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희망 눈부셨던 ‘세월호 청춘들’ 삶 복원”

416 단원고 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 한겨레신문  2016년 5월 18일 -





▲ 416 단원고 약전.  사진 : 은빛기획 제공



[짬] 글쓰기협동조합 은빛기획 노항래 대표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보좌하던

2년 전 ‘416 단원고 약전’ 제안

유시춘 하성란 등 139명 집필 참여

245명 기록 ‘짧은, 그리고 영원한’


“잊지 않도록·달라지도록 되새기길”

판매 수익금은 장학, 추모 사업에



“기록이 기억을 지배합니다.”


시민들의 글쓰기를 위한 협동조합인 ‘은빛기획’ 노항래(54) 대표의 손에는 <짧은, 그리고 영원한>이라는 책이 들려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 중 231명과 교사 11명, 그리고 아르바이트 청년 3명의 간략한 전기를 담은 ‘416 단원고 약전’이다.


노 대표는 1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교사들의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희생자들의 동년배들이, 그리고 앞으로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에 삶을 마감한 희생자들을 기억할 이들이 삶은 무엇인지, 가족과 친구와 이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돌아보는 책이 되기를 소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의당 시민정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 노항래 대표.  사진 : 은빛기획 제공



약전을 펴내자는 제안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에서 나왔다. 노 대표는 열린우리당 정책실장,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을 지낸 뒤 당시 이 당선자의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안산의 여러 장례식장과 단원고를 찾았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매일이 눈물이었죠. 그 속에서 이 아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에피소드를 남겼는지, 어떤 꿈을 가졌는지, 어떤 재능을 키워왔는지를 기록해 두자고. 그래야 그 일이 얼마나 참혹한 일이었는지를 새길 수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를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말했습니다. 희생 학생과 교사들의 삶을 모두 기록합시다.”


“18살 봄, 수학여행 가는 날. 지혜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중략) ‘내일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니까 내가 제주도에 도착해서 꼭 전화할 꺼야. 그러니까 내 전화 기다려.’”(2학년10반 고 권지혜양의 <미소 천사 지혜> 중) ‘평화의 집’ 할머니들을 위해 배식 봉사를 하고 합창단원으로 노래를 불렀던 지혜는 평화의 집 할머니들께 ‘다음 주에 또 올게요’라는 인사말을 남기고는 하늘의 별이 됐다.


모두 열두 권으로 이뤄진 단원고 약전은 슬픔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꿈과 끼를 간직한 10대 청소년들의 설렘과 희망의 흔적인 동시에, 시인 백석과 작가 하루키를 좋아했던 ‘범생이’ 교사와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싶어 하던 한 여교사의 아련함에 대한 빛나는 기록이다. 약전은 슬프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슬픔은 더 짙고, 아픔은 더 깊기만 하다.


기존의 4·16 기록물들과도 다르다. 4·16 기록물들이 대부분 참사 이후 유족들이 겪은 참혹함과 참사의 진상과 책임 등을 둘러싼 공방, 법률적·정치적 대립을 다루었다면, 약전은 참사 하루 전인 4월15일 세월호에 타기 이전까지 희생자들의 기억들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 13일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약전 헌정식을 한 뒤 ‘416 단원고 약전 발간위원회’ 유시춘 위원장은 “이 약전은 마치 회반죽이 마르기 전 그림을 그리는 프레스코화 기법을 닮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견된 한 장의 프레스코화가 2000여년 전 폼페이 비극 직전 주민들의 눈부신 삶을 보여주듯, 단원고 약전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의 삶을 복원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 쪽에도 제안했지만 난색을 표해 반쪽으로 추진된데다, 가족들의 절망 앞에서 ‘삶의 복원’은 가능성이 적어 보였다.


“처음부터 이 일은 슬플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내가, 우리가 슬픔을 견딤으로써 무엇인가 선을 이룰 수 있다면 마땅히 그 슬픔을 감당하겠노라, 이보다 백 배, 천 배 더한 슬픔을 견디는 이들이 있지 않으냐는 심정이었죠.”


노 대표는 이런 ‘복원의 무게’를 감내해준 것은 전적으로 작가들이었다고 했다. 하성란, 한창훈 등 역량 있는 작가 139명이 지난 1년간 작업했다. 노 대표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 힘든 시절을 견디고 있는 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만 같았다. 그 고통에 아무 위로도 줄 수 없는 처지에서 기억을 들추고 다시 눈물짓게 하는 못된 이웃이 된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유가족들에게 곧 약전을 공식 전달한다. “지난 2년 우리 사회는 뭐가 달라졌을까요? 달라진 게 없어요. 완고하고 우둔한 우리 자신에게, 왜 우리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새기게 하는 말 그대로 육필 원고로 받아줬으면 합니다.”


약전 발간위와 참여 유가족들은 약전을 시판하기로 했다. 한 명이라도 더 읽어봤으면 하는 유가족들의 바람이 컸다. 판매(한 질 15만6000원) 이익금은 장학사업과 세월호 추모 사업 등에 쓰인다. 416book.com 참조.



- 한겨레신문  홍용덕 기자 -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44411.html>




출처 : Irene의 스크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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