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아유를 만났다. 그는 썰매개 구입과 훈련을 도와주는 현지인 어부다. 2010년, 홍 대장이 답사 및 적응훈련을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앙아유로부터 썰매개 스무 마리를 구입했다는데 그 사이 두 마리는 도망가고 한 마리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실제 원정에 16마리가 투입되면 베이스캠프에는 최소한 두 마리를 후보로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한 마리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현재 남은 개들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이다. 앙아유가 자기 개처럼 정성껏 넙치를 잡아다 먹인 듯하다. 그린란드 사람들조차 가지 않는 내륙 빙하를 도대체 왜 종단하려는지 도무지 이해 못하는 눈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멀리 한국에서 온 ‘비슷하게 생긴’ 우리 탐험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생긴 것도 미남인데다 마음씨도 참 고운 친구다.
“이건 기생충 약이고, 이건 항생제……, 꼭 챙겨야 해요.” 앙아유는 개줄, 가슴 띠, 개 양말, 채찍 등 원정에 필요한 여러 장비들을 몇 번이고 꼼꼼하게 점검해주었다. 행여 개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을까, 그 먼 거리를 개썰매 초보자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한도 끝도 없다. 나보다 더 간절한 것 같다.
일루리사트의 개썰매 공장
일루리사트의 개썰매 공장에서는 아직도 전통 방식으로 개썰매를 만든다. 개썰매는 크게 두 종류, 즉 사냥용과 고기잡이용으로 나뉘며 제작 방식도 약간 차이가 있다. 고기잡이용 개썰매는 약간 비틀려져 유연함이 적은 반면에 아주 단단하다. 얼어붙은 빙판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냥용이나 운반용은 비틀림이 크게 주어 유연성을 최대한 살린다. 평지보다는 산길을 더 많이 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종류 모두 어디 한 군데라도 쇠못을 박지 않고 나무나 끈으로 자연스럽게 잇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휘어질지언정 결코 부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린란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개썰매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대학교는 없다)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개썰매와 카약을 만드는 6주 코스의 강좌가 있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이게 탐험대가 탈 썰매요.” 개썰매 장인인 닉이 손가락으로 커다란 썰매 하나를 가리켰다. 이야, 잘 빠졌다!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은 썰매 앞쪽에 ‘HONG SUNG TAEK’이라고 이름까지 직접 새겨놓았다. 개썰매는 2인용이 일반적인데 홍 대장이 주문한 것은 4인용으로 조금 더 크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140만 원 가량 된다.
이제 열여섯 마리의 개들이 이 썰매를 끌고 2천 킬로미터가 넘는 북극의 설원을 행군하게 될 것이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흥분과 불안이 동시에 밀려온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고, 여기 사람들조차 가본 적이 없다는 해발 2,000미터의 얼어붙은 길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