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 수학만 그럴까?


진실의길  김용택 칼럼


- 2015년 6월 23일 -




살다 보면 가끔 평범하게 지나친 일들이 뒤늦게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지난 5월 28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6개국 수학교육과정 국제 비교 컨퍼런스’에서 언론인 서화숙씨의 토론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서화숙씨의 토론 내용 중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 이미지 출처 :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저는 함수 f(x)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f(x)라는 이름의 대중가수들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뜻을 알았습니다. 즉, 괄호 안에 있는 x의 숫자가 달라지는 것에 따라서 f 값이 달라지는 것을 f(x)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더군요. 제가 그것을 그제서야 발견하고 정말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왜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이것을 안 가르쳐 주셨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함수란 Function 즉 ‘한 변수(變數)의 값에 따라 결정(決定)되는 다른 변수(變數)를 앞의 것에 대(對)해 일컫는 말’이다. 학생들이 함수를 배울 때 이 말 뜻을 알고 배울까? 함수라는 말뿐만 아니다. 서화숙씨가 지적한 ‘기하’라는 말도 그렇다. 우리나라 말로 ‘기하’라는 말은 영어로 geometry다. 한자어로 ‘기하(幾何)’다. 그런데 학생들은 기하를배우면서도 ‘기하’라는 뜻을 모른다. 사전에 찾아봤더니 ‘기하’란 ‘도형 및 공간의 성질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 쉽게 말하면 ‘모양’이다. 서화숙씨는 “수학이 ‘모양과 셈’에 관한 학문”이라는 걸 알았으면 수학 공부를 잘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화숙씨의 지적하는 글을 읽으면서 필자가 배웠던 수학 시간 생각이 난다. 방정식을 배울 때 수학선생님은 방정식이 ‘어떤 문자가 특정한 값을 취할 때에만 성립하는 등식’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일본선생님에게 공부를 했던 수학선생님은 수학인지, 일본어인지, 영어인지 구별하기 힘든 발음으로 수학을 가르쳐 주셨다. 예를 들어 ‘x+9=15’라는 문제가 있으면 ‘엑스 뿌라스 9 이꼬루 15’… 라고 읽던 수학선생님의 발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요즈음 학생들은 수학시간에 이런 표현에 익숙해져서 ‘이꼬루’니 ‘뿌라스’는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왜 서화숙씨는 ‘우리나라 수학은 수학이 아니다’라고 했을까? 수식을 표현하는 말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국적이 없다. 미국식 수학에 일본 발음이다. 아무리 도구 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일지라도 개념의 이해 없이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암기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학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함수니 기하니 방정식의 뜻이 무엇이며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 못한 채 시험에 대비해 판서를 복사해 암기하고 있다.

 

여기서 서화숙씨가 지적한 우리나라 수학의 문제점을 더 보자. 그는 ‘수학이 왜 암기과목이냐 하면, 수학적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학의 지식을 이해하지 못하게끔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인수분해’라는 단어는 ‘소인수로 무엇인가를 분해한다’는 말이지만 ‘소인수를 분해’한다는 뜻으로, ‘무리수’는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숫자’지만 영어인 Irrational number라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기수’와 ‘서수’를 뜻하는 ‘순서’와 ‘양’도 왜 우리말로 풀이하지 못하고 어려운 한자어를 그대로 쓰는 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소수를 배울 때 이그렇게 배웟따. ‘소수’ 라는 말은 ‘prime number, 素數’라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라는 뜻도 있고, ‘적은 수효’라는 뜻의 소수(少數)도 있다. 이런 두 가지 뜻을 가진 소수라는 말도 수학 선생님들은 구별하지 않고 가르쳤고 우리는 그렇게 배웠던 기억이 난다. 서화숙씨의 지적이 공감이 가는 이유는 학창시절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배우면서 당했던 고통의 시절(?)을 잊고 그대로 후배들에게 대물림하고 있지만 수학계는 물론 수학선생님조차도 나서서 바꾸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서화숙씨 수학자가 아니라 언론인이다. 수학자가 아닌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데 왜 수학을 전공한 학자나 수학 교사들 눈에는 이런 모순이 보이지 않을까? 서화숙씨의 지적은 끝이 없다. ‘연산, 기수, 서수, 근, 해’나 ‘연산’은 왜 ‘계산’이라고 하면 안되는지, ‘근’이니 ‘해(解)’라는 말도 ‘한국말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말’,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수학에서만 배우는 말’이 되고 있는지… 수학 언어를 고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원론만 가르치고 현실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 그래서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열등생이 되는 것일까?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의 목적은 어느새 도구교과인 수학까지 암기해 시험준비를 시키는 학교… 그런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이나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어제도 오늘도 그 길을 계속 가고 있다. 삶을 안내하지 못하는 교육. 교과서가 시험을 준비하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삶을 안내하는 교과서가 될 날은 언제쯤일까?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yt_kim&uid=148>




출처 : Irene의 스크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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