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싸움이 나면 누구를 어떻게 벌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럴때는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고, 누가 먼저 어떤 폭력을 행사했나 하는 내용을 따지지요.

우선 싸움을 먼저 건 사람이 제일 잘 못한 거고, 때린 사람은 어느정도 폭력을 썼는지 경중을 따져 도가 지나쳤나 맞을만 했나, 이런 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따져 어떤 벌을 내릴지 정하지요.

하지만 이 점에서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랑 좀 다른가 봅니다.

일본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심심찮게 자주 나옵니다.

예를 들어 학교나 회사에서 한 여자를 두고 남자 둘이 삼각관계로 대립하게 되었을 때,

만약 두 남자가 입씨름을 벌이다 혈기를 참지 못해 치고받는 싸움이 벌어져서 큰 소란이 났다고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일본인의 경우에는 상황이 어찌되었든, 물의를 일으켰으므로 두 남자 모두 같은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어느쪽이 먼저 시비를 걸었든, 한쪽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든, 상관없이

그저 싸움이 벌어졌다는 사실만 가지고 양쪽에게 똑같은 처벌을 내린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상식으로는 좀 받아들이기가 쌩뚱맞죠.

그리고 싸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여자 또한 어떤 식으로든 일종의 패널티를 받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내용이야 어찌됐든 저찌됐든, <물의를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크게 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즉, 일본인들이 죽고 못사는 <결과론> <책임론>이지요.


일본인들은 어떠한 경우,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상당히 강한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결코 실례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해야된다>는 것이 일상생활의 절대기본조건이기 때문일까요?

길을 걷다가 어깨를 부딛히는 것도 상당히 실례라고 생각하는 게 일본사람이죠.

우리나라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보통 보도블록 위를 걷지만, 예를 들어 코너에 정유소가 있으면 그곳 마당을 슬쩍 걸쳐서 지나가지요. ^^

별거 아닌 일이지만 정유소 마당을 걸쳐서 지나가면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고, 정유소 쪽에서도 영업에 지장이 있지 않는 한 그걸 가지구 시비를 걸지도 않지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제가 언니만나러 일본에 갔을 때 슈퍼에서 잔뜩 물건을 사서 돌아가는 길에 너무 팔이 피곤해서 걸음이 흐트러지며 살짝 정유소 옆문턱 안으로 걸친적이 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어느새 그걸 보구 냅다 "이랏샤이마셍~~~!!" 하고 소리쳐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

그리구 아, 여긴 일본이지... 하며 알바한테 미안했어요. (예의가 바른 민족이랄지... 피곤한 민족이랄지... 아브같으니라구...-.-)

일본의 전국시대에는 <켄카료세-하이 喧?成敗>라는 "싸움이 일어나면 양쪽 모두에게 벌을 준다"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아직까지 실정법처럼 일본인들의 의식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아마도 그 이유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것이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어느정도 일부 우리나라에도 그 영향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때만 해도 나이드신 어른이 싸움을 한 두 아이를 놓고 야단치면서 '어쨋든 싸웠으니 결과적으로 둘 다 잘못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특히나 학교선생님들이 그랬죠.

어린나이에도 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시비를 건 애가 있고, 먼저 주먹을 쓴 애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함께 싸웠으니 둘 다 잘못이다?

이건 분명히 식민지시대에 잘못 들어온 일본의 관습 탓입니다.

뭐, '죄 없는 자 이 여인을 돌로 쳐라'는 예수님 말씀도 있고 '니 말도 옳고, 니말도 옳고, 니 말도 옳다'는 황희정승님 말씀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분들이 하신 말씀이 일본의 <켄카료세-하이 喧嘩両成敗>라는 "싸움이 일어나면 양쪽 모두에게 벌을 준다" 라는 것과 그 뜻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죠?


요즘 인터넷을 보면 누군가의 잘못을 비난할때면 반대쪽에서 양비론을 들고 나와 싸잡아 비난하는 글이 부쩍 많이 눈에 띕니다.

얘를 왜 욕하느냐, 쟤도 이랬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둘다 똑같은 놈인데 왜 쟤만 갖고 그러냐.

언뜻보면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나름 일리가 있지만, 그 목적이 자신을 정당화하는데 쓰기 위한 핑계라면 그것은 논리가 아닙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그럴듯한 말장난이죠.


