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증거들 1.


검경은 왜 세월호 카카오톡 공개 못하나?

- 우리사회 연구소 2014년 6월 17일 - 





세월호 침몰 두 달째다. 배는 아직도 바다 속에 있으며 의혹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초기, 당당하게 이곳저곳을 압수수색하던 검찰은 10000페이지에 달하는 증거를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고의 원인에 대한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유가족들이 자식 잃은 슬픔도 뒤로하고 국민들이 직접 진상을 규명하자는 서명운동을 받으러 길거리를 헤매겠는가.


배가 가라앉고 며칠이 되지 않아, 검찰은 카카오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사고 후 탑승자들의 카카오톡 내용들이 대중에 알려지면서, 카카오톡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밝혀줄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는 국민들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사고 닷새째인 4월 20일 카카오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신청 방침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사고당시 승무원 사이에 배에서 먼저 탈출하자는 논의가 오갔는지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전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며 “승무원뿐 아니라 승객들의 카카오톡 내용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습과정에서 입수한 휴대폰을 복원해 사고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카카오톡 정보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사건 초기만 해도 검찰의 카카오톡 수사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혀 줄 결정적인 수사인 것처럼 보였다. 국민들은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성을 띤 방식을 통해서라도 세월호 침몰의 진상이 드러나기만을 바랐다. 왜냐하면 사건 초기 공개된 일부 생존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들이 사고 당시의 선내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탑승자들의 휴대폰 정보들을 취합해보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수도 있는 정황이었다.


실제로 검찰에서 발표한 공소장에 드러난 수사결과를 들여다보면, ‘승객상황일람표(카카오톡)’에 8시 52분부터 10시 17분에 이르는 승객들의 대화상황이 드러나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학생들은 카카오톡으로 “지금 배가 거의 60도?로 기울어졌어”, “배가 70도가 됬어”, “커텐이 섰어요, 90프로 이상 기울었는데” 등의 메시지를 전송하며 선내 상황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한겨레


이처럼 탑승객들은 사고발생시각을 전후로 배의 상황을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학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사고 당시의 선내·외 상황과도 거의 일치하고 있다. 즉, 이들 메시지는 증거능력이 있는 것이며, 침몰의 재구성에 매우 중요한 퍼즐조각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탑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현재 세월호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로 주목받고 있는 교신기록의 ‘진위여부’를 검증하고 ‘공백’을 채워줄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세월호 사건의 핵심 증거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진도 간 VTS교신기록과 세월호-제주 간 VTS교신기록은 불명확한 감도와 원본 삭제의혹 등으로 인해 증거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탑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이들 교신기록을 통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공식사고발생시각’ 이전 세월호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줄 단서가 될 수 있다. 현재 검찰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의 전송시각은 16일 오전 8시 52분부터 10시 17분에 한정되어 있다. 통상적인 고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이용행태로 볼 때 8시 52분 이전에도 많은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밝혀 줄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검경 수사기록에서 드러난 카카오톡 부실수사


그러나 공소장에서 드러난 검경의 수사결과는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가족들과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공소장의 내용은 정부와 검찰이 사건 초기부터 주장해오던 ‘8시 52분 최초 사고발생 후 급변침에 의한 침몰설’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으며, 유가족들과 국민이 원하는 사고원인과 정확한 사건경위에 대한 자료들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검찰의 공소장과 수사내용이 진상규명을 위한 데 있지 않고, 선원과 실소유주 몇 명을 신속히 사법처리 하는 데 있는 것 같다는 유가족들의 비판을 받을 만 하다.


카카오톡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결과에서 탑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극히 일부만 인용되고 있으며, 그마저도 사고원인과 사건경위를 밝혀줄 수 있는 8시 52분 이전의 메시지는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다. 검찰의 검찰이 공소장에 인용했듯이, 8시 52분부터 10시 17분에 이르는 카카오톡 내용이 증거능력이 있는 것이라면 8시 52분 이전의 카카오톡 내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찰은 왜 8시 52분 이전의 카카오톡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또한 현재 유가족들이 입수한 희생자의 휴대폰의 동영상 정보의 ‘수정’시간이 사고발생 10시간 후인 6시 38분이라고 확인되고 있는데, 만약 이와 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세월호 전복 이후에도 에어포켓의 생존자들이 휴대폰을 조작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생존자학무모대책위 대표 장동원씨는 김어준의 KFC에 출연해 10시 30분 이후의 통화나 카카오톡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있다”고 답변한 바있다. 검찰은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탑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사실 세월호 탑승객의 카카오톡 등 디지털 정보와 관련된 검경의 은폐·조작 의혹은 검경 및 정부가 자초한 바가 크다. 지난 5월 6일, 해경은 주검과 함께 인양된 학생들의 유품을 부모들에게 돌려주기 전에 휴대전화 유심(USIM)과 메모리카드 등을 빼내 저장된 내용을 살펴봤다. 여기에는 침몰사고 전후의 사진이나 동영상, 문자메시지, 메모 등이 담겨 있을 수 있다. 희생된 학생들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을 수 있는 디지털 정보들은 세월호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고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하는 중요한 열쇠로 관심을 모으고 있던 차였다.


유가족들은 “딸의 유품을 해경으로부터 전달받았는데, 휴대전화만 빼고 돌려줘 항의했더니 나중에 돌려줬다.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칩이 없어 다시 항의했더니 ‘수사상 필요해 분석했다’며 칩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분개한 유족들은 “이는 당국이 과실을 감추기 위한 공작이다. 사고 현장과 구조 상황을 은폐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실제로 많은 유가족들이 수사당국에서 희생자들의 휴대폰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희생자들과의 통화기록 등 디지털 정보들이 누군가에 의해 삭제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경은 카카오톡 등 디지털 정보에 대한 수사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민간 디지털포렌식 전문가인 김인성 교수는 유족 측 대리인인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휴대폰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휴대폰들이 소유자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유실물 센터에 방치되어 폰이 거의 부식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애플사에 아이폰의 복구를 의뢰해 두었는데, 아직 협조공문도 발송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는 “국정조사단이 이런 일들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여태껏 아무 것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국정조사팀의 실무자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사고의 원인을 밝혀야 할 검찰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니 유족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유족들은 검경의 수사결과를 믿지 못하고 있으며, 복구 작업 등에 협조를 해주겠다는 검찰 측의 제안도 거부하고 있다. 진상규명의지가 없는 검찰의 어떠한 접근도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족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 전문가들의 복구 자료를 바탕으로 국정조사에서 모든 진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인성(minix01) 트위터


이러한 검찰의 미흡한 수사로 인해, ‘내부폭발설’, ‘잠수함충돌설’, ‘핵폐기물 운반 중 사고설’ 등 세월호와 관련한 음모론들이 수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적인 수사기관이라면 음모론을 유포하는 네티즌들을 수사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음모론이 제기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수사본부는 여전히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한 편, 합리성을 띤 의혹제기조차 입막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톡 역시 사고 전후의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황증거이지만, 검찰은 극히 제한된 내용만을 공개함으로써 은폐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검찰이 진정으로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포함한 디지털 정보를 유족들과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지금 검찰 수사본부는 수사의 칼 끝을 세월호 선원들에서 해경으로 돌리고 있다. 구조과정에서의 부실과 해경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 원인과 관련된 수사는 앞서 언급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에서 더 진전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검찰은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카카오톡 등 디지털 정보를 포함한 수사 기록들을 공개해 유족들과 민간 전문가들에게 협조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각계각층에서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왜 터져나오는 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출처 : http://blog.daum.net/oursociety/359>




출처 : Irene의 스크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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