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아니라 큰 쓰레기통…세월호와 판박이"

[인터뷰] 민영화 고발 영화 <블랙딜>의 이훈규 감독

김윤나영 기자, 최형락 기자


영화는 한국의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형광등을 켜고,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만들어 식사한다. 화면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자막이 붙는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화면이 이어진다. 단 '민영 회사'라는 자막이 깔린다.

카메라는 '민영화 1세대' 국가들을 들여다본다. 최악은 아르헨티나다. 수십 년 된 지저분한 전철이 문도 안 닫고 사람을 주렁주렁 달고 달린다. 대형 참사가 벌어져 많은 사람이 죽는다. 5일 동안 변압기 고장으로 전기가 끊겼던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쌩까는' 민영 전기회사를 비판하며 집 앞에서 시위하기도 한다. "돈을 냈으니 전기를 달라."

'이 나라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영화 <블랙딜>은 영국,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칠레, 일본, 한국을 돌며 민영화 이슈를 집중 분석한 다큐멘터리다.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인 민영회사들의 경영 철학과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한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민영화는 누구에게 이익인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블랙딜>의 이훈규 감독을 만났다. 이 감독이 7개국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편집을 끝낼 무렵은 지난 4월이었다.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와 민영화 1세대 국가들에서 벌어진 일들이 너무나 똑같았다"고 개탄했다. '블랙딜'은 한국의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모티브를 강조했다.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원래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망각'이라고 했다. 민영화 이후 우리가 통신비가 비싼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영화 제작비 3억 원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았다. 관객 6만 명이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한다. 영화는 오는 7월 3일 개봉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 영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칠레, 일본, 독일, 한국 등 7개국의 민영화 실태를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제작비 모으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했나?

이훈규 : 기획 의도는 민영화 1세대 국가를 찾아가서 민영화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다루자는 것이었다. 유럽, 남미, 일본을 선정했다. 특히 미국형 민영화 실험이 이뤄진 곳이 남미다. 미국이 주 정부 연합체로서 하기 힘든 실험을 칠레에서 하더라. 자료 조사를 하고, 작년 5월 말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1년 동안 제작했다. 살뜰하게 아껴서 해외 취재 예산을 포함해 전체 예산 3억 원을 잡았다. 기획 단계에서 3000만 원을 기부받고, 나머지는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다.

프레시안 : 통신, 물, 전기, 가스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니 확 빨려들더라. 그러면서 정부 관계자, 민간 기업 관계자들에게 '민영화'가 누구에게 제일 이익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렇게 만든 의도가 궁금하다.

이훈규 : '자본주의', '국가'와 같이 거대 화두를 던지고 시작하는 방식은 부담스럽더라. 거대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다. '우리가 쓰는 물건인데, 왜 이 공공재를 저 사람들이 결정하지?'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전문가가 아닌 내가 궁금한 건 관객도 궁금하리라고 생각했다. 일본은 어떤지 가봤더니, '이렇다더라' 하고 보여줄 뿐이다. 취재한 것 중에 더 심한 장면도 많았는데, 될 수 있으면 고른 입장을 보여주려고 뺐다. 기업, 정부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아르헨티나, 전기 끊기고 5일 참는 게 원래 당연한 나라?"

프레시안 : 영상으로 보니 충격이 남다르더라. 미리 자료 조사를 했겠지만, 실제 촬영에 돌입하면서 가장 경악한 장면을 꼽자면?

