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다니던 광고회사에 다니던 사회 초년병시절... (그러니까 1994년 봄)

전화받는 게 참 어려웠다.

지금이야 자동응답 기능도 있고 그렇지만, 그땐 교환원이 따로 있었고, 잘못 걸려온 전화를 다른 부서로 옮겨주는 일도 해야했는데... 난 이걸 참 못했다.

그리고 전화 받고 다른 사람을 바꿔주거나, 뭔가 찾아서 대답해야 할 경우...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바꿔드릴게요~"

"잠깐 기다려주시겠어요? 그게 좀 찾는데 시간이 걸려서 어쩌구~~~"

라고 일일이 길게~ 대답해야 하는 게 무지 귀찮았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걸 한마디로 압축해서 용건만 간단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상대방이 한방에 알아듣고 입닥치고 조용히 기다릴 수 있게 하는 말이 없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찾은 해결책이...

"잠시만요~" 이 한마디였다.

그래서 써먹어봤더니, 오예~ 굳~! 이었다.

효과 1000%!! 

내가 드디어 한국어에 새로운 전화용어 하나를 창조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잠시만요>라는 말을 전화 받을 때마다 항상 써먹었다.

같은 사무실에 있던 언니도, 내가 하는 걸 보고 좋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도 따라서 써먹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이 말이 언젠가 널리 널리 퍼져 모든 국민들이 이 말을 쓴다면 국가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거창하긴!)

그랬는데... 내가 그 말을 쓰기 시작한지 한 달후에...

업무관계로 다른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 아가씨 입에서 나온 한마디.

"잠시만요~" (!!!!!!!!)

아... 한 달...

한 달만에... 그 한마디가... 전국을 휩쓸었던 것이다. 

정말... 빠르다...

어쨌거나 그 이후로 내가 만든 통화 신조어 "잠시만요~" 는 이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생활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누구나 하루에 한번쯤은 써먹는 이 말이 내가 창조했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친구말고) 없다는 거... -.-;;;;;;;;;;;;;;;

(아... 누가 나한테 상 좀 안 주나...)

세종대왕님... 저 이뻐해 주실거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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