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우분들에 대해 <연기자>라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고 초딩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27년쯤 됐으니 '풍월'은 옛날에 넘어갔고 '논어'나 '맹자'정도는 말할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좋은 성우와, 훌륭한 성우, 안 좋은 연기와, 덜자란 연기를 확실하게 구분할 정도는 되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나는 싫어하는 성우에 대해서는 확실하고 가차없이 비판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원작애니에 빠져서(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연기는 어쨌거나 일부성우에 대해 무조건 빠져서 꺅꺅대는 애들이 싫었고 한때는 그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이젠 아예 상관하지 않지만)

그럴때 항상 따라붙는 시선이라는게....

'니가 연기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얼마나 잘나서 그런 거침없는 말을 함부로 하느냐?'하는 것인데...

나는 그 당시에도 내가 보는 연기자 (성우든 배우든)에 대한 평가의 눈이 확실하다고 믿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한때 '과연 내가 그들의 연기를 비판할 만큼 보는 눈과 귀가 있는가?'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연기를 비판하지 않고 그냥 잠자코 있기도 했다.

그런데 어떤 일을 계기로 나는 그것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20대 초반... 나는 사회생활에 모든걸 할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동안 TV와 떨어져 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우를 좋아한다고 하면 특이한 취향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느샌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동안 엄청나게 성우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있었다.

그래서 요즘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인기가 있나... 하고 봤더니...

헉... 아니올시다, 였던 것이다.

적어도 내가 어느정도 수준이라고 그어놓은 수준에 못미치는 사람들이 몇 백명의 팬클을 달고 다니면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무지 배가 꼴렸다. 정말 수준있는 베테랑 성우들이 저 높은 곳에 떡하니 버티고 계시는데...

(그래서 그런 분들이 특히나 더 미워서 가차없는 연기비판을 했었다. ^^;)



그즈음 , 난 회사 동료들과 업무가 끝나고 종로에 영화를 보러간 적이 있었다.

덴젤 워싱턴이 나온다기에 골랐는데, 약간 SF틱한 영화로, 결론적으로 영화는 재미 없었다.

대충 내용은 가상현실 속의 범죄인물 프로그램이 육체를 얻어 현실로 나와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뭐 이런 내용임.

(검색해보니, '가상현실', '덴젤 워싱턴의 킬링머신' 뭐 대충 이런 제목..)

http://movie.nate.com/movie/movieinfo?cinema_id=2929


그런데 나는 거기서 엄청난 재능을 가진 배우를 보았던 것이다.

바로 주인공인 덴젤 워싱턴과 맞서 싸우는 악당역인데, 처음보는 배우인데 그 카리스마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지하철역에서 인질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환희를 느끼는 장면은 정말...   

나도 모르게 "그래, 여기에서.. 이 호흡이야, 그렇지!" 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을 정도였다. (그 장면에서 뿅 갔음)

2류 영화로군, 하는 내 생각에 정말 1류다운 연기를 보여주는 그 악역을 한 배우에, 난 좋아하던 덴젤 워싱턴을 차버리고 완전히 그 배우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어째서? 어째서 이런 배우가 무명이냐? 말도 안된다! 도대체 이름이 뭐냐? 꼭 알아두겠다. 당신은 반드시 뜬다!

내가 감히 예언하건데, 이정도 연기력이면 5년... 당신은 분명히 5년후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탈 것이다!!"

라고 건방지게도? 마음 속으로 확신을 외쳤다.

그리고 흙 속에서 보석을 발견한 사람처럼 기뻐했다. (다들 영화가 별루여서 심드렁했지만)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배우는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주출신으로 헐리웃에서 슬슬 숨은 재능을 발휘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 영화를 본 이후로 그가 조연으로 나오는 영화가 가끔씩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조연에서 비중있는 조연, 그리고 결국 주연으로 점점 뜨더니... 

5년후.

그는 정말로 내 예언대로 로마시대 검투사-글래디에이터로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옴마나..)


http://movie.nate.com/movie/movieinfo?cinema_id=2038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내가 보는 연기자에 대한 눈과 귀를 믿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내가 보는 성우들에 대한 나의 평가를 믿는다.

그리고 이런 나의 눈과 귀를 키워주신 성우분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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