이훈규 :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내내 우울했다. 그 나라의 철도 문제에 대한 영상을 미리 보고 가서 취재했는데도, 영화에서 보다시피 정말…. 2시간 기차 타는 데도 너무 힘들어서 토할 것 같더라. 지하철이 아니라, 큰 쓰레기통이 굴러가는 느낌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민영화로 대형 철도 참사가 벌어진 뒤에 바뀐 법 제도라고는, 사고가 발생한 역에서 열차가 시속 5km의 속력 이상을 낼 수 없다는 규제뿐이었다. 영화에는 담지 못했지만 그 나라 법이 얼마나 엉터리였느냐면, 부정부패가 생기면 2년 후에는 소급 처벌을 못 하게 했다. 관료와 민간 기업이 유착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는 법률을 만들었다. 감시와 규제가 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 영화 <블랙딜>에서 전철이 시속 5km 미만의 속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대형 참사가 발생한 역사. 사고 이후 전철은 시속 5km 이상 달릴 수 없다는 규제가 도입된 게 고작이었다. ⓒ인디플러그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기차가 그렇게 엉망으로 다니면 승객들이 아우성친다. 전기가 10분만 끊겨도 난리가 난다. 그 나라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5일 동안 전기가 끊긴 채로 참다가, 6일째에야 전기 달라고 시위하는 걸 보니 비참했다. 사람들이 10년 넘게 부패를 처벌할 수 없는 상태로 살다 보니, 그 시스템에 그냥 갇혀 살더라.

그게 제일 끔찍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에서는 신자유주의 반대 시위가 크게 벌어졌는데, 10년 지나니까 사람들이 순응하고 살더라. 민영화는 한순간이고, 공공성은 지켜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영화의 모티브도 '기억과 망각'으로 잡았다.


▲ 영화 <블랙딜>에서 전기를 달라고 시위하는 아파트 주민들. ⓒ인디플러그

"세월호 참사, 6개국 민영화 참사랑 똑같아"

프레시안 : 원래 기획 의도는 '민영화의 폐해'였는데, 제작 의도에 '기억과 망각'이라는 주제가 추가됐다는 말인가?

이훈규 : 그렇다. 직접 가보니 폐해만 있는 건 아니더라. (유럽에서) 민영화한 지 20~30년 뒤에 재공영화한 사례도 있었다. 왜 달라졌을까? 주민 참여가 이뤄져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반영됐을 때, 민영화 이후가 극명히 달랐다. 그래서 폐해를 알리는 것을 넘어서서 '어떻게 슬기롭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 방법을 찾을까'로 영화의 초점을 더 모았다. 슬기로운 해법을 가져올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다.

프레시안 : 민영화가 촉발한 '안전' 문제도 이 영화가 다루는 주요 소재다. 민영화 이후 수많은 대형 사고들이 났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그렇고, 묘하게 세월호 참사와 겹치는 것 같다.

이훈규 : 우리가 한국에 들어와서 편집을 끝냈을 때가 4월 초였다. 영화 편집은 이미 마쳤는데 (세월호 참사와 외국의 민영화 참사가) 너무나 똑같더라. 사고가 났는데, 정부가 배신하고, 이후 정부 개선안도 어처구니없고, 민관유착이 똑같고….

세월호 참사도 돈의 논리에 따라 안전을 무시한 결과 일어났다. 그런 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던 것은 부정부패다. (영화에서 아르헨티나 철도 참사 희생자인) 루카스의 어머니도 비슷한 말을 했다. 만약 시민사회가 이들 기관을 감시하고, 시민사회의 의견이 반영됐다면 어땠을까? 선박회사가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끔 규제기관이 있고, 투명하고 올바른 절차를 거쳤다면? 공영이든 민영이든 잘됐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람들의 '망각'을 쉽게 이용한다. 그런 원칙을 무시하는 순간,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이훈규 감독. ⓒ프레시안(최형락)

우리 영화는 '미리 가본 민영화의 미래'를 다뤘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고 가니 이건 '미리 가본 민영화의 미래'도 아니었다. 이미 현실에 와 있다. 그걸 모르고 있었다. 지금은 서서히 잊히고 있는데,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외면하고 잊고 사는 것도 '블랙딜'이다"

프레시안 : 참사를 부른 게 정경유착, 부정부패라고 했다. 이 영화의 제목도 '검은 거래(블랙딜)'다. 모든 민영화가 부정부패로 얼룩진 건 아닐 텐데,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나?

이훈규 : 세계은행 총재조차 2000년대 초반에 "민영화는 부정부패하기 너무나 쉬운 제도"라고 했다. 우리가 취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공기업을 민간에 내주는 과정인데, 한결같이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 검은 거래가 있었다.

