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의 잡설>

니들이 할랄حلآل을 알아!


- 정상추 / 뉴스프로  2015년 3월 15일 -






니들이 할랄حلآل을 알아!


S. Macho CHO


내가 할랄을 처음 알게 된 때는 외국에서 공부할 때였다. 당시 단짝이던 중동출신 기숙사 룸메이트를 따라 모스크에 가면서였다. 그 친구는 외교관이었던 부친 덕에 어릴 적부터 외국생활에 젖었기에 내가 보기엔 적당히 타락한 무슬림이였으나 매주 금요일에 모스크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만큼은 지켰다. 기도가 끝나면 모여 음식을 먹는다. 예배를 관장하는 성직자 이맘Imam이 밖에 있는 날 알아보고 같이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불러들였다. 난 그들에게 음식을 잘 먹는 동양학생으로 기억되었고 종종 금요일엔 친구 따라간 모스크에서 다 같이 둘러앉아 맛있는 중동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몰랐던 색다른 맛이었고 고기와 양념 등은 할랄표식이 있는 정육점과 상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화의 색깔이기도 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은 코란Quran을 통해 동물들을 존중하고 정성스럽게 키우라고 교육받는다. 따라서 인간을 위해 도축할 때도 그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코란 2:173 ‘하나님의 이름으로 도살되지 아니한 고기는 먹지 말라’는 샤리아Shariʻah 이슬람율법이 있다. 동물을 도축할 때, 메카방향으로 짐승의 머리를 누이고 자비하Dhabiha에 따라 “신의 이름으로Bismillah’라 기도한 후 ‘신은 위대하다Allahu Akbar”라 3번 외쳐 신에게 허락을 구한다. 곧바로 고통을 못 느끼게 날카로운 칼로 목의 동맥을 끊은 후, 눕히거나 거꾸로 매달아 피를 모두 빼낸 다음 조리할 수 있다. 코란에는 인간이 먹기 위해서와 병든 동물을 처리할 때만 동물을 도축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육류는 낙타, 소, 양, 염소, 사슴, 닭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모든 동물과 토끼, 닭, 거위, 오리는 먹을 수 있다. 어류는 종파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세계 무슬림인구의 약 13%로 이란과 이랔에 많은 시아Shia파는 어류 중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건 엄격히 안 먹지만,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에 많은 수니Sunni파는 메기, 상어, 장어, 굴, 오징어, 문어, 조개, 게, 가재 등 모든 어류와 물에서 건져 올린 건 인간 빼곤 모두 먹을 수 있다. 곤충은 메뚜기만 먹을 수 있다. 이것이 코란에 기록되어 있는 ‘법으로 허용한’의미인 아라비아어 ‘할랄Halal’이다. 할랄은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동물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그 영혼을 달래는 의식이기도 하다. 중독성과 환각작용이 있는 식물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과일, 채소, 곡물 등 비육류성과 유제품, 달걀, 해산물이 할랄에 포함된다.


그럼, 반대로 ‘법으로 금지된’뜻인 하람Haram은 무엇인가? 할랄식으로 도축하지 않은 모든 육고기, 개구리 등 양서류, 박쥐, 뱀, 거북, 악어 등 파충류, 대부분의 조류, 독수리 등 맹금류, 악어, 사자, 호랑이, 늑대 등 육식동물, 곰, 원숭이, 개, 고양이, 쥐 등 잡식성, 코끼리, 하마, 파리, 모기, 거미 등 벌레류, 알코올이 들어간 것, 동물의 내장, 피로 만든 것, 때려죽인 동물, 이미 죽었거나 상한 동물, 노새, 당나귀 등이다. 덧붙이자면, 사채, 불법이자놀이, 간음, 살인, 음주, 마약 등도 하람에 포함된다.


할랄이 이슬람교의 신, 알라의 가르침이라면, 그와 유사한 히브리어로 ‘적절한’의미인 ‘코셔Kosher’는 유태교의 신, 여호와의 뜻으로 유대교율법 모세 오경Torah 레위기 11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셔육류는 낙타를 제외하고 할랄과 유사하고, 무슬림 시아파와 같이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는 생선과 새우만 인정하고, 등푸른 생선, 도다리, 넙치, 갈치 등은 안 먹는다. 벌레 먹은 과일이나 채소는 금한다. 술도 마실 수 있는데 유태인이 제조한 포도주로 한정하고 있다. 할랄은 경험으로 숙달된 무슬림 누구나 도축이 가능하지만, 쿄셔에서는 유태인 중 교육과 허가 받은 쇼쳇Shochet만 도축할 수 있으며 도축할 때 기도는 안 한다.


