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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이 뒤늦게 공개된 이유.. 메르스와 하얀 정글

별오다 2015. 6. 8. 09:57

 

정부가 메르스 확진환자가 17명이나 나온 삼성서울병원을 뒤늦게 공개했다. 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로 부상한 삼성서울병원을 상당 기간 비공개한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재벌병원의 경제논리’가 작용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및 양성판정이 난 의료진이 2명이고 이 병원을 거쳐간 환자들이 부천, 부산으로까지 2,3차 감염의 매개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고, 병원측도 다른 병원과 달리 응급실 폐쇄, 병동격리 등에 미온적이었다.

7일 현재 이 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확진환자가 17명이고 1명은 지난 5일 사망했다.

 

                                                    (표=프레시안)

 

삼성서울병원은 ‘종합병원 TOP 5’(서울대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성모병원 아산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로서 전국을 상대로 의료마케팅을 하고 환자들도 각지에서 모여든다. 그만큼 가족 등 보호자와 병 문안을 오는 사람도 전국적이기 때문에 메르스 2차확산의 우려가 높았다.

삼성서울병원의 또다른 이름은 ‘성균관대 의과대학 병원’이다. 삼성그룹이 의료산업과 교육사업(성균관대)에 진출해서 창출한 결정체이다. 이 병원의 운영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여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그룹의 기업사회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직결되고, 성균관대의 사회적 역할과도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를 메르스 감염자로 확진한 최초의 병원이다. 그러나 이후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뒤에 숨어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급기야는 ‘2차 진원지’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 경영진이 의료기관의 공익적 사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고, 정부의 ‘비밀주의 포위전략’도 이러한 재벌의 경영논리가 암묵적으로 투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1. 삼성서울병원을 책임진 사람들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사장(지원총괄),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감염내과 전문가로서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송 원장은 지난 4일 새누리당 초청간담회에서 “확진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으면 감염될 일이 없다”면서, “휴교하는 것도 논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금 과대포장된 느낌“이라면서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무작위로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손 씻기 등 위생만 잘 지키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병원 응급실에 있던 14번 환자의 옆 병상에서 1시간 정도 체류했던 의사가 확진판정을 받은 것이 손을 씻지 않았기 때문인가.

더구나 6월4일은 자신의 병원 의사가 14번 환자와는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는데도 확진판정(6월1일)을 받은지 사흘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에 취임한 삼성생명공익재단에 의해 운영된다.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사장(지원총괄)이 최근 신설된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러한 거버넌스(지배구조)는 이 병원이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을 가늠케 한다. 또한 이 병원의 중대한 결정은 병원장의 독립적 판단과 의지보다는 총수 일가와 윤순봉 사장 등 그룹차원 브레인의 용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서울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다는 점도 병원측의 대응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러한 상황까지 포괄해서, 삼성서울병원의 명단 공개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의료 외적인 판단이 과도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프레시안>, jtbc 등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6개병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만이 응급실과 관련병동에 대한 차단조치에 미온적이었다.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은 자진폐쇄했고 365열린병원, 서울의원, 건양대병원, 대청병원도 해당 병동을 격리 또는 폐쇄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환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지만, 이 병원의 경영진이 지난 십수일 동안 보여준 모습은 기자회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2. ‘비밀주의 포위전략’의 파산

정부가 7일 발생병원, 경로병원까지 일제히 공개한 것은 ‘비밀주의 포위전략’의 파산을 고백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메르스 감염경로를 조용히 차단하고 집중대처로 조기에 수습할 수 있다는 ‘비밀주의’를 고수해 왔다.

또한 청와대 ‘메르스 민관 종합대응 TF’에 병원의 경영적 이해를 대변하는 병원협회는 포함되고 의사협회가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 많다.

청와대, 보건복지부와 병원협회가 이번 사태를 대하는 자세는 ‘병원명단 비공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그동안 삼성서울병원이란 존재가 병원명단 공개를 어렵게 만든 이유라는 시각이 있다. 35번 환자의 확진을 숨기거나 발표를 미룬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비의료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구제역이나 AI에 대한 방역에서 ‘마구잡이 살처분’ 논란이 나올 정도로 단호한 초동대응이 이뤄지는 것에 비해서, 또 사스나 신종플루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에 비교해서도 이번 메르스 ‘비밀주의 포위전략’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즉 보건의료 이외의 판단이 정부의 초동대응에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의구심이 제기된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의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서울병원 질병관리실에 전화해서 담당자에게 메르스 가능성을 말했더니 '그럴 리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근무하던 국내 최상급 초대형병원이 메르스사태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백한 셈이다.

 

 

이 의사가 감염된 곳으로 지목된 응급실은 일시적으로만 폐쇄됐고 방역소독도 응급실 전체가 아닌 14번 환자가 머물던 구역에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추이에 따라서는 삼성서울병원의 부적절한 대응과 미온적 조치에 대해 심각한 평가가 예상된다. 동시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의 직무수행도 검열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자체 수집한 상황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지휘 감독을 받는 보건소에서 무성의하고 부적절한 태도가 빈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4번환자(3번환자의 딸)의 체온이 37.9℃라고 귀가조치시키고, 관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매뉴얼에 나온 ‘38℃ 이상’이라는 문구에 집착한 황당한 대처였다.

또한 모병원에서 의심환자를 발견하고 그 경로파악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에 “첫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이 환자도 나중에 확진판정을 받았다.

