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 간의 서열 싸움은 냉혹하기 짝이 없다. 강한 놈이 으르렁거리며 위협을 가하면 약한 녀석들은 무조건 바닥에 드러누워 네 다리를 하늘로 뻗은 채 세상에서 가장 비굴한 모습으로 낑낑 울어댄다. 철저하게 복종한다는 뜻을 상대방에게 완전히 인정받을 때까지 언제까지고 그 자세로 누워있다. 그래야 죽지 않는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어린 개들은 20여 마리의 사나운 성견들이 벌이는 먹이 경쟁에 낄 수조차 없다. 어쩌다 경쟁의 틈바구니로 들어갔다가 물려 죽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간혹 경계선 밖으로 툭 튀어나오는 사료 부스러기만이 어린 개들의 유일한 먹이가 된다.
그렇게 처음엔 어미 곁에서, 그 다음엔 무리 속에서 커가며 힘을 얻게 되면 행동반경이 점차 넓어지기 시작한다. 도로를 넘어 다른 마을까지 혼자 돌아다니며 알아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다. 사나운 개들의 기습을 피해가며 굶어 죽지 않고 6개월을 살아낸 녀석들만이 비로소 줄에 묶이게 된다. 6개월이란 시간은 개의 송곳니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기간이기도 하다. 줄에 묶이는 순간부터 이 개들에게는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받을 기회와 훗날 썰매를 끌 수 있는 가능성이 동시에 주어진다.
그린란드의 썰매개들은 애완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죽거나 혹은 존중 받을 뿐이다. 시시각각 죽음의 위기를 넘기며 6개월을 넘긴 뒤 다시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소수의 썰매개들만이 그린란드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명예를 얻게 되는 것이다.
가장 강한 자만이 썰매를 끌 수 있다
6개월을 넘긴 개들은 모두 훈련을 받게 된다. 무거운 썰매를 끌고 긴 시간 동안 사냥을 떠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인과의 소통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썰매개들이 꼭 알아들어야 할 말은 ‘오른쪽, 왼쪽, 달려, 멈춰’ 이 네 마디이다. 아무리 강하고 우수하다 할지라도 주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개는 즉시 안락사에 처해지고 만다. 지옥훈련이란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혹한의 날씨,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블리자드, 그리고 뜻하지 않은 크레바스 등등 수많은 위험 속에서 개와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죽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잔혹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훈련을 모두 받아내고 마침내 썰매를 끌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면 개들은 그제야 비로소 주인으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얻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