예전부터 아이들이 일본만화를 많이 즐겨보면서 은근히 이런 일본식의 정신적인 문화까지 함께 무분별하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 많이 문제가 되었지요.

코스프레, 오타쿠, 기타등등 많지만 문제는 이것을 걸러서 정화해야 할 것이 거의 없었지요. 언론매체에서 간간히 다루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타쿠라는 것을 '매니아'수준의 단어로 생각하고 좀 자랑스럽게 얘기하지만,

사실 일본에서 오타쿠는 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회부적응적 변태를 뜻한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지메 또한 80년대 일본에서 학교내 이지메를 견디다 못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한국어린이가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절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릴때만해도 아이들사이에서 스스로 따돌림시키는 건 나쁜 짓이며 해서는 안된다라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일본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아이들이 이지메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일본문화를 무분별하게 따라하던 와중에 맞벌이가 늘어 방치되는 아이들이 생기고, 방패막이 없는 아이들 사이에서 일본식 게임처럼 급진적으로 퍼질때, 

부모나 학교는 공부만 잘하면 다른 건 덮어두고 오히려 차별하며 인성교육보다 시험, 대학, 입시에만 애들을 목매게 만들어 성적지상주의에 물들게 하고,

뭔 일만 일터지면 무조건 쉬쉬하고 덮어두려고 기를 쓰다보니 (뭐 이지메 뿐이겠습니까만) 이제 완전히 우리나라에 터를 잡은 것입니다.


'○○의 굴욕'이라는 말도 넷 상에서 많이 쓰입니다만, '굴욕'이라는 단어도 일본에서 넘어 온 것입니다.

'굴욕'이라는 단어가 전에 없던 새로운 말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보편적으로 쓰이던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굴욕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월광천녀'에서 였습니다. 몇권인가 신간이 막 나왔을 때 '고력사의 굴욕'이라는 게 있더군요.

그 이후에 갑자기 인터넷에게 '누구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패러디 사진같은 것이 재미삼이 올라오기 시작해 지금은 완전히 뿌리를 내렸죠.

(그렇다고 굴욕이란 단어가 일본말이니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일본식 관념이 쉽게 들어오고 자리잡는지 알자는 말입니다)

노인들을 산에 버린다는 '고려장'도 사실은 일본의 옛날 악습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것처럼 이름까지 그럴듯하게 붙여져 거의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옛 풍습이었던 것으로 잘못 알고 있죠.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을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다보면, 주체성이 흔들리고 국민성이 변하게 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옛날에 지인이 교통사고에 휘말린 적이 있었습니다.

 

일때문에 지방에 내려갔다 오는 길에 삼거리 신호등 앞에서 정차를 했는데 정지선 밖으로 약간 지나쳐서 서있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오토바이가 파란신호에서 직진을 하다가 갑자기 지인의 차쪽 길로 방향을 꺾더니 이상하게도 핸들이 흔들리며 가만히 서있던 지인의 앞쪽 문을 들이받고 넘어지면서 자기 오토바이에 깔려 다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이럴 경우 누가 잘못 했을까요?

 

지인측은 나는 가만히 서있었는데 오토바이가 와서 박았으니 오토바이 잘못이다, 라고 주장했고 오토바이측은 지인의 자동차가 정지선을 넘어 정차하고 있었으므로 그쪽이 잘못했다고 주장했는데 출동한 경찰이 (그것도 서장이라는 인간이) 오토바이측의 의견이 맞다고 하더군요.

 

이게 맞다고 보십니까?

 

아니죠, 당근 그 경찰서장의 머리나사가 가출했던 거죠.

 

다행히도(?) 법적으로 가만히 서있던 차를 들이받은 오토바이의 잘못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지인은 정지선을 어긴 잘못으로 20-30% 정도 책임을 지고요.

 

그런데 지인은 정지선을 넘어선 잘못이 있으니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아닌가 하고 계속 고민을 했었답니다.

 

피해자인 지인이 왜 정지선을 넘었다는 작은 실수 하나를 가지고 가만히 서있다가 당하고도 그런 심각한 고민을 했을 까요?

 

그 경찰서장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런 결론을 내렸을까요?

