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첨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때, '돌아온 아톰'을 보면서 였다.

당시 아톰 역을 하셨던 박영남님께서 '여자'라는 것과 그것도 '아줌마'라는 사실이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당연히 남자아이가 연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어떻게 아줌마가 저런 아이 목소리를 낼 수 있지?

그 후로 나는 성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른 만화영화에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저 목소린 누가 했을까?

하며 마지막 엔딩 자막에 나오는 성우이름과 목소리를 한명씩 외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어릴때 만화영화에서 듣던 그 목소리는 지금이 되어서도 생생한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서 영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성우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커져갔고...

그것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 나중엔 성우 50명 정도는 앉아서 줄줄 외울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

어쩌다 용돈을 받으면 군것질 하기보단 조금씩 모아두었다가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공테이프를 샀다.
 
그리고 다행히 초저녁 만화영화가 할 시간에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낡은 카세트를 TV앞에 놓고 20분짜리 만화영화의 소리를 녹음했다.

그리고 밤에 잘때 머리맡에 들어 놓고 듣다가 잠이 들곤 했다.

나중에 비디오를 사면서 카세트 테잎에서 비디오 테잎으로 바뀌면서 그런 일은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성우라는 직업이 크게 주목을 받지 않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성우를 좋아하는 아이는 별로 없었다.

나중에 내가 직장에 다닐때 쯤이 되어서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리고 '슬레이어즈'나 '슬램덩크'같은 만화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성우에 대한 관심이 널리 널리 퍼져갔다.

하지만 정작 나는 회사다니느라 만화영화는 커녕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같은 것은 거의 챙겨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지금 남편은 나이 먹고 애까지 둘이나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옛날 카세트, 비디오 테잎을 싸고도는 나를 상당히 유치한- 취미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성우는... 만화나 영화에 딸린 부수적인 존재가 아니다.

성우는 연기자다.

이미 완성된 작품에 또다른 숨을 불어 넣어 보이지 않는 빛을 우리들의 귀에 흘려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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