커는 없다."
게다가 어머니를 죽인 죄까지 전부 털어 놓으며 눈물로 참회합니다.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새로 태어나고 싶소."
<마태복음 24장>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마태복음 16장>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중략)
많은 고난을 받아 죽임당하고 삼일 후에 살아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
자신 안에 숨어 있는 광기를 자각해버린 아서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봐야죠.
만약 자신이 유죄를 인정하지 않으면무죄로 풀려날 것이고, 조커가 자유를 얻는다면 <성자들이 행진할 때>, 자신의 유일한 친구마저 광기에 의해 살해당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도시는 분노와 파괴로 가득차 끝없는 카오스가 펼쳐지는 세상으로..)
그리고 또한 중요한 부분은, 처음엔 정당방위였지만
결국엔 분노에 휩싸여 자신을 폭행한 '3마리'를 모두 쏴죽인 것과 (사회에 대한 복수), (조커지수 30%)
평생 자신을 학대한 '어머니'와, (개인적 복수) (조커지수 50%)
자신을 조롱하고 죄를 뒤집어 씌운 '랜들'을 죽인 것은 (개인적 복수), ( 조커지수 70%)
바로 <아서>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쇼에 끌어내 조롱한 머레이는 (개인적 복수) (조커지수 90%)
저는 1편에서 어머니를 죽인 일이 아서의 트리거가 되어 어머니의 속박에서 벗어나 조커로 각성했다고 리뷰했었습니다.
그리고 2편의 설정까지 참고한 결과... 조커의 껍질을 입지 않았을 때의 살인은 아서가 한 짓이라고 봅니다.
(마스크보다 껍질이 핵심)
그래서 아서는 죽음을 각오한 채 자신의 <단 하나의 친구>를 위해, 죄값을 받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조커를 2번 봤는데 처음에 볼 때랑 두번째 볼때랑 자막이 약간 차이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자막에서는 개리가 너 그렇게 살지마라.고 충고했음.)

"미안해, 친구. 지금까지 너에게 상처를 줘서.
난 더이상 너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사랑는 사람과 아기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될 것 같아."
그러나 아서가 살인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그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듯이, 그가 살인을 한 이유는 타고난 악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썩어빠진 사회가, 그의 주변인물들의 영향으로 타락해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 8장>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A는 원래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1편에서는 자신을 폭행한 동네 아이들을 욕하지도 않았고,
랜들이나 사장이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 씌웠을 때도 변변한 변명하나 못 했고,
소피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오자, 문이 닫히는 걸 막고 기다려 주었죠.
2편에서는 어머니가 소피한테 그래죠. "아서는 개미새끼 하나 못 죽일 사람"이라고.
그리고 거짓말로, "넌 세상에 즐거움을 주려고 태어난 사람이야"이라는 말을 정말로 믿고 재능도 없으면서 코미디언이 되었다고.
소피가 증언했죠. "그는 오늘 너무 힘든일이 있었다고 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나갔다."
지능이 모자란 <죄수>가 아서를 찾아와, "사람들이 그러는데 아서한테 가면 키스 잘 해 줄거래. 나한테 해 줄 수 있어?" 하니까 주위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 대가 없이 그의 요청을 들어줬습니다.
<창세기 18장>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무거우니... (중략)
아브라함 : 그 성 중에 의인 50명이 있으면 그 50의인을 위하여 용서하시리까
여호와 : 의인 50명을 찾으면 그들을 위하여 온 지역을 용서하리라
아브라함 : 50의인 중에 5명이 부족하다면 그 5명이 부족함으로 말미암아 멸하시리이까
여호와 : 내가 거기서 45명을 찾으면 멸하지 아니하리라
아브라함 : 거기서 4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려 하시나이까
여호와 : 40명으로 말미암아 멸하지 아니하리라
아브라함 : 거기서 3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려 하시나이까
여호와 : 30명을 찾으면 그리하지 아니하리라
아브라함 : 거기서 2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려 하시나이까
여호와 : 내가 20명으로 말미암아 그리하지 아니하리라
아브라함 : 거기서 10명을 찾으시면 어찌 하려 하시나이까
여호와 : 내가 10명으로 말미암아 멸하지 아니하리라
신에게 부탁해서 해달라는 거 다 들어주면, 우리 주님 자비 킹왕짱 찬양찬양
코미디언에게 부탁해서 해달라는 거 다 들어주면, 등신취급하는 더러운 세상

9. 아서가 죽어야 하는 이유

이 영화 속에서 조커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고통받고 외면당하는 하층민들의 <구세주>로 추앙받습니다.
그래서 아서가 재판에서 법원에서 나쁜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다(모든 걸 날려버리고 싶다)는 말을 곡해하여, 누군가가 그대로 실현시킬 정도지요. (조커의 말=복음)
<마태복음 10장>
내가 땅 위에 화평을 주러 온 걸로 생각하지 말라.
나는 화평을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 왔노라.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온 A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오히려 자신에게 평생 고통만을 준 썩어빠진 도시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려 합니다.
내 죽음이 내 삶보다 더 가취있기를
그런데, 이때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대형사건이 터집니다.