할랄과 쿄셔 둘 다 돼지고기는 엄격하게 금한다. 두 종교의 시작점이 중동 사막이어서 더운 날씨에 빨리 부패하고 저장이 힘들고 불결한 서식환경 등 위생적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돼지고기엔 기생충들이 많아 꼭 익혀 먹어야 한다. 포괄적으로 돼지가죽 등이 포함된 신발, 약, 옷 등 모든 제품은 금기한다. 육류에 불순물과 남아있는 피를 제거하기 위해 할랄은 식초를 뿌리지만 코셔는 반드시 소금에 절인다. 또, 할랄은 육류와 유제품을 같이 요리할 수 있다. 그러나, 코셔는 유월절기간 동안 발효제품을 금하고 ‘염소 젖에 그 어미의 새끼를 삶지 말라’는 신명기 14장에 따라 유제품과 육류를 섞어 조리하지 않고 식기와 조리기구도 엄격히 따로 사용한다.


요즘, 할랄 반대 기독교단체와 유태인들의 할랄인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추가되는 할랄인증 비용 문제를 들먹이며 그 돈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도축산업이 점차 거대화 자동화되며 일부 국가에서는 도축할 때 전기충격으로 실신시키지 않고 도축하고 있다. 따라서, 동물들이 도축 시 고통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할랄도 전기충격 후 실신하면 도축하도록 영국에서는 수의사협회와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덴맠, 룩셈벅, 네덜랜드, 놀웨이, 쉐덴, 쉬스 등에서는 종교적인 도축 시 반드시 전기충격을 먼저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할랄은 의식주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시대와 환경에 따라 할랄도 적당히 융통성 있게 변화해 가고 있다. 러시아내 자치공화국을 여행한 적이 있다. 겨울엔 보통 섭씨 영하 40도로 내려가는 곳이다. 러시아 등 북유럽에서 보드카는 만병통치약이다. 거기서 거주하는 무슬림들과 유태인들은 때에 따라 보드카도 마시고 돼지비계를 먹는다. 워낙 추운 환경이니 생존을 위해 종교지도자가 때에 따라 먹을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슬림에게 만약 돼지고기뿐이 없는 곳에 고립됐다면 어떻게 생존 할 거냐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말자.


무술교관으로 이슬람국가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특수부대원들은 생존훈련의 하나로 정글이나 사막, 바다에서 곤충, 뱀, 도마뱀, 거북 등 하람을 거리낌없이 먹는다. 경찰간부생일에 초대받았는데 식사 후 친한 남자들끼리 따로 방에 모여 물담배를 피우며 위스키도 적당히 마셨다. 동남아는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시골 빼고는 할랄식당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외국출장 중 할랄식당이 없으면 닭이나 소고기로 요리하는 식당을 찾는 무슬림들도 있다. 어쩔 수 없을 땐 돼지고기만 피하면 된단다. 주최측이 이슬람국가나 무슬림인 경우도 외국 귀빈들과의 공식행사자리엔 때에 따라 와인, 위스키 등 술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슬람국가가 아닌 곳에서 태어나 배우고 자란 신세대 무슬림들 중 꼭 할랄만 고집하지 않고 적당히 하는 경우도 있다.


한류 때문인지 우리나라로 오는 관광객들이 꽤 늘어간다. 특히 동남아에서 오는 숫자가 증가되고 있다. 그들 중 무슬림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이 먹을 수 있는 할랄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 수는 손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며 그나마 이태원 등 한정된 곳에 몰려 있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무슬림 단체 관광객들이 관광하는 동안 할랄 음식을 만드는 무슬림요리사가 같이 다닌다. 이런 문제들이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 한 포럼에서 미국에서 30년간 살았다는 한인교수가 무슬림은 육고기는 안 먹고 물고기만 먹는다는 자료를 낸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그 교수는 미국에서도 코리아타운에서만 살았거나 현지인들과 다양한 교류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솔직히 3대 거대종교인 이슬람, 기독교, 유태교의 아브라함신앙과 셈족 문화에서 이슬람의 할랄과 유태교의 코셔의 비슷한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둘 다 이슬람 율법인 코란Quran과 유태교 율법 토라(모세 오경)를 쓴 탈무드Talmud를 통해 종교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전능하고 자비로운 알라의 이름으로 도축된 건지 잘 모르겠다’며 고기를 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슬람의 마지막 예언자 무함맛Muhammad은 ‘이제라도 알라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먹으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그의 부인 아이샤가 기록했다. 넓은 의미로 무슬림에게 코셔는 할랄 범주에 포함된다. 따라서, 무슬림들은 코셔를 먹을 수 있지만 유태인들은 할랄을 먹지 못한다.


