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가 풀어야 할 4가지 새로운 의문
“퇴선 방송했다” 해경의 거짓말과 구조 실패 책임 ‘윗선’은 누구인가?
- 한겨레21 2016년 4월 14일 -
15만 장 가까운 기록과 3테라바이트(TB)가 넘는 자료 속에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모아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왜 못 구했나” “왜 침몰했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 등에 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특히 진실의 조각을 새로 발굴하며 어떤 의문은 다시금 제기했다. 새로운 의문 4가지를 뽑았다. 그 답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의 몫이다.
1. 해경의 거짓말, 배후는 누구인가
▲ 지난 4월14일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앞)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뒤)이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한겨레 김성광 기자
해경 지휘부가 구조 실패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검찰도 이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배후를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도 않은 퇴선 방송을 한 것으로 함정일지를 조작한 데 대해 해경 경비정 123정 정장 김경일만 기소하고 윗선의 커넥션 부분은 눈감았다. 퇴선 방송을 했다는 김경일의 거짓말은 ‘단독 범행’이 아니었다. 123정은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100t급 경비정이다.
애초 123정이 사고 현장에서 퇴선 방송을 했다고 거짓말한 것은 목포해양경찰서(목포해경) 상황실이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5분 세월호 좌현이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할 무렵 목포해경 상황실은 문자상황보고시스템(해경 메신저)에 “탈출하라고 대공 방송 중”이라고 적었다. 목포해경서장 김문홍이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치거나 마이크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 되나”라고 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TRS)으로 지시한 직후였다.
4월28일 123정 정장 김경일은 퇴선 방송을 했다는 거짓 기자회견을 했다. 이 기자회견은 해경 지휘부가 철저히 통제·관리했다. 해양경찰청장 김석균의 지시였기 때문이다. 김석균은 “우리가 했던 (구조 활동) 내용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123정이 사고 현장에서 퇴선 방송을 했다는 거짓 내용이 포함됐는지에 관해서는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배후의 윗선은 또 다른 ‘윗선’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세월호 특조위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2. 구조 실패 책임자는 누구인가
해경 구조 실패의 책임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123정 정장 김경일이 홀로 짊어졌다. 그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징역 3년을 받았다. 그러나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현장 지휘 책임자가 그 ‘윗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고 당일 오전 9시10분 해경은 세월호 사고의 구조 활동을 지휘하기 위해 중앙구조본부를 꾸렸다. 본부장은 해양경찰청장 김석균이 맡고 현장지휘자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수현과 목포해경서장 김문홍으로 정했다. 그러나 해경 지휘부는 세월호와 교신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거나 승객 퇴선을 준비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진·영상을 보내고 구조 인원 수를 파악하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어김없이 현장 구조 세력에 전달해 123정이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게 했”을 뿐이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승객을 구해야 할 123정 대원들은 사진을 찍고 사람 수를 세느라 바빠졌다. 304명의 목숨을 잃은 참사를 낳은 구조 실패의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가.
3. 항공 구조는 왜 실패했나
사고 현장에 출동한 항공기 703호와 헬기 511·512·513호 기장은 하나같이 세월호에 탄 승객 수를 몰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수백 명의 승객이 배 안에 있는 것을 알았다면 항공구조사를 선내에 진입시켜 퇴선하게 했을 것이라고, 항공기는 항공구조사를 내려보냈을 뿐 아니라 구명뗏목도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은 항공기와 헬기 쪽 주장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단서를 찾아냈다.
항공기 703호는 9시15분 진도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의 항행 방송을 듣고 출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진도VTS는 항행 방송에서 세월호 탑승 인원을 “400명” “500명”이라고 계속 알렸다. 또한 인천해경 상황실은 9시10분 문자상황보고시스템에서 “승선원 450명, 승무원 23명입니다”라고 보고한 뒤 9시11분 인천 이어도에 있던 703호를 이동시키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703호는 인천해경 상황실에서 출동 지시를 받을 때 사고 현장의 위치뿐만 아니라 세월호 승객 수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해경은 TRS 녹취록에서 당시 헬기들이 서로 교신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을 임의로 삭제했다. 또 항공기와 헬기 사이의 교신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전남 소방헬기가 자진해서 유·무선 통신 내역을 검찰에 제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헬기 항공구조사가 위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헬기 511호 항공구조사 김○○는 선원 재판에서 탈출하는 승객에게 손동작으로 “몇 명 있는지”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승객이 손가락 6개를 펴보이며 “6명이오, 6명?”이라고 확인해 맞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항공구조사와 대화한 승객 김○○의 진술은 전혀 달랐다. 항공구조사는 “세월호에 사람이 몇 명 탔는지”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해경 헬기에 “몇 명 탈 수 있으니까 올려보내달라”는 표현이었다고 했다. 그 표현을 듣고 승객 김○○는 단원고 학생들을 먼저 올려보냈다고 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세월호 특조위가 조사해야 할 사항이다.
4. 119는 왜 신고 녹취록을 누락했나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은 세월호 관련 신고 전화 내역을 감사원에 제출하면서 녹취록 1건을 누락했다. 신고자의 전화 너머로 세월호 선내 방송을 119 상황실이 들었음을 보여주는 9시7분 신고전화였다.
119 : 아, 배에는 아직 물은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아. 아, 지금 옆에서 방송하는 것은 뭐죠?
신고자 : 지금 방송하고 있는 거예요, 배에서.
119 : 아, 배에서 방송하고 있는 거예요?
당시 방송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단원고 박수현 학생이 찍은 동영상에 9시7분 방송이 담겨 있었다. “선내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손에 닿으시는 분들은 다른 승객들께 전달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119 상황실이 선내 방송을 들었음을 보여주는 녹취록을 누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짐작할 만한 단서는 있다. 해양사고 신고전화(122)로 세월호 여객부 선원 강○○의 신고를 받은 목포해경 상황실 문○○는 감사원에서 징계를 받았다. 선원이 “지금 선내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방송을 계속한다”고 말했는데도 이를 바로잡거나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 발췌·정리 : 정은주 <한겨레> 기자 ejung@hani.co.kr
<출처 :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15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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