"조금만 있으면 내 아들이 도시를 접수 할 수 있었는데!!
내가 그냥 두고 볼 것 같으냐?!!"
아마도 추종자의 짓으로 짐작되는 테러로 법원이 폭발하고, 아서는 비몽사몽간에 그곳을 탈출합니다.
이로써 아서의 목적=자기희생은 물거품이 되어버리죠.
어차피 나중에 죽으니까 같은 거 아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전혀 다릅니다.
만약 아서가 자신의 죄를 시인한 후, 법적 절차에 따라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했다면, 조커를 죽이는데 자신을 희생하였으므로, <속죄의 요건>이 성립됩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인을 만나기 위해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법원을 탈출해버렸죠.
즉, 스스로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바꿔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가 재판을 받다가 제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예수님을 빼내어, 예루살렘을 탈출하는 것과 같은 일이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평화와 사랑과 자비를 설파하고 다니던 예수의 신념을 깨버린 것이니, 그를 따르며 추종하던 신도들은 실망하여 손절하겠죠.
제 한 목숨 살겠다고 무고한 사람들까지 살상하는 테러를 일으켜 빤스런 한 사람을 누가 신의 아들이라고 믿어주겠습니까?
또한 그렇게 되면, 모든 인간들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지 않기 때문에, 신의 아들이라는 증거=부활도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니, 신성(神聖)도 사라지겠죠.
(오 마이 갓~)

게다가 여기에 조금만 더 상상을 부풀려 본다면......
지금까지 시민들을 속여 여호와의 아들을 사칭한 이단자라고 손가락질하게 되겠죠. 그냥 로마의 반란자, 사이비, 죄인이 되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도 화가나서 자신의 뜻을 거스르고 신념을 저버린 예수를 보살펴주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신의 가호를 잃게 되는 거죠.
그러면 예루살렘 탈출에 성공했더라도, 로마의 반란자 취급을 받으며 쫓겨다니다가, 결국 다시 붙잡혀 와서 감옥에 갇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막말로, 여태까지 그가 신의 아들이라고 믿었었던 빡친 추종자에게 칼빵을 맞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거고요.

"오 주여, 발칙한 저의 망상을 용서하소서.
다 제가 무교라서 그럽니다.
아니, 이게 다 저 루시퍼같은 감독 탓이로소이다."
따라서, 아서는 법원을 탈출함으로써, 다시 죄인이 되고, <광기의 신>의 옥좌를 스스로 내려옴으로 인해 신성(神聖)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못 웃기는 코미디언, 사회부적응 '정신병자', 아칸수용소에서 흔해빠진 지능이 모자란 '죄수'로 다시 전락해 버리고 만거죠.
그리고 마지막 순간,
조커란 놈은 그동안 자신이 퍼트려 놓은 광기를 이용해, 자신을 배신하고, 가두고 있는 비루한 인간의 육신을 찢고 나와, 자신의 의지를 잇는 다른 육체로 언제든 옮겨갈 수 있는, <업그레이드 부활>에 성공하게 됩니다.
내면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좌에 오른 새로운 <오이디푸스>에 의해.

"건방진 코미디언 XX,
날 배신하고 무사할 줄 알았어?"
<요한복음 11장>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
그래서, 마지막 <아서의 죽음>은 감독이 원하는 방향성으로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조커와 할리퀸의 화려한 깽판을 기대하면서 영화관에 갔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아서가 어떻게 될지는 아마 거의 생각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아니 예상은 했으나, 솔까말 별로 상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대를 했죠.
아서가 고통받을 수록 광기의 힘이 커지고,
아서의 처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록 조커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
그래요, 어찌보면 아서의 고통을 확인하러 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누가 죄인인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썩은 예고편=부패한 엔터테인먼트가 관객을 배신했습니다.ㅋㅋㅋ
https://youtu.be/kPx34qr2Xl0?si=hgRwRBJkp6BiISWV
(차라리 예고편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갔더라면 다른 관점으로 이 영화를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았을 텐데.
배신감으로 인한 분노가 너무 커서 도저히 수습이 안 될 정도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평점은 카오스로... )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이 영화는 우리가 원했던 영화가 아니었을 뿐, 감독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조커2를 만들어 냈다... 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토드 필립스는 마침내 조커를 불사조의 등에 태워 고담시의 불멸의 존재로 날아오르게 하는 동시에, 절대악으로 뿌리내리도록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가 잘못 만들어 졌다, 는 말도 일견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조커여야 하니까요. 조커에게 당위성을 준 것도 개인적으로 좀 불만이고요.
하지만 그 장면의 의도적 연출을 통해 토드 필림스가 말하고자 하는<진심>을 보았다... 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겐 그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고... 그래서 충분히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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