 

어쨌든 나도 실수를 하긴 했으니까,라는 결과론적인 관념이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혹시 사회생활 하다가 고의적이지 않은 일로 뭔가 문제에 휩쓸렸는데 "어쨌든 나도 잘못을 하긴 했으니까" 라며 커다란 문제를 혼자 떠안고 고민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우리들의 일상 속에 이런 것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지 생각하니 자꾸 슬퍼지네요.


어쨌든 다시, 처음으로 돌가서- 누군가가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지 않고 <물의를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잘못된 일본식 관습 때문이지, 결코 우리나라의 기본사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통념은 원인과 잘못을 따져서 잘잘못을 따지는 식이지만, 맺고 끝음이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잘못이 큰 쪽을 판결하여 죄를 묻고, 뉘우치게 하여 다시 화해시키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본래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식민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관습이 자연스럽게 물들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잘못된 그런 일본식 관습을 마치 공평한 판결인양 생각하는 어른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뉴스스에 나오는 폭력사건을 봐도 그렇습니다.

 

A가 B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 계획적으로 구타를 했는데 B가 맞고만 있다간 크게 다칠 것 같아 같이 싸웠는데 결과는 '쌍방폭행'으로 결론이 납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같이 싸웠으니까>라는 이유죠.

 

그렇다면 B는 A가 각목을 휘두르건 쇠파이프를 휘두르건 무조건 상황이 끝날때까지 한대도 맞받아치지 않고 죽지 않고 그냥 당해야만 일방폭행이 성립되어 피해자로 인정을 받을 수있다는 얘긴데... 이게 말이 됩니까?

 

남을 해치기 위한 폭력과 자신을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폭력이 구분되지 않고 무조건 '과정이야 어쨌든 같이 싸운건 사실이 아닌가'라는 남의 나라 관념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론에 입각한 판결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갖잖은 일본식 관념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섞이게 되었을까-? 나름대로 한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청렴>이라는 것이 큰 미덕이 꼽히죠.

황희정승이나, 이순신 같은 위인전을 읽으면서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바로 청렴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사람은 청렴결백하다는 말을 참 좋아하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지언정 뭔가 양심에 조금이라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그거 하나가지고도 마음에 걸려 두고두고 괴로워하죠.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사람들은 참 양심적으로 살고 싶어하고, 결백한 사람을 좋아하고, 또 숭배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한...

상당히 착실하고 순수한 사람들인것 같습니다. (물론 사이코패스도 종종 있지만)

그런데 우리나라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청렴>이, 고의든 타의든 물의를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만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는 일본식 <켄카료세-하이>의 성질을 대입하면 아주 쉽게 무너지는 성질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착해야한다, 양심에 꺼리낌이 없어야한다, 청렴사상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어쨌든 저쨌든 물의를 일으킨 건 사실아니냐?" 라고 다그친다면...

<청렴>을 큰 미덕으로 생각하는 착해빠진 양심상, "예." 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지? 인정했으니까 넌 유죄다." 하고 일본식 관념을 적용하여 기정사실화 해버리면 더 이상 빼도박도 못하게 되지요.
 
억울해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어쨌든 사실은 사실이니까> 이라는 전제만 갖추어지면 무조건 <유죄>가 되어버리니까요.

사회생활하시는 분들 한번쯤 생각해보세요, 착하게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가 무덤팠던 경우, 분명 있으실 겁니다.

저도 회사다닐 시절에 그랬던 적 꽤 있습니다. 분명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따져봤을 때 절대로 제 잘못만 가지고 벌어진 일이 아니었는데도,

"어쨌든 이건 네가 잘못 한 건 사실아냐?" 라는 말에 순진하게도 "그 부분은 인정해요."라고 말해버렸기 때문에 "거봐, 인정했잖아."라는 식으로 몽땅 뒤집어 써버린 거지요.

물론 내가 잘못한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거 같은데... 라고 생각해도 어쩝니까. 이럴때 뭐라고 반격할 말이 없는데.

게다가 어쨌든 나보다 윗사람이 하는 말이니 억울해도 일단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유교적인 우리나라 관습이고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점점 물들어 버리는 겁니다.

뒤집어 씌우는 입장에서는 희생양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밀어 붙이는 거구요.

