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을 본지는 꽤 됐는데, 리뷰는 쓸까 말까 하다가 써봅니다.
하도 많은 분들이 리뷰를 쓰시고, 유투브에도 기생충에 대한 많은 해석들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리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한 번 끄적여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기생충을 보면서 느낀 것 중에 아주 재밌었던 것이 바로 <박사장의 집>에 대한 것입니다.
기택(송강호)의 집의 구조는 반지하, 높은 변기 등등 하층민의 현실을 뼈져리게 느끼게 하는 장치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뭐, 이건 많은 분들이 해석하셨으니까 넘어가고..
상류층의 상징인 <박사장의 집>은 봉감독이 직접 설계해서 영화를 위해 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동선이라던가, 배우의 움직임을 자신이 원하는 연출을 이끌어 내기에 아주 찰떡같이 계산해서 지었기 때문에 더욱 연출효과가 컸다고 했죠.
그런데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박사장의 집>과 등장인물들의 역할이 <인간의 인체구조>를 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먼저 박사장의 집을 보면 가장 눈에 확 띄는 것이 바로 <엄청 넓은 거실>과 <한쪽 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정원이 아주 꽉 차게 눈에 들어온다는 부분입니다.
시각적으로 탁 트여서 부자집이라는 것을 나타냄과 동시에 이 통유리는 인체의 <눈>을 상징합니다.
부엌은 <입>을 상징합니다. 부엌에는 먹을 것이 가득 찬 냉장고가 있고 가정부가 항상 맛있는 것을 꺼내어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집의 가장 위쪽에 있는 아이들의 방은 인간의 <뇌>를 상징합니다.
첫째 딸은 <대뇌> 막내 아들은 <소뇌>라고 볼 수 있겠네요. (소뇌는 운동신경을 관장)
<코>는 이 집의 주인- 박사장을 상징합니다. (영화 내내 "냄새가 나~" )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호흡이고, 영화 속에서 항상 수상한 낌새를 제일 먼저 감지하죠.
이 집에서 주인을 위해 항상 맛있는 것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정부 <문광>은 <이빨>
집주인의 아내 연교는 <혀>를 상징합니다.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이빨=문광>이 씹어주는 것을 편하게 날름 날름 받아 먹기만 하죠.
또한 가정교사인 우식과 기정, 충숙을 직접 면담하여 어떤 인물인지 <면접=맛>을 보고 판단합니다.
부엌이 음식을 만들어 만들어 삼키는 <입>이고, 그 아래층으로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 커다란 음식물 보관 창고 <위>가나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문광>이 남편에게 줄 음식을 갖고 <위>와 연결된 비밀의 문을 열면,
지금까지 넓은 집안을 잡던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면서,
카메라는 인물들을 따라 음침하고 좁은 콘크리트 길을 따라 계속 깊숙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영화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그냥 단순히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죠.
계단을 내려가면 꺽는 길이 나오고, 죽 가다가 또 내려가고, 꺽고를 반복합니다. 마치 구불구불한 <내장>을 탐험하듯이요.
그렇게 <십이지장>과 <대장>을 거쳐 <소장>의 끄트머리까지 다다라,
그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있던 빈사상태의 남편- 근세 <기생충>가 있는 곳에 다다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아무도 자신의 몸 속에 <기생충>이 얼마나 있는 지 모릅니다.
그리고 몸 속 깊숙이 살던 그 <기생충>이 어느날, 몸 속을 거슬러 위장과 입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아들의 생일잔치에 나타난 근세의 존재는 박사장 가족에게 바로 그런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장은 죽어가는 <근세=기생충>의 입장따윈 전혀 생각해주지 않습니다. 해줄 필요도 없지요.
그래서 코를 쥐고 경멸한 표정으로 근세의 몸에서 자동차 키를 찾으려 했고, 그 모습을 본 기택의 입장에서는 분노가 치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택은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박사장을 찌르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끔찍한 살인.
기택은 충격에 떨며 도망치듯 집을 나가는 듯 했으나, <주차장=귀>를 통해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기택에겐 그곳 외엔 갈 곳이 없었으니까요.
기택이 박사장의 집에 빌붙을 때부터 기택은 숙주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기생충>이 된 것이니까요.
그렇게 기택은 완벽한 <기생충>이 되어 본격적으로 <상류층의 몸=박사장의 집>에 기생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주차장=귀>인 것은, 기택가족의 <날조>와 <유언비어>의 대부분이 자동차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기택이 차에서 한 말을 <듣고> 연교는 가정부를 해고하고, 박사장은 자동차에서 발견한 <가짜증거>를 보고 운전수를 해고합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가 아니라, '기택가족의 <유언비어>는 자동차를 타고~' <주차장=귀>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와 마침내 <'기정'사실화> 되죠. (그래서 첫째딸 이름이 기정인가?)
그리고 영화 초중반 내내 카메라 각도 때문에 눈치챌 수 없지만, 기택이 박사장을 찌르고나서 슬로우모션으로 집을 나서는 장면을 보면,
처음으로 카메라가 정원에서 대문으로 나가는 좁은 계단길을 위에서 아래로 비추는 구도를 잡는데, 그 계단이 나선형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귓바퀴>와 유사한 구조죠. 기택은 이 <귓바퀴=계단>을 내려와 <주차장=귀>속으로 슬쩍 들어가 다시 박사장 집으로 들어갑니다.
봉감독은 이 영화 안에서 많은 것에 숨은 의미를 부여했지만,
저는 <박사장의 집>과 인물들의 역할을 인체에 비유한 것이 정말 너무 대단하고 훌륭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천재 봉감독이니까 할 수 있는 발상이아닐까 싶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할게요.
기택의 가족들이 피자박스를 접는 부업을 하는데, 어린 알바생에게 똑바로 못한다면서 구박을 받지요.
그러자, 기택의 가족은 피자를 주문하면서 손님으로서의 위치=갑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입장이 역전되는 줄 알았으나, 알바생은 그들에게 마치 먹고 떨어지라는 듯이 피자를 툭 던져주지요.
그래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데, 유머와 반전의 반전을 통해 멋지게 표현한 장면입니다.
근데 전 이 부분을 보고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 홀>이 생각났습니다.
영화관에서 줄을 서던 우디 앨런이 어떤 책???에 대해 막 자기 생각을 떠들면서 비판을 하자,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서 말합니다.
(아~ 정확히 뭘 갖고 떠들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서 모르겠어요~)
"내가 바로 그 분야 가르치는 교수인데 니 생각은 꽝이야!"
하고 엿을 먹이죠. 그러자 우대 앨런이 갑자기 누구를 모셔옵니다. 바로 그 책을 쓴 저자입니다. (영감님이 거기서 왜나와?)
그리고 그 저자는 교수에게 일갈하죠.
"니가 내 책??에 쓴 논문 봤는데, 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것도 논문이라고 썼냐?!"
이렇게 반전에 반전으로 갈아 엎어버리면서 관객에게 주는 유머와 놀라움 메시지가 서로 비슷한 수준의 경지랄까? (그냥 제 생각이에요~;;;)
애니홀은 우디 앨런에게 아카데미상을 주었지요. (제5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래서 저도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컬부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봉감독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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