할랄은 음식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포함된 포괄적 개념이다. 할랄도 진화하고 있다. 코카콜라에 대항해 할랄 타우린 성분으로 만든 메카콜라Mecca Cola는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프랑스와 이슬람권 약 15개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시 미국의 펩시콜라에 대항해 이란에선 잠잠콜라Zamzam Cola도 생산하고 있다. 2010년 코트라KOTRA는 할랄이 식품 류를 넘어 의약품, 화장품, 관광, 물류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시장규모가 약 2조 달러에 달한다고 ‘10억 할랄 시장을 잡아라’보고서를 썼다. 국산 화장품 등이 할랄인증을 받는다면 잠재적인 가능성도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이웃한 중국 내 무슬림은 2,500만 명이고, 현재 세계인구의 1/4은 무슬림인구로 23.4%, 약 16억여 명이다. 무슬림 시장은 향후 20년간 22억 명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할랄식품시장에서만 6천615억 달러 이상의 시장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에게 이슬람이나 할랄을 주목한 건 아마도 2001년 9.11테러 이후부터였다고 생각된다. 정부수립 후 국내에 이슬람권 주한외교사절 등이 있으나 식료품 대부분을 본국에서 할랄제품으로 직접 가져왔기에 우리들에겐 낯설고 생소했다. 물론, 삼국시대에도 많은 무슬림들이 한반도를 방문했고 또 생활하고 있었기에 그 당시엔 지금보다 어쩌면 할랄산업이 더 활발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태원 등의 무슬림정육점엔 국내에서 무슬림이 도축한 할랄소고기나 양고기를 팔지만 도축이 한정된 탓에 필요한 부위를 구입하기 쉽지 않고, 무슬림생필품점엔 외국에서 수입된 할랄냉동닭 등이 판매된다.


전세계인구의 0.2%인 1천 390만명 유태인들은 자체적으로 코셔제품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할랄은 World Halal Council, Halal Malaysia, Islamic Food and Nutrition Council of America, Halal Food Authority같은 비영리기관이 할랄을 취급하는 나라마다 있어 통일된 모든 할랄의 과정과 규정, 법 인허가사항 등을 관장하고 있다. 따라서, 할랄식품을 수출할 경우 각 품목마다 엄격한 할랄인증을 받고 관리되어야 한다. 할랄향신료 등은 방글라데쉬, 중국, 인도가 많이 수출한다. 현재 할랄육류 최대 수출국은 호주, 뉴질랜드, 덴맠 등이다.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도 호주산 할랄소고기를 수입한다.


최근 박근혜정부는 ‘한-UAE 할랄식품과 관련한 양국 교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침을 튀기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와 식품·외식 관련 13개 단체는 ‘우리 식품산업계 모두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시장개척에 적극 참여하겠다. 양해각서가 체결됨에 따라 세계 식품 시장의 17.4%인 1800조원 규모의 거대한 세계 할랄식품 시장에 우리 국내식품 기업들이 보다 쉽게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거들고 있다. 업계는 할랄식품 수출액이 2017년까지 1조4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중국 인구가 13억이니 칫솔 한 자루씩만 팔아도 13억 개란 말과 같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상상이지 국제관계와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할랄식품은 사육과정, 도축방법, 제조, 저장과 유통과정 등이 현재 국내 일반 축산물 생산과 다르다. 위생기준은 국내 HACCP인증과정으로 충분한 데 반해 수출을 할 만큼 대규모로 체계화된 할랄식품산업이 시작되려면 많은 무슬림도축전문가들의 유입과 전용 도계장 건립이 필수불가결하다. 덧붙여, 무슬림 국가의 종교적, 문화적 독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적 접근도 요구된다. 할랄에 대해 제대로 연구한 적도 없으면서 할랄식품과 관련한 양국 교류 협력 양해각서를 받았다고 들떠 있는 건 마치 누워서 허공에 손짓하며 뜬구름을 잡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명박이가 많이 받았다는 양해각서MOU가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하고 사기 친 구속력과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천문학적인 세금으로 산 쓸데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 이랔Iraq, 덴맠Denmark, 룩셈버그Luxembourg, 놀웨이Norway, 쉐덴Sweden, 쉬스Swiss는 현지 발음에 따라 표기했음.

* 명박이는 뼛속까지 친미라기에 원하는 대로 미국식으로 성과 이름순서를 바꿔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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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thenewspro.org/?p=1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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