 

3. 돼지, 닭보다 못한(?) 초기대응.. 의료소송 비화 가능성 

공개주의와 대대적 홍보를 통해 단호하게 시행되는 ‘가축과 가금류의 전염병’에 대한 방역에 비교하면, 이번 메르스 방역에서는 ‘공기 중 감염 불능’이라는 ‘안심 홍보’가 오히려 부각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밀주의와 축소지향적 대응기조는 공기감염에 대한 의학적 확실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경제적 파급효과만을 지나치게 의식한 안이한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이러한 모호한 대응이 관광객들을 안심시키기는 커녕 ‘2만명 입국취소’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의 주변지역도 유통매장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다.

결국 정부는 20여일 동안 정직하지도 효과적이지도 못한 전략으로 명분을 잃고 실리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만일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난다면 실생활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못하도록 상식에 부합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지대하다.

현재까지 모든 감염이 병원을 통해서 이뤄졌다고 하지만 경로가 묘연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병원에서도 환자의 비말(침방울)을 직접 흡입한 경우라기 보다는 병상의 손잡이나 에어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청결을 생명으로 여기는 호텔에서도 세균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곳은 TV리모콘, 각종 손잡이와 같이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물체로 밝혀진 바 있다.

병원의 검진 및 진료과정에서 바이러스 분출을 촉발하는 기계적 장비가 쓰여질 수 있고, 환자의 호흡이나 비말이 비산하거나 점착될 수 있는 매개 물체가 매우 많다. 정부의 안이한 초기대응으로 7일 발표한 경유병원 의료진까지 무방비로 메르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사태전개에 따라서는 감염자가 집단발생한 병원에 대한 의료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책임소재에 따라서는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 보상 소송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메르스사태가 현장은 전혀 통제되지 않는 채로 정보만 과도하게 통제되는 과정에서 병원에 온 사람, 입원환자, 의료진에게만 확산되는 독특한 전개과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기구 없는 병실이 드러난 병원은 '귀책사유'가 분명하고 중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표시된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은 경기 군포시가 아니라 '서울 성동구'에 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대행이 발표한 병원명단이 제대로 확인도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유언비어를 엄단하겠다고 한 정부가 잘못된 정보를 생방송으로 내보내 결국 '유언비어'를 유포한 셈이라는 냉소를 자아냈다. 가관인 것은 무슨 대단한 자료를 급히 만들었다고 여의도성모병원 소재지를 '서울 여의도구'로 기재했는가 하는 점이다. 자료 작성자의 신분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의학은 과학이 아니다?”

의료계에서 농담처럼 회자되는 말이다. 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체와 질병의 복잡성이 갖는 ‘불확실성’을 토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미한 바이러스 감염으로도 노약자는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반면에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큰 염려 없이 극복할 수 있다.

예방적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고, 일반적 상식을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하겠다. 마스크만 쓰면 무방하다는 홍보는 오해의 여지가 많다. 실제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대외활동, 특히 손을 직접 쓰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은행 ATM 스크린, 대중교통 손잡이, 화폐 등은 지역사회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현대의학의 놀라운 진보와 성취에도 불구하고 항상 실패와 불확실성이 돌출한다. 병원 안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된 것은 역설적으로 '대형화된 병원시스템'이 초래한 측면이 있다. 응급환자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감염된 의사(35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 없이 막연한 우려를 키워서도 안되지만, 기존의 의학적 상식이나 시스템을 과신해서 ‘막을 수 있는 피해’를 키우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초로 감염자를 확진했다는 삼성서울병원의 초기대응 실패는 거대하고 고도화된 시스템에 대한 과신과 오만이 초래한 것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병원시스템과 경영논리에 포획된 의료진도 피해자"

해외 전문가들에 의하면, 메르스는 20도 정도의 기온과 일정한 습도에서 활발하지만 기온과 습도가 달라지면 크게 퇴조한다는 분석이 있다.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는 한국의 5월. ‘낙타감기’ 메르스가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 유독 병원 실내에서 급속히 확산된 이유를 짐작케 한다. 병원 실내에 대한 환기 및 방역 강화와 함께 날씨 변화에 따른 메르스의 추세적 약화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들은 공기를 통한 전염, 변종출현, 모기 등 해충에 의한 전파 등에 대해서도 관성적 접근이 아니라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번 메르스사태는 경쟁적 의료산업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의료시스템에 대한 경종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용 대비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좁아 터진 공간에 환자와 의료진이 뒤섞이고, 살균 소독 등 소모비용을 최소화하고, 전국과 광역을 상대로 영업대상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1번환자로부터 폭발적인 전파가 이뤄진 ‘배기 및 환기창이 없는’ 병실은 최근 세계적 과학잡지 <Nature>지의 주요한 관심사로 떠올랐고, 조만간 국제보건기구(WHO)의 현장조사를 받게 된다.

 

                                    (한국 메르스사태가 <네이처>지 주요이슈로 부상)

 

의사, 간호사, 조무사, 의료기사 등 일선 의료진은 거대한 경영논리와 의료행정 시스템 속에서 ‘질병의 퇴치자’가 아니라 ‘질병의 전파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할 판국이다.

영화 <하얀 정글>이 폭로했던 ‘병원자본의 논리’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의료진, 환자, 보호자, 방문객을 표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에 켜켜히 투영됐다고 하겠다. 불가사의하게 진행되는 메르스사태는 의료산업, 병원산업에 잠복해 있는 '시스템 바이러스'를 연상케 한다.

 

 

                                      - 2.1 지속가능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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