그래서 사회생활하는 어른들은 (특히 남자들) 왠만해선 잘못했다는 말 절대 안하려고 합니다. 자칫하다 혼자 다 뒤집어쓰면 쪽박찰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한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입장에서 윗사람에게 대들수도 없고 자칫하다 쪽박찰 수도 없으니 회피하는 게 최선일 수밖에요.

사회생활을 할 때 신입과 경력의 수준차이는 <얼마나 책임을 능숙하게 회피할 줄 아는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렇게 경력이 붙어서 과장되고 부장되면 부하직원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쯤은 누워서 떡먹기가 되는 거지요. 물론 본인 인격에 따른 문제지만. 이런 상사 만나면 진짜 앞날 캄캄... -.-;;;)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일본식 사상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생겨난 책임론이 시간이 흐를수록 대물림되어 우리 사회가 점점 삭막하게 변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전후상황을 제대로 따져 잘잘못을 제대로 구분하여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전부 뭉뚱그려 한데 몰아서 결론을 내리려 하니,

서로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착하면 바보 되고... 이러니 인정이 메마르고 사회가 점점 황폐해지지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로 나가면, 어릴땐 TV에서처럼 그래도 마지막엔 정의로운 사람이 인정받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건 뭐... 닭모가지를 비틀면 새벽은 절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켄카료세-하이 喧嘩両成敗>가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깨끗한 사회가 되었을 거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제 얘긴 어디까지나 각 나라마다 국민성에 맞는 관습과 사상이 있는데 일본식 관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섞여서 일어나는 괴리감과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물론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잘못을 했으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죠.

하지만 제가 말하고 있는 일본식 책임론을 적용하여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결코 우리사회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웃기는 건 차라리 잘못된 이 일본식 책임론이 우리나라의 것과 섞여서 아예 뿌리박혀 광범위하게 보편적 결과로 항상 사용된다면 또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싶을 때만 들먹여서 악용하기 위해서만 적용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겁니다. 

일본식 책임론을 남에게 적용하여 니가 잘못 했네 어쨌네 하는 사람들은 (특히 지위가 높을 수록) 정작 본인이 잘못했을 때는 절대로 이 일본식 책임론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주 교묘하죠.

자기들 편할대로 책임을 물기 위해서만 이용하는 남의나라 사회적 관념이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올바른 관념이 될 수 있겠습니까?



보통, 물의를 일으켰으므로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는 반성의 의미로서 쓰일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어쨌든 물의를 일으켰으므로 둘 다 유죄>라고 결론을 내리거나 판결에 대입하는 것은 결코 우리나라 관념이 아닌, 잘못 편입된 일본식 관념의 잔재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결과를 따지기에 앞서 과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건 상식입니다.

어쨌든 물의를 일으켰으므로 무조건 둘 다 잘못이다.. 라고 해버리면 개나소나 다 판결하지 사람이 왜 나설까요?

사건의 경중을 따져 그에 알맞은 처벌을 내리고 반성하게 만들고 다시 화해하도록 유도하여 화목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올바른 사회일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드신 어른들의 무의식 속에는 (특히 권력이 높을 수록) 그러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습이 아직도 혼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참 난감한 일이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자구노력'이라는 일본 말이나 쓰고 있으니...-.-)

아이들이 무분별한 국민의식을 갖지 않도록 하려면, 어른들이 많이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올바른 교육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역사관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되게 폼잡고 그럴듯하게 써버렸지만... 이런말 하는 저도 참... 걱정됨..-.-;;;)


ps. 예전에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를 봤는데, 주인공 소년이 작가인 숀코네리에게 가르침을 받다가 그의 소설 앞부분을 몇 줄을 이용하여 글을 만들었던 것을 그대로 학교과제로 제출했는데, 담당교수가 그 사실을 알아채고 표절이라고 문제를 삼습니다.

나중에 숀 코네리가 직접 나와 '내가 허락해서 썼으니 괜찮다. 이정도면 창작으로 인정해줘도 된다'고 하니까 교수가 끝까지

'그래도 결과적으로 남의 글을 도용했으니 표절아니냐'며 물고 늘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학생의 승리로 끝났지만... 만약 일본이라면 아마 어쨌든 결과적으로 도용했다는 건 사실아닌가, 라며 <결과적으로 유죄다>라고 결론이 났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 결과에 집착하는 것은 일본방식입니다.

일본식과 한국식 관념이 뒤엉켜있는 요즘... 좀 더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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