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식 일제고사, 교육인가 폭력인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2016년 6월 23일 -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5098개 중·고등학교에서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했다. 전국의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일제고사는 그 이름도 화려하다. 일제고사, 교과학습진단평가, 국가수준기초학력진단평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전국연합학업성취도평가... 학교에서 치른 수많은 평가. 그 중의 하나인 일제고사. 이렇게 화려하게 진화(?)한 일제고사란 도대체 무엇일까?




▲ 이미지 출처 : 교육희망



교육이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 즉 사회화과정‘이라고 본다면 평가란 ’설정한 교육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그 성취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평가를 시행하는 이유는 교사가 학습지도의 적절성을 파악하고 평가결과 드러난 문제점을 다음 교육계획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목적과는 달리 전국의 중3 학생, 고 2학생이 응시한 성적을 비교해 서열을 매기는 행사는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까?




방학 때 못쉬었어요. 놀토도 없어졌어요. 예체능 수업도 못해요. 1등 할 수 있냐고 교육청에서 전화와요. 요즘 같아선 시험만 보니 제가 학원강사가 된 것 같아요. 공부 못하는 애들은 은근히 미워지는 것 같아요. 애들 데려다 지금 뭐하는 있는 건지 정말 속상해요.(6학년 교사들)


우리 애들 부진아 되어서 인간취급 못받을까봐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시험 끝나고도 애들 남겨서 공부시키고 있습니다.(시골학교 교사)




땅 속 깊이 묻어둔 타입캡슐이 터진 것처럼 기억속에서나 회자하던 풍경이 2009년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바로 10월의 초중고 일제고사 때문이다. 2008년 3월 처음 시작된 일제고사는 불과 2년만에 교육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신은희선생님이 오마이뉴스에 썼던 글이다. 어쩌다 일제고사가 이 지경이 됐을까? 일제고사의 역사를 보면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매년, 전체 0.5~1퍼센트의 학생을 표집으로 선정,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일제고사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당시 일제고사는 시험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8년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고 그 결과를 2010년부터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라는 사이트에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비율을 공시하면서 공교육체계를 흔들어 놓고 말았다.




▲ 학교에서 성과가 높은 반에게 상품권, 놀이동산, 현금 등을 지급, ▲ 기초 미달이 예상되는 학생들 토요일 강제 등교, ▲ 아침 자율학습 시간, 정규 수업 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 풀이, ▲ 중학교에서 야간 보충수업, 9시까지 강제 자율학습 실시, ▲ 지역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방과후 수업, 야간수업의 연장, 토·일요일 수업 개설 등을 요구, ▲ 일제고사 대비 사설모의고사 강제 시행, ▲ 일제고사 결과 학교 별 비교자료 공개, ▲ 일제고사 성적을 내신 성적에 반영, ▲ 일제고사 성적을 학교별 성과급 평가와 교육청 평가에 반영...




일제고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나타난 학교현장의 모습이다.




올해에도 대구와 부산, 충북 등 지역에서는 ▲ 기출문제집 제작 중3 학생에게 전원 배포, △ 아침 자습시간 문제풀이 강요, ▲ 국・영・수 수업시간에 모의고사 실시와 정답풀이, ▲ 기초학력 미달 예상 학생들에 대해 방과후 보충수업 진행, ▲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유사 문제를 기말고사에 출제, ▲ 평가 대비 모의고사 치르기, ▲ 미도달자 ‘0’을 주문하는 장학사 방문 등, 부적절한 일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신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제고사는 학력신장에 도움은커녕 교육 자체를 왜곡한다. 과도한 경쟁은 오히려 학생들의 능력의 신장을 방해하며 스트레스의 증가와 학생들의 성장발달을 해치게 된다. 교육부는 학교 책임 강화를 위해 일제고사 결과를 공시한다고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학교에서는 서열화와 학교 간 경쟁 심화라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일제고사가 모두 그렇듯이 지난 6월 21일 치러진 일제고사도 기초생활수급자와 다문화가정 비율이 높거나 사회 경제 문화적 혜택이 낮은 농어촌에서는 시험성적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두고 학교 간 성적을 비교해 서열을 매기고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와 교육청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고사,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


앞에서 지적했듯이 일제고사는 시대가 요청하는 교육 변화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 단편적 지식 측정 위주의 획일적인 지필고사 형식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할 수 없으며 교육과정 질 관리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학생들의 신체적, 지적, 정의적, 문화예술적 영역에 걸쳐 종합적인 평가를 하려면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 평가는 수업과 별개가 아니라 교수-학습 과정의 일부이므로 평가권 역시 교사에게 속하는 것이 옳다.





득보다 실이 많아 문제가 드러나면 지체없이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일제고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일제고사는 교육이 아니다. 경쟁을 통한 효율성 운운하고 있지만 먼저시행햇던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현재의 이런 형태의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는다. 세상은 알파고시대를 향해 가는데 유독 학교는 아날로그방식의 교육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평가목적이 실종된 평가를 고집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인간의 가치까지 서열매기는 중간·기말고사는 고사는 물론 대학수학능력고사와 같은 상대평가는 폐지하는 게 옳다.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난이도와 과도한 학습량, 과다한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영·수·국에 편중된 학습, 영어 과목에 대한 집착과 몰입 등 우리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지금까지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단체에 의해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학생들의 학습 고통은 물론 학습 결손을 초래하는 일제고사는 더 이상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다. 인간을 쇠고기 등급을 매기듯이 나누는 수학능력고사는 자격고사제로 바꾸어 학교를 교육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학교를 살리는 길이다.



<출처 : http://chamstory.tistory.com/2397>




출처 : Irene의 스크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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