영화 제목을 블랙딜이라고 지은 건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국민이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블랙딜'이다. 둘째, 실제로 그 과정에서 정부 관료와 민간 기업 사이에 부정부패가 발생했으므로 '블랙딜'이다. 민영화 과정에서 민간 기업은 혜택을 받고 싶고, 정부는 그냥 주지 않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 먹는다. 제도상으로도 허점이 있었다. 셋째, 우리의 공공재를 우리가 외면하거나 잊어버리고 있는 상태 또한 '블랙딜'이다. 우리가 그 검은 거래에 동의해주는 것은 '망각의 블랙딜'이다.

민영화 과정에서 정경유착, 한국은 예외일까?"

프레시안 : 고영재 프로듀서가 언론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대통령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훈규 : 대통령도 마음이 좀 움직였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결정권은 국민의 지지를 통해 나온 것이다. 국정 운영에서도 충분히 국민 의견을 반영하고 가셔도, 전체 기조에서 많이 흔들리지 않을 텐데, 너무 한쪽으로 가지 않으셨으면 한다. 민주주의의 본령은 갈등을 제도화하는 것인데, 그 본령을 실천할 가장 좋은 권한을 가진 분이 대통령이다. 우리는 '기억하라'는 화두를 던지고, 대통령은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관료와 민간 기업 관계자도 왔으면 한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검은 거래는 밝혀진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기업도 굳이 공공 분야에 손대지 않고도 다른 분야에서 이윤을 추구해도 된다. 공공성이 확보돼야 국민 삶도 건강하고, 소비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나는 시장의 필요성은 부정하지 않는데, 시장 전체주의는 경계한다. 공영화도 비는 점이 있고, 민영화도 비는 점이 있다. 합리적으로 둘이 잘 조화를 이뤄야 공공성이 확보된다. 국민의 삶을 살찌워야 시장의 민간 소비재도 건강하게 유통된다.

프레시안 : 한국의 여러 민영화 이슈 중에 물과 철도 분야를 주로 다뤘다. 그밖에 관객이 환기했으면 좋겠다 싶은 민영화 이슈가 있다면?

이훈규 :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가스공사가 공기업이지만, 소매 부분은 다 민영화됐다. 도시가스는 민간 기업이 한다. 내가 일산에 사는데, 우리 집에 아직도 가스가 안 들어온다. 이장님 댁은 상수도가 안 들어온다. 관 1m당 돈을 내란다. 신도시에 살아도 가스나 수도 공급을 못 받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공공성이 모세혈관 같은 곳까지 확보돼야 하는데, 아직도 공급이 안 된 상태에서 민간에 맡기면 민간기업은 비싸게 받을 것이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살려야 할 분야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처방은 말이 안 된다.

프레시안 : <블랙딜> 지역 시사회가 열리고 있는데, 관객들 반응이 어떤가?

이훈규 : 좋았다. 감독들은 영화 시사회를 모니터링할 때 걱정한다. '이 장면은 내가 웃기려고 심어놨는데 웃나?', '이 장면에서 우나?' 하고 말이다. 영화 시작한 지 5분 안에 시선을 사로잡고 싶었다. 그런데 수에즈(영화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초국적 물 기업) 경영자 아저씨가 감옥 두 번 갔다고 하니 (관객들이) 빵빵 터지고, 마지막에 '여러분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서는 고민하더라. 기존 시사다큐멘터리의 관습을 탈피해서 세련되게 만들자는 전략이 성공한 것 같다.

프레시안 : 가수 정태춘 씨가 내레이션을 해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조화됐다. 정태춘 선생은 뭐라고 하던가.

이훈규 : 가편이나 대본을 보더니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이래서 설득당하겠어?" 하시더라. "이렇게 풀어놔도 관객들이 현명해서 잘 알 겁니다, 기존처럼 강조하는 방식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많이 설득했다. (웃음)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8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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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절대 이렇게 될 리 없을 것 같습니까?

이명박근혜 저 난리 치고 사기 치고 무책임하고 뻔뻔해도 뽑아주는 바보 같은 국민들이 드글드글한 나라에서...??

누가 통일이 더 빠를까 저 꼴 나는 게 더 빠를까 묻는다면
통일은 이미 물 건너가고 있고
후자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겠습니다...-_-;;;

 

 

 

http://www.bestiz.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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