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를 이야기 할때 보통 천재라고 합니다.
 
천재하면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천재에도 종류가 여러가지죠. 연아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천재일까요?
 
제가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음악사로 본다면 김연아는 어떤 인물로 비견될 수 있까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두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드뷔시와 베토벤.
 
드뷔시는 음악사에서 중요한 인물입니다. 이 사람 이전과 이후로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으로 나뉜다고 하더군요.
 
장조도 아니고 단조도 아닌, 생전 처음듣는 모호한 음악...  이것을 인상파라고 하는데,
 
드뷔시는 자기 자신이 새로운 기조의 음악을 처음으로 창시하고 완성시킨 천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베토벤이 있었지요.
 
베토벤은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적 혁명을 일으키고 그것을 발전시키고 완성시킨 거장입니다.
 
보통 어떤 한 장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후배나 제자들이 이어받아 계속 발전시키는 것과 달리, 이 두사람은 하나의 음악적 기조를 만들어 내고 자신이 만들어낸 스타일을 스스로 발전시키고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끝내버린 대단한 인물입니다.
 
 
베토벤과 드뷔시 사이에는 소위 말하는 <음악사 100년전쟁>이 있었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을 그대로 이어받아 고전주의로 회귀해야 한다는 <슈만+브람스파>와 베토벤의 혁명적 음악성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리스트+바그너파>죠.
 
<슈만+브람스파>는 '드보르작', '말러'가 뒤를 이었고, <리스트+바그너파>는 스메타나, 러시아5인조가 뒤를 이어받았습니다.
 
물론 어느쪽이 이겼다라는 건 아니고, 이렇게 두 기류가 형성되어 서로 경쟁하면서 음악사를 이끌어 왔다는 것이죠.
 
 
 
피겨에도 두가지의 기류가 있습니다. 기술과 예술이죠.
 
이전에는 기술이 좋으면 예술성이 떨어지고, 예술성이 높으면 기술이 부족하여 두가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일은 불가능한 것인가 라며 많은 사람들은 아쉬워 했습니다.
 
그런데, 김연아가 나타났지요.
 
그녀는 달랐습니다. 가공할 스피드와 점프, 기술, 거기에 음악성과 표정연기, 예술성을 모두 갖춘 그야말로 '토탈 패키지'였죠.
 
오랫동안 예술과 기술사이에서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신개념 피겨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피겨사 100년>을 기다려온 예술과 기술이 혼연일체를 이룬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인 것이죠.
 
어느 해설자가 그러더군요, 연아는 성경으로 치면 구약과 신약을 나누는 존재라고.
 
그렇습니다.
 
연아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만약 누가 연아가 얼마나 대단한 천재냐고 묻는다면 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겁니다.
 
그녀는 음악사에 있어 베토벤과 드뷔시와 같은 존재라고.
 
피겨 역사에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의 스케이트을 창시하고 발전시키고 완성시킨 혁명적인 인물이라구요.
 
그것도 이미 20살에.  
 
새삼 그녀가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 상상 할 수 없다는 미셸 콴의 말이 다시 한번 와닿네요.
 
 
ps. 연아가 빠진 그랑프리를 보며 씁쓸하여 한번 끄적여 보았습니다... 씁... 
      말이 나온 김에 베토벤과 드뷔시의 월광을 Classic♡Aart 에 올렸으니 한번 감상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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