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아니지 않은가? 인권이 있나? 자유가 있나? 오로지 한 사람을 유지하기 위해 있지 않나? 그리고 계속 거짓말하는 역사 퇴행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로 있을 수 없는 나라다."

최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을 향해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있자니 쓴 웃음이 나왔다. 나라꼴이 말이 아닌 건 북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나라도 아닌 나라'조차 34년 전 여객선 침몰로부터 400여 명을 구해냈다고 자랑하는 판이다. 이 '잘난 나라'는 구조는커녕, 한 달이 지나도록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못 구한 것이 아니라 안 구한 것'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학생이 "살려 달라"며 구조를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해경은 '경도와 위도'를 물으며 시간을 낭비했고, 400명 이상 탄 6000톤급 여객선이 침몰하는 현장에 100톤 경비정 1척(고무보트 1대), 헬기 2대만 몰고 나타났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배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도, 승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질' 적임자로 고른 강병규 안정행정부 장관은 어땠는가. 재난사건의 '컨트롤 타워', 수장이라는 그가 사고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은 조난신고가 접수된 지 30여분이 지난 뒤였다. 보고를 받을 당시 아산 경찰교육원 졸업식장에 있었던 그는 한 시간 넘게 자리에 남아 경찰 간부들과 웃으며 기념촬영까지 했다.

오후 1시 10분께가 돼서야 현장에 도착한 강 장관은 구조를 돕기보다 방해했다. 민간구조대를 격려하겠다며 구조를 나가는 배를 붙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그는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만나러 간 것이다. 의전행사를 위해 구조작업을 지체시켰던 그가 또 다른 의전을 위해 현장을 떠난 것이다.

대통령 책임이 크기에... 지켜줘야 한다?

집권 여당의 정치인들의 태도는 예상한 그대로였다.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책임을 묻는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아마도 더 중요한 이유로) 선거가 다가오자, 표정 관리를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난 15일 "대통령이 진정어린 사과에 미흡했고, 수습과정에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론이 이상했다. "대통령이 독선으로 흐르면 가차 없이 비판하고 흔들리면 지켜야 한다, 지금은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고 위기를 넘길 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이 잘 못했기 때문에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임 있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도 자리를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과오가 있는 새누리당에는 선거에서 표를 몰아줘야 할까?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한층 더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14일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현안보고' 때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향해 "당장 사표 내라"고 호통을 친 것이다. 강 장관이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결론도 이상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정부의 책임이 크고 잘못됐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모든 사태를 뿌리 뽑고 갈 수 있는 그런 원칙을 가지신 분도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으며, 일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까지 말한다. 대통령이 국민안전을 지켜야 할 최종책임자여서만이 아니다. 적잖은 국민들이 서청원 의원이 말한 것과 비슷한 회의를 가진 탓이다. 다시 말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가 있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국민안전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행정안전부를 폐지하고 '안전행정부'를 신설한 것도, 재난과 구조에 아무 지식과 경험도 없는 행정 관료를 수장으로 임명한 것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정부의 무책임함, 무능, 부패가 드러나자 대통령은 또 다시 "국가안전처 신설"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런 식이면 '안전국가처'로 다시 이름을 바꾸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통령은 문제의 해결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는 선택을 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한 달여 동안 국민 여러분이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신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정부는 전날까지도 경찰을 동원해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을 대거 연행했으며, 촛불시위에서 체포한 113명도 전원 형사 처벌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이런 모순적 행태는 대통령이 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할 뿐 아니라, 국민 안전 대신 '정권 안전'을 택했음을 드러낼 뿐이다. 일이 난처해질 때마다 도피하고 보는 대통령의 버릇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세월호 축소 보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대통령은 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서둘러 외국 순방을 떠났다.

향후 대책을 제시했다면,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들에게 상세한 내용을 전달하는 게 예의다. 하지만 그는 현재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에 건설 중인 원전1호기 원자로 설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잠시 눈물을 보였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전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대단히 중요한 국익'이 걸린 일이어서 행사 참석이 불가피하다는데, 국민 목숨보다 중요한 국익이 있단 말인가.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오직 한 가지



한국에서 태어난 죄, 오직 이 하나의 죄 때문에 수 백 명의 어린 학생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리고, 아무리 많은 꽃을 영정에 바쳐도 이들은 살아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오직 하나, 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이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시간이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고통을 무디게 할지 모르나,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은 더 이상 같은 나라가 아니다. 이 사고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잘못된 길을 왔는가와 우리의 탐욕, 무관심, 비겁함이 이 사회를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를 똑똑히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애도를 표한 후 잊어버리는 건 단지 어린 죽음을 헛되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백 명의 갑작스럽고 억울한 죽음 앞에서 '의연'하기를 배운다면, 우리는 이제 타인의 어떤 고통과 비극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괴물이 될 것이다. 그러면 다른 이들 역시 당신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잔인한 삶을 거부하든지, 아니면 더 잔인해지든지. 지금 우리의 선택은 우리의 삶과 삶의 터전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저 존재한다고 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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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2초부터-

김현정 : 기자의 눈으로 뽑은 오늘아침 뉴스, 김진오의 눈이란 코너로 새롭게 인사드립니다. 김진오 기자, 어서오세요.

김진오 : 네.

김현정 : 오늘 아침 5월 19일 월요일 아침, 김지오 기자가 주목한 첫번째 키워드는 뭡니까.

김진오 : 오늘 오전 9시 20분쯤입니다.

김현정 : 9시 20분요.

김진오 : 네. 9시 20분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과와 포괄적인 후속대책을 담은 대국민 발표를 마치는 시각입니다.

김현정 : 시작하는 시각이 아니라 마치는 시간이오. 9시 20분.

김진오 : 그러니까 출입기자들과 1문1답을 20분가량 진행되는데, 여기서 대통령이 과연 사과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내느냐. 그리고 또 앞으로 계혁과제를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 그런데 대통령은 오늘 아마도 <내 탓, 내 책임>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박대통령이 오늘 대국민 담화에서 또한 <눈물을 보이느냐>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대국민 호소력이 커진다는 의견을 객인했고, 따라서 눈물을 보일 것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이 참모진 의견을 수용해서 단 한번도 없었던 눈물을 보일지가 지켜볼 일이구요.

자식을 키우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모두 울 때, 같은 여성으로서 왜 박대통령은 울지 않느냐는 얘기가 사실 회자되고 있지 않습니까. 엄마가 아니어서 애간장을 끓는 듯한 고통을 모른다는 얘기에서 부터 아마도 혼자 있을 때는 많이 울 것이라는 다양한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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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 후,

"The English sovereign reigns, but does not rule.(군주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프랑스혁명 후,

"régne et ne gouverne.(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부정선거 후,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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